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전달수 신부의 묵시록 연구] 5. 묵시록에서 드러나는 대조·그리스도의 메시지

전달수 신부·안동 다인본당 주임
입력일 2012-02-20 수정일 2012-02-20 발행일 1997-10-26 제 207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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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세계 메시아가 구한다는 내용
주님 백성과 교회 위한 메시지
6. 묵시록에서 드러나는 대조

묵시록을 이해하기 위한 다른 열쇠는 비교와 대조이다. 예를 들면, 이 책의 여러 곳에 등장하는 사탄의 능력 또는 군대는 언제나 하느님과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으며 이 세상이 마치 가공할 원수인 사탄이 하느님께 대항하여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가 내림하셔서 1천 년간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신다는 기록도 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천년왕국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대조는 두 가지 다른 삶의 양식이다. 즉 두개의 다른 집단이 서로 상반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창녀로 묘사되는 집단은 영적으로 사악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로서 악령의 지배를 받아 속임수에 빠져 살아가는 삶의 형태이다. 이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사악한 정치권력과 결탁되어 있어 이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리나 종국에는 멸망하고 만다. 또 다른 집단은 어린양을 추종하는 사람들로서 그들은 상징적으로 그리스도의 순결한 신부로 불리고 있다.

또 다른 대조는 온 세상을 악으로 옮아가며 부패한 체제를 만들어 내는 대바빌론과 하느님의 왕국을 상징하는 새 예루살렘이다. 대바빌론은 온갖 악행으로 가득차 있으나 새 예루살렘은 온갖 좋은 것과 완덕으로 충만한 도시로서 그 곳은 미래에 하느님의 왕국이 통치할 사령부처럼 묘사되고 있다.

또한 묵시록은 이야기로 넘쳐흐르는 책이다. 이것 또한 묵시록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묵시록은 인간의 역사를 두루 통하며 마지막에는 위험스러운 세대로 독자들 이끌고 간다. 마지막 때가 오면 온 세상은 사탄의 활동으로 충만해진다. 그러나 메시아의 도래로 사탄의 세력은 힘을 잃고 정복당하고 만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묵시록은 길흉이 교차되는 소식들을 전하고 있으나 결국에는 선과 정의가 승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묵시록을 읽어나가면 여러 가지 불길하고 가공할 사건들이 독자들에게 두려움을 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언제나 인간사에 개입하시고 선으로 인도하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느님은 악과 타협하지도 않으시거니와 언제나 악을 이기신다.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전능하시고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의 품 안으로 달려들어야 한다. 하느님만이 안전한 항구이다. 창녀나 대바빌론, 즉 하느님을 떠난 세속의 사고방식을 따라가면 멸망한다. 살아남아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회개가 필수적이다. 전적인 회심과 기도, 의탁과 신뢰로써 전능하시고 사랑자체이신 하느님께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제2장 그리스도의 메시지

묵시록은 무엇보다도 미래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복음서들과 사도행전 그리고 사도들의 서간들이 전하는 것과 같은 동일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하느님의 백성과 교회를 위해 기록되었다. 한 마디로 신약성서는 주 예수님의 업적과 그리스도인 신앙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묵시록 역시 하느님의 종들로 불리는 그분의 백성에게 주어진 메시지이다. 묵시록은 구체적으로 일곱 도시 안에 있던 하느님의 일곱 교회에 보내져 읽도록 되어 있다. 사도 성 요한은 시현(示現 visio)을 통해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

그는 나팔 소리와 같은 큰 음성을 들었다: 『네가 보는 것을 책으로 기록하여 에페소, 스미르나, 베르가모, 티아디라, 사르디스, 필라델피아, 라오디케아 등 일곱 교회에 보내어라… 너는 네가 이미 본 것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앞으로 일어날 이들을 기록하여라.』 각 메시지는 예언적 소명을 부여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구약성서에 있어서 예언적 소명은 『가라 그리고 누구에게 말하라. 이런 식으로 누가 말한다.』라는 기본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사도 성 요한은 파트모스 섬에 갇혀 있어 그 곳을 떠날 수 없는 처지에 있었으므로 묵시록은 『가라』는 명령 대신에 『이 글을 써서 보내어라』라는 명령으로 되어 있다. 명령자는 부활하신 주 예수님이시다. 각 메시지의 주요한 표현은 『나는… 알고 있다』이다. 이 부분은 권고로 되어 있고 유배 이후 유대아 구원 재판(salvation-judgment)에 관한 하느님의 말씀과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하느님의 말씀은 (1)찬미, (2)책망, (3)회개에로의 초대, (4)심판의 협박, (5)구원의 약속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각 메시지는 두 가지 다른 말씀으로 끝맺고 있다. 『귀 있는 자는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야 한다.』와 무엇을 『주겠다.』 또는 『하겠다.』는 약속으로 되어 있다.

전달수 신부·안동 다인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