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금주의 복음단상] 228 참 빛이신 그리스도/강길웅 신부

강길웅 신부ㆍ광주 지산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2-02-28 수정일 2012-02-28 발행일 1996-01-21 제 1987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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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주일 (마태 4, 12~23)

세상은 그리스도라는 빛을 통해서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빛을 모른다면 그는 환한 대낮에도 칠흑같은 어둠 속을 헤매게 됩니다. 특히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는 빛으로 오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이사 8, 23~9, 3)에 나오는 즈불룬과 납달리는 이스라엘 북부에 있는 갈릴래아 지방을 말합니다. 이 지방은 지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형상으로 볼 때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길목도 되었고, 또 동과 서를 잇는 교량도 되었기 때문에 외세의 침공이 잦았고 그래서 주민들 대부분은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기원전 733년 경에는 강국 앗시리아에 의해 즈불룬과 납달리는 제일 먼저 침략을 당해 그들은 종으로 끌려갈 아주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이 어둡고 숨가쁜 때에 이사야는 즈불룬과 납달리 주민들에게 빛과 희망에 찬 미래를 선언한 것이 오늘 독서 내용입니다. 성탄 밤 미사때마다 올리는 독서가 바로 그 말씀입니다.

『어둠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볼 것입니다.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쳐올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이사야가 외친 그 빛이 바로 갈릴래아 지방에서 빛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절망적이고 가장 암담한 지역에서부터 하늘의 빛이 비쳐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바로 그 지역에서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합니다. 특히 그분의 빛은 절망과 어둠속에 있는 인생들에게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빛은 어둠속에서 특히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밝은 대낮에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가끔 대낮에 거리의 가로등이 켜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때는 그 등이 켜졌는지 조차도 대부분 모릅니다. 태양빛에 가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가 떨어지고 나면 그 가로등은 큰 가치가 있습니다.

또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밤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있습니다. 일천억개나 되는 별의 집단인 성군이 우주에는 약 일천억개가 있다고 하니 실로 이 우주가 얼마나 큰지는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밤이 없다면 우리는 그 사실조차도 모르게 됩니다. 태양이라는 빛에 가려 우주의 놀라운 신비를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두울 때 더 놀라운 진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결과가 됩니다. 지금 어두운 것은 참으로 답답지만 더 위대한 것을 바라볼 수 있으며, 지금 환한 것은 당장은 좋지만 더 위대한 것을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성서에도 보면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이 잘 알고 있다는 위선때문에 예수님을 몰라보게 됩니다. 그러나 천한 사람들은 알아 봅니다.

마찬가지로 모자람이 없이 잘 살고 있는 사람들과 고통과 눈물이 없이 풍요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참 행복의 의미가 뭔지를 잘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죄없이 선하게 사는 사람들과 법없이 잘사는 사람들도 예수님은 빛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분이 없어도 이미 착하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람은 눈물을 흘려봐야 참 기쁨을 알게 되고 내적인 투쟁과 몸부림치는 전투를 겪어봐야 평화의 의미를 알 수가 있게 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그리스도라는 참 빛이 정말로 필요한 분들입니까. 그렇다면 자신이 어둡다는 진정한 회개와 뉘우침을 가져야 합니다. 회개가 아니고는 빛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인간은 자신을 속입니다. 세상도 사람을 속입니다. 우리는 그래서 많은 경우 아주 잘못 살고 있습니다. 인간의 눈에 그 인생이 불행한 것 같아도 그리스도의 빛으로 바라보면 절대로 불행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이 축복이요, 은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도라는 빛을 통해서 보면 사람의 실체와 그 진실된 모습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내 인생에 해가 되는 자들도 있습니다. 나를 시기하고 모함하고 있으며 사사건건 시비요 트집입니다. 이들이 대단히 밉고 심할땐 저주스럽기까지 하지만 그러나 그리스도를 통해서 보면 그들도 내 사랑하는 형제요 경우에 따라서는 은인도 됩니다.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보면 세상에 은혜 아닌 것이 없으며 복 아닌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빛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바로 그 눈이 지혜의 눈이며 복된 눈 입니다. 그런데 그 눈은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진심으로 회개할 때 열려집니다. 하늘나라라는 위대한 보물은 회개라는 눈을 통해서만이 바라볼 수 있습니다. 특히 어렵고 힘든 분들, 그리고 외롭고 슬픈 분들은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올바르게 바라봅시다.

강길웅 신부ㆍ광주 지산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