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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인터뷰] 한국 출판계의 기대주, 최윤혁 세계사 대표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2-02-21 수정일 2012-02-21 발행일 2012-02-26 제 2784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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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소통하며 좋은 책 만드는 것이 제 소명”
주님 자녀로 다시 태어나
심적 괴로움 달래고자 직접 성당 찾은 것 계기
신심 깊은 어머니 영향도

출판은 콘텐츠 비즈니스
정신·영혼 바꾸는 힘 그것이 출판의 매력
마음 움직이는 책 만들 것
교보문고에서 2012년 1월의 책으로 선정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김태훈 옮김/400쪽/8.0)는 한국 사회에 ‘설득’과 ‘협상’이라는 주목할 만한 키워드를 제시한 책으로 입에 오른다.

출간 석달 넘게 상위권을 지키면서 국내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저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는 지난 2월 14~18일 5일간 방한, 와튼스쿨 특강과 사인회 등 북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유료 특강이었음에도 전 좌석이 매진되는 호응을 불러 모았던 다이아몬드 교수의 방한은 국내 18개 미디어에서 취재를 벌이는 가운데 많은 이들에게 ‘협상’ 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각인시키는 기회였다.

책의 출판과 함께 다이아몬드 교수 방한을 추진한 8.0은 국내 순수문학 단행본 대표 출판사로 이름 높은 ‘세계사’의 경제경영 전문 서적 임프린트사, 즉 계열사다. 세계사는 이에 앞서 지난 1월 22권의 「박완서 소설 전집」을 출간, 문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전집은 작가가 생전에 기획하고 생애 마지막까지 직접 손보고 다듬었다는 면에서 ‘박완서 소설 전집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작가 개인의 문학적 편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뿐 아니라 당대 사회 흐름과 변화 맥락을 문학 안에서 집대성했다는 면에서 특별하다는 평가를 모았다.

출판의 매력

2012년 연초 한국 출판계에 이처럼 굵직굵직한 화젯거리를 쏟아내고 있는 세계사 최윤혁(캐빈·36·의정부교구 맑은연못본당) 대표.

세계사를 창업한 부친 최선호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2010년 세계사 운영을 맡게된 최 대표는 출판사 2세 CEO 중 가장 젊은 세대로 알려진다.

진취적인 경영 마인드로 대표 취임 이후 ‘독특한 콘텐츠 개발’에 힘쓰며 세계사의 출판 스펙트럼을 다양화시키며 빠른 속도로 사세를 확장시켜 가고 있다. 그런 만큼 세간에서는 최 대표를 한국 출판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대주로 꼽기도 한다.

“출판은 콘텐츠 비즈니스입니다. 콘텐츠는 다양하죠. 그 중에서도 출판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콘텐츠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힘. 정신과 영혼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힘 말이죠. 그런 것이 출판의 매력이라고 보고 싶습니다.”

최 대표의 경영 방식은 상당히 분석적이고 치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세밀한 것 하나하나 체크하고, 이것저것 따지고, 원고도 일일이 전부 읽어본다”고 했다.

“책을 읽는 것도, 분석하는 것도, 읽게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일이 저랑 잘 맞는 듯합니다. 더욱이 출판은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게 합니다. 새롭게 사람을 만나고 알게 되는 그런 과정들이 정말 좋습니다.”

최 대표는 부친의 뜻과는 다르게 원래 출판보다 영화를 전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영화학’으로 명성이 높은 미국 남가주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으로 유학을 갔다. 그러나 막상 현지에 가서는 ‘광고’ 쪽으로 관심이 돌려졌고 결국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게 됐다. 그 후 자연스레 출판도 접하게 됐다는데, 그런 방향 전환들이 “아마도 하느님이 의도하신 것 같다”고 최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좋은 탄생’, 케빈

2003년 서울 청담동본당에서 세례를 받았던 최 대표는 이때 소감을 “짜릿함, 자신감, 새로운 시작의 기분이었다”고 들려줬다.

최 대표의 세례명, 케빈(Kevin)은 수도원장을 지냈던 아일랜드 글렌다루그(Glendalough)의 케빈 성인에서 비롯됐다. ‘좋은 탄생’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는 이 세례명은 첫 직장의 직속 선배가 영어 이름으로 지어주었던 것이기도 하다.

“어느 날 아주 심적으로 괴로워 집 앞에 있는 성당에 가게 됐어요. 성당에 앉아 있다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다녀오고 나니 마음이 정말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에 또 가게 됐죠. 돌이켜 보면 그날이 하느님이 저를 초대하신 날 같아요. 독실한 신자셨던 어머니 모습도 신앙을 갖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Vincit Omnia Veritas!’(진리가 모든 것을 이겨냅니다)는 말을 좌우명처럼 여긴다는 최 대표는 신자 출판인으로서 “직접적인 교리서나 가톨릭 서적이라기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러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09년 펴낸 윌리엄 폴 영의 장편소설 「오두막」 같은 책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연쇄 살인범의 손에 딸을 잃은 남자가 딸이 살해당한 오두막을 찾아 신을 만난다는 줄거리의 이 책은 상처 입은 한 남자를 통해 인간과 하느님의 교감을 풀어냈다.

처음부터 직접 편집하고 작업했던 책으로서 “사연도 많고 애정도 많다”고 털어놓은 최 대표는 “올해 윌리엄 폴 영이 두 번째 책을 집필할 것 같은데 그 책도 직접 편집하고 작업할 예정이어서 많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고 박완서 전집 출간과 관련해서도 최 대표는 “박완서 소설 전집 결정판은 세계사와 제가 선생님께 바치는 선물”이라면서 “하늘에서 좋아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가 세례 받은 얘기를 들으시고 박 선생님이 무척 기뻐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믿음이 주는 기쁨을 알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독자와 소통하는 출판인

2013년 창업 30주년을 맞는 세계사 대표로서의 포부는 이름 그대로 ‘세계로 나아가는 출판사’를 만드는 것.

“제가 출판을 처음 시작할 때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한국에서 만든 책을 올리겠다 결심했습니다. 항상 우리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책들을 주로 수입해서 번역하곤 했는데 이제 그 반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책을 만들면서 독자들과 직접 만나서 얘기하게 되는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고 말한 최 대표는 한편 책 읽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고충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책을 선물하는 것은 또 다른 세상이나 또 다른 기회를 선물하는 것인데, 책 선물이 진부한 것처럼 여겨지는 세태가 안타깝다”는 것이다.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출판인이고 싶습니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독자들과 잘 소통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죠. 독자들과 잘 소통하면서 좋은 책을 만들어 내는 것, 물론 어렵겠지만 그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최윤혁 세계사 대표는

1977년 출생. 서울 대원외국어고,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미국 남가주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출판정보미디어학과를 졸업했다. CLK 커뮤니케이션 공동대표, 도서출판 ‘시공사’ 경제경영팀장, 도서출판 ‘세계사’ 기획팀장, 실장을 지낸 후 2010년 4월 세계사 대표에 취임했다.

최 대표 취임 후 세계사가 발간한 「신과 다윈의 시대」는 2010년 9월 교육과학기술부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됐다. 또한 최 대표는 지난해 제31회 한국출판학회상 기획·편집부문을 수상했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