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금주의 복음단상] 226 가정을 존경하자/강길웅 신부

강길웅 신부·광주 지산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2-02-27 수정일 2012-02-27 발행일 1996-01-01 제 198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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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마태 2, 13∼15: 19∼23)
벌써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의미 깊은 이 날에 교회 전례는 가정에 대해서 묵상하도록 우리 모두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성탄 다음 주일이 항상 성가정 축일입니다.

모든 크리스찬 가정은 성가정을 이루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자렛에서의 요셉의 가정처럼 예수님이 그 중심이 되고 요셉과 같은 아버지, 마리아와 같은 어머니의 성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가정이야말로 하느님의 모습과 사랑을 드러내는 가장 훌륭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집회 3, 2∼6: 12∼14)에서는 부모를 공경하는 데서 오는 축복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즉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축복과 은혜가 되며 반대로 부모를 무시하는 것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행과 저주가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모는 하느님의 분신입니다.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것은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예절 중의 예절이며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르치고 또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이 우리 주위에 비일비재하니 부끄럽고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부모에게 효도를 거부한다는 것은 자신이 인간이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일입니다.

어떤 자매는 배움이 많아서 똑똑하고 또 신앙 안에서도 열심한데 그런데 홀로 계신 시어머니를 모시지 않고 있습니다. 시내 변두리에 방을 하나 얻어서 거기서 지내게 합니다. 남편이 당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싶어도 부인이 반대하니까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매가 남보다 더 배우고 더 열심히 봉사하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한 마디로 위선에 불과합니다.

제2독서(골로 3, 12∼21)에서 사도 바오로는 모든 남편들은 자기 아내를 사랑해 주라고 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 더 붙이고 싶습니다. 즉 모든 남편들은 자기 아내를 존경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존경 받는 남편이 되며 또 그 자녀들이 존경 받는 사람이 됩니다. 아내를 무시하면 남편이 무시 받고 또 무시 받는 아버지가 됩니다.

특히 부모는 자기의 어린 자녀들까지도 존경해 주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신앙교육도 책임감 있게 지도해야 합니다. 어떤 부모는 무슨 학원 보내기 위해서 자녀를 교리나 미사에 빠지게 하는데 참으로 큰일 낼 부모들입니다. 하느님 두려운 줄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가 하느님을 모독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가 하느님을 참되게 공경하면 자년가 그 부모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다 그렇게 보고 들으면서 배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모가 하느님을 무시하면 그 자녀들도 자기 부모를 무시합니다. 역시 그렇게 보고 들으면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래서 자녀들 앞에 말 한 마디 행동거지 하나를 잘 분별해서 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실 믿는 것 만큼 믿음의 은혜를 받고 존경하는 것 만큼 은혜를 받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것 만큼 사랑도 받습니다. 우리는 그 대표적인 예로써 요셉과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존경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찮은 인간을 존경하신다는 말이 어폐가 있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나 그러나 그것은 사실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순명하고 하느님의 법대로 살려고 노력하면 하느님이 친히 그 인생을 존경하십니다. 이것은 우리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고 말을 잘 들으며 예절이 바르면 선생이나 부모도 그를 존경해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기도를 하시기 바랍니다. 가정에서 함께 기도하지 않으면 그 가정은 믿는 가정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도 둘이나 셋이 당신의 이름으로 모인 곳에 당신 친히 그곳에 머무시겠다고 하셨는데 함께 기도하지 않는다면 그 가정엔 주님이 머무시지 않습니다. 주님이 거기 안 계신다면 그 가정은 이를테면 지옥입니다. 지옥 같은 세상을 사는 가정들이 많습니다. 남편이 원수고 아내가 원수며 자식이 원수고 부모가 원수입니다. 이런 가정은 남편이 있어도 아내가 외롭고 아내가 있어도 남편이 외롭습니다. 자녀가 있어도 부모가 외로우며 부모가 계셔도 자녀들이 외롭습니다. 우리가 바보처럼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정말 사람답게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은 특히 우리들 가정 안에 머무시려고 합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당신이 영광을 받고 싶어하시며 또 그 자리를 빌어서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원하십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이 되신 성가정을 이루도록 합시다.「가화만사성」이라 했습니다. 성가정을 이룰 때 내년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뜻대로 은혜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강길웅 신부·광주 지산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