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지방시대 지방교회를 연다] 11 인천교구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2-02-20 수정일 2012-02-20 발행일 1997-11-16 제 207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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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으로부터의 혁신」전면적 쇄신 이끈다.
깊은 성찰…변화, 그리고 도약
교구 대의원회의 개최…목표는 복음화 교구청-본당 전산망 개통“시대 앞장”
북방선교의 요충지…통일시대 대비
2천년 대희년과 제 3천년기를 문턱에 두고 바야흐로 변화의 물길을 열어가고 있는 인천교구.

새로운 복음화의 기치를 올리기 위해 인천교구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는데서 변화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모든 비복음적인 요소를 떨쳐내려는 것이다.

미래 향한 발돋움

그 변화를 위한 시도의 한가운데에 교구 대의원회의가 자리잡고 있다.

인천교구는 지난 95년 11월 15일 교구 사제총회에서 교구장 나길모 주교가 96년도 사목교서를 발표하면서 교구 대의원회의 개최를 선언하고 올해 4월 준비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채비에 나섰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모든 준비를 마치고 2천 년 중반까지 본 회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교구 대의원회의 준비의 첫 단계는 「본당 사목회의」이다. 인천교구의 모든 본당소속 신자들이 자체적으로 본당뿐만 아니라 본당이 속한 지역사회의 실정과 여건을 포함한 교회 내외 사목환경을 총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각 본당이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자기 본당에 대한 모든 평가와 판단은 완전히 본당 자체의 독립적인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독자적인 영역이다. 다만 보다 전문성과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교구에서는 몇 개 본당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실시한 분석들을 제시하게 된다.

본당 자체 분석과 아울러 교구의 현실을 분석하기 위한 교구 진단팀이 본당을 포함한 전체 교구 사목환경을 조직적으로 분석한다. 교구와 본당에 대한 이러한 입체적 현실 분석은 곧 인천교구의 문제점과 과제를 함께 도출해냄으로써 교구 대의원회의 의안 작성에 바탕을 이룬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서부터 추출되고 합의된 이 과제와 도전들은 대의원회의 본회의를 거쳐 정리됨으로써 교구의 미래 사목 방향과 구체적인 정책 결정을 입안하는데 지침이 된다. 대의원회의에서 확정된 실무 지표와 결의들은 준비과정에서 설치된 기획국을 중심으로 하나씩 구체화되고 현실화된다. 이 작업은 대의원회의가 끝난 후에도 지속된다.

그럼으로써 인천교구 대의원회의는 미래를 지향한다.

총대리 오경환 신부는 교구 대의원회의의 목표를 「복음화」로 요약한다. 『복음화는 내적으로는 이미 세례 받은 신자가 복음 정신에 좀 더 가까이 가도록 심화되는 것이며 외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알도록 전교의 사명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기획국장 이용길 신부는 좀 더 구체적으로 대의원회의의 목적을 두 가지로 정리한다. 한 가지는 교구가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을 정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긍정과 부정의 요소를 함께 발견하고 선별해 미래의 희망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 능동적 대처

미래를 향한 변화의 의지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교구청과 본당을 잇는 전산망의 개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데서도 나타난다. 오는 11월 개통 예정인 이 교구 전산망은 한국교회에서는 최초로 기록될 것이다.

교구 전산실과 정보화위원회는 우선 내년 초까지 일차로 교구청과 각 본당, 인천가톨릭대학을 잇는 통합 전산망을 구축한다. 우선 교구 내 행정 업무의 전산화를 위해 각 본당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및 행정 문서 시스템을 정보 공유가 가능한 것으로 통일시키고 이어서 인천가톨릭대학교를 전산망으로 연결해 교리, 사목관련, 성서 외 각종 정보 자료를 일선 사목과 본당 활동에 폭넓게 활용함으로써 정보화 사회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정보화 사회에 대한 대응은 단지 편리성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총대리 오경환 신부는 『교회행정을 정비하고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서 전자 매체를 통해 신자들과 사목자가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 지도적 위치

인천지역은 각종 개발사업이 유치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는 등 앞으로 인구, 경제 분야에서 상당히 급속한 변화를 보일 전망이다.

우선 영종도에 들어서는 인천국제공항은 지역경제의 발전과 함께 엄청난 인구 유입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공항 시설과 함께 각종 호텔, 회의장, 무역센터 등이 대거 들어서게 된다. 김포와 검단, 송도 등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수많은 도서를 중심으로 서해안이 관광지로 집중 개발될 것으로 보이며 송도에는 미디어밸리가 건설된다.

이처럼 지속적인 인구 증가가 예견되는 시점에서 인천교구는 아직까지 사목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하지만 온갖 어려움 속에서 개교한 인천가톨릭대학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천가톨릭대학은 나아가 우수한 교수 인력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나눔을 통해 지역 사회를 이끄는 지도적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중국ㆍ북한 선교의 요충지

인천교구의 미래를 특징짓는 또 하나의 요소는 북방선교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기본적인 입지 조건 외에 중국을 바로 잇는 항구 도시이자 2천년 말 개통 예정인 영종도공항이 들어서는데 따라 인천교구 관할 지역은 미래 통일시대 북한 선교까지를 내다보는 북방 선교의 요충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천교구는 장기적 시각으로 중국교회와의 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각종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본당이나 신자들의 개별적 접촉 이 외에 교구 차원에서 공식 경로를 통한 중국교회 차원의 접촉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일차적인 인식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북한 선교에 있어서는 통일기금 조성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통일 시대에는 반드시 북한에도 신학생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때 이들을 교육시키는 방안도 나름대로 논의하고 있다.

전 신자 의견 수렴

최근 몇 년간 인천교구 만수1동본당에서 시작된 「새로운 양 찾기」는 교구 차원이 아닌 순전히 본당 차원에서 시작된 획기적인 움직임이다. 모든 본당 신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 의식 개혁과 인식의 전환을 이룬 이 운동은 이제 본당과 인천교구를 넘어서 전국 각 지역으로 확산돼 있다.

인천교구는 대의원회의로부터 이러한 밑으로부터의 혁신을 기대한다. 따라서 본회의에 상정될 의안의 작성도 철저하게 모든 신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계획이다. 그럴 때에만 단지 선언과 명령 전달이 아닌 전면적인 개혁과 쇄신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2천년 대희년, 제 3천년기의 첫 해를 변화의 시작으로 선포할 인천교구의 새로운 도약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