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전달수 신부의 묵시록 연구] 4. 희망의 책·상징의 책

전달수신부·안동 다인본당 주임
입력일 2012-02-20 수정일 2012-02-20 발행일 1997-10-19 제 207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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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록은 참된 삶의 지혜 요구 
미래사에 관한 상징의 책
4. 희망의 책

비록 묵시록이 위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묵시록은 희망의 책이기도 하다. 특히 환난을 당하는 이들과 어린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봉헌된 자들에게는 희망을 주고 있다. 우선 이들의 모범이신 주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인류 구원을 위해 비참한 죽임을 당하셨기 때문이다. 하늘나라의 노래를 들어보자. 『당신은 두루마리를 받으실 자격이 있습니다. 당신은 죽임을 당하셨고 당신의 피로 갚을 치러… 사람들을 구해내셔서 하느님께 바치셨습니다』(5, 9).

그리고 묵시록에는 상징적으로 이마에 도장을 받은 하느님의 종들 14만4천 명과 옥좌와 어린 양 앞에 서 있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흰 두루마기를 입고 손에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는데 모든 큰 환난을 겪어낸 자들이다. 이들을 우리는 신앙을 위해 피를 흘린 순교자들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마에 어린 양과 아버지의 이름이 적혀 있는 14만4천 명은 『여자들과 더불어 몸을 더럽힌 적이 없는 사람들이며 숫총각들』로서 옥좌 앞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들은 아마도 주님을 위해 독신과 동정을 지키는 자들(사제, 수도자, 동정자)로 볼 수 있다.

이런 표현들을 보면 이 세상에서 주님을 위하여 환난을 당하고 희생하며 봉헌된 자들에게는 큰 상금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묵시록은 그리스도인 완덕의 모범이신 주 에수님을 충실히 따라가며 그분께 충성과 효성을 다 바치는 사람들에게는 큰 상금이 주어지리라는 희망을 제시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위압적인 메시지와 더불어 희망을 제시하는 이 책은 우리에게 참된 삶의 지혜와 신앙인의 올바른 식별을 요구하고 있다.

5. 상징의 책

묵시록은 무엇보다도 상징의 책이다. 역사적인 사건들과 윤리적인 개념들 그리고 미래에 다가올 일들이 모두 구약성서의 전통이나 근동 신화의 영향을 받은 생생한 은유와 상징들로 표현되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백마를 타고 오시는 영광스러운 왕이신 예수님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그분은 쇠지팡이로 모든 나라를 다스리실 것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표현은 구역성서 시편 2, 9에 나온다. 메시아 시대의 도래를 이런 상징적인 표현을 빌어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하늘, 천둥, 번개, 우주의 대혼란, 짐승, 돌, 여러 색깔과 3, 3년반, 7, 12, 666, 14만 4천 등 숫자도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각 상징이 무엇을 묘사하는지 또는 어떤 상징적인 사건들이 언제 실제로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상징들의 의미는 역사의 진행 자체가 그것들을 명확하게 드러낼 때까지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묵시록은 신약성서 안에서 유일하게도 특이한 책이다. 다른 책들은 주 예수님의 행적과 그 당시 교회의 상황을 기록한 책이거나 서신 등으로 되어 있으나 묵시록만은 성격이 다르다. 시현(visio)은 묵시록 안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들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묵시록을 본질적으로 미래사에 관한 책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전달수신부·안동 다인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