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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 7 종교다원주의

자료제공=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입력일 2012-02-21 수정일 2012-02-21 발행일 1997-11-30 제 208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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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 부인
종교 혼합주의 무비판주의는 가톨릭신앙의 가치 위협
다원주의는 ‘신ㆍ구원 중심주의’를 제시하며 우리 교회를 여러 종교들 중 하나로 여겨 교회와 그리스도를 격하시키며 그리스도교의 고유성과 근본 핵심을 뿌리째 뒤흔든다.

종교다원주의란「종교의 다원성」「다종교 상황」「종교 다원 현상」「다종교의 공존」이라는 여러 가지 명칭들에서 드러나듯, 한 사회 내에서 다양한 종교가 공존해 있는 사실을 중시하면서 종교를 신학 해석의 주요 관건으로 삼는 신학의 한 흐름이다.

이 다원주의가 표방하는 신학적 논의의 출발점은 역사적 상대주의, 종교간의 대화, 인간해방 또는 사회발전 등 세 가지이다.

이 세 가지 기본 전제로부터 출발하여 다원주의는 모든 종교가 동등한 수준 위에 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세운다. 다원주의에 치우친 종교 신학은 타종교의 모든 신학적 평가의 바탕과 근본 관심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바탕이 그동안「교회 중심주의」에서「그리스도 중심주의」로 전환하였는데, 타종교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이제는「신중심주의」를 넘어「구원 중심주의」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종교가 공통분모로 삼고 있는 구원을 중심으로 타종교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그 근본 관심은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한「올바른 믿음」이 아니라, 구원 곧 인간해방과 사회복지를 추진하고자 타종교와 함께 펼치는「올바른 실행」인 것이다.

이처럼 다원주의는「신중심주의」또는「구원 중심주의」를 제시함으로써 우리 교회를 여러 종교들 중 하나로 여겨 교회와 그리스도를 격하시키며 타종교와 관련된 그리스도교의 고유성과 근본 핵심을 뿌리째 뒤흔든다. 그것은 가톨릭교회의 정체, 유일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적 신원을 의문시 한다.

다원주의는 그리스도교의 근본 핵심에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스도는 과연 인간과 세상의 유일하고 보편적인 구세주인가? 타종교도 그리스도교 못지않게 참 진리를 보유하고 있는 구원의 종교인가? 이 질문에 답하면서 다원주의는 그리스도교의 핵심인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을 부인하면서까지 타종교의 구원적 가치를 최대한 주장한다. 이들은『하느님의 강생은 그리스도교의 생존을 위한 신화적 언어이다』『그리스도는 예수와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다. 부처, 마호메트 역시 예수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그리스도교의 절대성과 정체성 및 유효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따라 타종교를 온전히 이해하고 최대한 존중하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사회발전과 인간해방을 위해 함께 전력해야 한다. 그리고 타종교의 진리들 안에 포함되어 있는 구원적 가치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원주의의 급진적 주장에서 그리고 다원주의에 대한 그릇된 이해와 그 확산에서 빚어지는 종교 혼합주의, 무비판주의는 분명 가톨릭 신앙의 고유성과 확고한 가치를 위협한다.

타종교에 대한 존중 및 이해, 타종교의 구원적 가치에 대한 인정이 그리스도교를 타종교와 같은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주장으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 종교간의 대화나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이 가톨릭 신앙의 고유성과 근본 핵심을 약화시키거나 포기할 정도로 타종교를 지나치게 평가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리의 표현은 상대적이지만 그 핵심 내용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으며, 종교간의 대화는 다양한 종교들의 차이와 고유성을 말살하는 합의 도출이 되어서는 안 되며, 종교의 궁극 목표가 단순한 사회발전이나「인간해방」에 국한될 수 없다. 그리스도교가 그 종교적 진리에서는 타종교와 함께 합치할 수 있으나 그 근본 핵심에서는 타종교와 구분되는 고유성과 한계성을 지닌다.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인간에 관한 진리를 가르치고 몸소 온전히 실행하신 분일 뿐 아니라 또한 그 분 자신이 진리 자체이시기 때문이다.

자료제공=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