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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는 운동과 흐름] 5 건강이나 치병과 관련된 비술과 영술운동

입력일 2012-02-20 수정일 2012-02-20 발행일 1997-11-16 제 2078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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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ㆍ치료 등 본래 의미 퇴색
지나친 몰두는 신앙에 큰 위험


가톨릭신자들은 무조건 빠져들기보다는 심신단련을 위한 도장인지 건강치료를 위한 단체인지 새로운 형태의 신흥종교인지 엄밀히 살피는 작업 우선돼야

명상ㆍ 요가ㆍ도ㆍ선ㆍ기공ㆍ단전호흡 등 전래방법을 심신수련 위해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다.

그러나 「기 체험」을 「성령 체험」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그리스도 신앙을 크게 손상시키는 일이다

197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안정을 보장하거나 자신의 앞날을 예측하고 통제한다는 여러 형태의 비술과 영술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비술과 영술들은 초월, 명상, 요가, 도, 선, 기공, 단전호흡 등과 같은 건강요법이나 수련방법을 강조한다.

이러한 새로운 현상 역시 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영역이 바뀌고 있음을 나타낸다.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을 나타내고 인간의 삶을 제약하던 빈곤문제 또한 어느 정도 해결되면, 사람들의 관심은 사회적인 측면보다는 자신의 건강과 평화 그리고 안락으로 바뀌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더욱 가속화되며, 그에 따라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미래의 안녕을 보장하는 여러 행태의 비술이나 영술 또는 주술적 방법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비술이나 영술은 최근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공과 단전호흡은 가장 많이 통용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공이나 단전호흡은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동양 전래의 심신수련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전파되고 있는 「기」를 다스린다는 「기공」이라는 낱말은 「이기론」을 바탕에 둔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건강체조법이나 무술방법 질병치료법, 정신수양법, 초능력개발법, 더 나아가서는 종교의 의미로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기공을 강조하는 운동이나 단체들도 이와 같은 해석의 차이에 따라 추구하는 목적이나 수련방법상에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가톨릭 신자들이 이러한 비술과 영술을 가르치는 수련단체에 참여할 때에는 그것이 심심단련을 위한 도장인지, 건강치료를 위한 단체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신흥 종교인지를 엄밀히 살피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명상, 요가, 도, 선, 기공, 단전호흡 등과 같은 전래의 방법을 심신수련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다. 그러나 「기」를 우주만물의 근원으로 여겨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거나 또는 「기 체험」을 「성령 체험」으로 해석한다면, 그것은 그리스도 신앙을 크게 손상시키는 일이 된다.

또한 모든 물체는 에너지로서의 「기」를 갖고 있으며 이 에너지는 물체가 소멸되더라도 다른 물체에 전이되어 새로운 생명으로 연결된다는 일종의 「환생」을 주장한다면 그것은 그리스도교 부활교리와는 일치할 수 없게 된다.

개인의 초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비술이나 영술에 대한 지나친 몰두는 자칫 신앙생활 자체를 개인중심, 현세중심, 기복중심, 체험중심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복음, 성사, 교리, 전례, 교계제도, 공동체,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사명 등 교회의 본질이나 가르침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또한 이에 대한 몰두는 개인의 건강이나 심리적인 평화 또는 초능력의 발휘를 목적으로 하여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종교나 주술의 방법도 모두 동원하려 함으로써 종교적, 교리적 혼합주의 성향에 빠질 수 있다.

선악과 같은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무디게 만들 수도 있고, 하느님께 대한 흠숭과 예배의 정신이 희박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들을 사용할 때에는 그 목적에 대한 분명한 입장 설정과 함께 그것이 가져올 위험성 여부에 대한 검증도 따라야 할 것이다.

<자료제공=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