지난 기획/특집

[금주의 복음단상] 230 빛과 소금이 되자/강길웅 신부

강길웅 신부ㆍ광주 지산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2-02-28 수정일 2012-02-28 발행일 1996-02-04 제 1989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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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5주일 (마태 5, 13~16)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께서는 우리 자신도 세상에서 빛을 밝혀야 한다고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 14).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의 빛을 받은 우리는 당연히 그 빛을 밝혀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빛 속의 신앙인이 아닙니다.

빛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고달픈 인생에게 촛불을 밝혀주어 그들에게 힘을 주고 또 어두운 사회에 하나의 등불이 되어 밝힐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값지고 숭고한 일입니다. 그야말로 멋진 일입니다.

어떤 잡지에 보니까 멕시코의 한 수녀님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처음에 그녀는 결혼하여 아이를 일곱이나 낳았으나 결국 남편과는 이혼한 뒤에 그녀는 두번째 남편을 찾지 않았으며 오로지 주님을 위해 봉사의 삶을 살기로 약속합니다.

어느 날 그녀는 이상한 꿈을 통해서 수도 성소를 얻게 됩니다. 결혼하여 이혼까지 한 여자가 수녀가 된다는 것은 아주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주교님의 특별한 허가로 수녀원에 입회하는 영광을 갖게 됩니다.

수녀가 된 그녀는 감옥에 가서 수인들과 함께 삽니다. 새로 들어온 죄수들을 따뜻하게 받아주고 격려해 주며 그들과 똑같은 방에서 잠자고 밥도 같이 먹습니다. 그리고 점호도 똑같이 받습니다. 그렇게 살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지만 그들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죄수들의 진정한 벗이 되어 줍니다.

이 수녀님이 복도를 지나가면 모든 죄수들이 『어머니!』하고 애정섞인 목소리로 불러 줍니다. 그러면 수녀님이 살인범도 껴안아 주고 사기꾼이나 강간범에게도 얼굴에 키쓰를 해줍니다. 수녀님은, 이를테면 교도소의 꽃이요 빛이었습니다.

하나의 빛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초는 불에 녹아야 하고 심지는 새카맣게 타들어가야 합니다. 다시말해, 내가 나를 죽이지 않고 내가 내 자신속으로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아픔이 아니라면 빛이 되지 못합니다.

소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또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소금이 자신의 모습을 없애야 만이 제 맛을 낼 수가 있고 자신의 흔적을 지워야만이 짠 맛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사람사는 맛을 내기 위해선 자신을 희생해야 하며 등불을 밝히기 위해선 자신을 태위야 합니다. 타는 아픔과 녹는 슬픔이 있다 해도 이웃을 위해 자신을 온전하게 내줄 때 나를 통해서 하느님의 빛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착한 행실에서 빛이 온다고 하셨는데, 1독서(이사 58 ,7~10)에서 이사야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이를 입혀주며, 집없이 떠도는 자를 반갑게 맞아주며 곤란한 자를 도와준다면 그 빛이 새벽 동이 트듯 터져나오리라고 했습니다.

선행보다 더 아름다운 빛이 없습니다. 따스한 눈길과 친절한 말 한마디로 훌륭한 빛이 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몸에서 빛이 나옵니다.

탈무드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유대인 랍비가 제자들에게 질문합니다. 『언제 새벽이 돌아온 줄을 아는가?』그러자 한 제자가, 사람의 눈에 하늘의 훤한 빛의 줄기가 보이기 시작하는 때라고 하자, 랍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른 제자가 말합니다. 『사람과 숲을 구별하여 볼 수 있을 때 새벽이 옵니다』. 스승은 그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제자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대답을 못했습니다. 이때 랍비가 스스로 대답합니다. 『밖을 내다 봤을 때 지나가는 사람이 자기 형제로 보일 때, 그때 새벽이 온다』고.

이웃을 형제로 알고 대접하면 그는 늘 환한 새벽을 맞이하고 있으며 또한 그 자신의 빛을 환하게 밝히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를 내어주지 않고는 견디지 못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인간에게 내주셨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을 내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빛은 퍼져 나갑니다. 자기를 내주는 것은 자기 자신을 퍼져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다운 빛이 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이 사랑할 수 없는 사람까지도 다 사랑합니다. 나환자, 교도소의 수인, 살인범, 흉악범 등 온갖 어두운 사람들도 다 밝힐 수 있습니다.

가난하고 못 배웠으면서도 세상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값지게 사는 사람입니다. 값진 삶은 지식이나 돈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를 빛으로 참되게 영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선행이 나오고 그러면 또 우리 모두 빛이 됩니다.

강길웅 신부ㆍ광주 지산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