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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교회가 간다] 아시아 교회 연대 그리고 복음화 향한 대장정 12. 태국 (1) 출발과 새로운 전환기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2-02-17 수정일 2012-02-17 발행일 1997-09-28 제 207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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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만 인구 대부분 불교… 가톨릭 0.4%
3백여 학교 운영, 교육중심 복음화 주력
「AIDS 병원」등 사회복지에 많은 투자
빈부격차 심해 기댈 곳은 교회뿐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구 열강으로부터 식민지 지배를 받지 않은 국가다. 또한 21세기를 눈 앞에 둔 시점에서 아직도 왕정을 하는 지구상의 몇 안 되는 나라 중에 하나가 태국이다.

농업과 관광 수입이 주업인 태국은 인구 6천만 명의 대부분의 국민이 불교도인 나라다. 국민 특히 남성들은 의무적으로 1년동안 사찰에 들어가 불교교육을 받아야 하는 나라가 바로 태국이다. 그렇다고 불교가 태국의 국교는 아니다.

태국 불교는 개인의 극기와 노력에 따라 극락에 이를 수 있다는 소승불교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같은 불교 교리가 국민의 윤리 도덕 교육의 장애물이 됐다는 평도 듣고 있다.

이러한 국가에 가톨릭 복음의 씨앗이 처음 전해진 것은 1544년 포르투갈 군인들과 함께 들어온 선교사에 의해서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포르투갈인들을 위해 온 것이지 태국교회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러 온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태국교회 관계자들의 얘기다.

태국교회의 복음의 씨앗이 본격적으로 뿌려진 것은 1567년 도미니꼬 수도회 예로니모와 세바스챤 수사가 입국하면서부터로 보는게 적합하다.

이에 대해 태국정평위 위원장 만삽(Mansab) 주교는 『태국교회에 조직적 선교가 이루어진 것은 1650년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서』라고 밝히고 『4백 년이 넘는 태국 교회사이지만 중간 2백 년은 암흑기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전래된 태국 가톨릭교회의 1997년 교세는 10개 교구에 28만 명의 신자로 전체 태국 인구의 0.4% 정도다. 이슬람교도 (3~4%)보다도 가톨릭교회의 교세는 터무니없이 적다.

태국교회의 교세가 한국보다 2배가 넘는 역사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약한 것은 뿌리 깊은 불교문화와 외국문화에 대한 태국인들의 적대감 때문이다.

태국인들은 동남아에서 수없이 식민지 지배를 당하는 나라들을 보아 왔다. 그렇기에 외국인은 동료이기보다 적, 아니 자신들을 억압하는 세력으로 인식되어졌다.

실제로 태국에서 가톨릭 신자라고 하면 동족들에게도 따돌림 받기가 일수라는 얘기를 한다. 그리스도교가 침략자의 종교이기에 이를 믿는 동족도 침략자와 한 부류라는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태국의 복음화가 잘 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가 왕과 불교의 결탁이다. 태국은 왕족, 군부, 불교계가 서로 얼기설기 엉켜있는 나라다. 이들이 태국의 정치, 경제를 주름잡고 있으며 이러한 틀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철저하게 막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불교계에서 불교를 법적으로 국교화 하자는 논의도 바로 이런 관점에서 제기된 문제다.

이러한 문화적 바탕 위에 태국교회의 복음화 노력은 당연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태국교회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대부분 1백 년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태국교회의 학교들은 교구, 본당, 수도회, 평신도들이 운영의 주체가 되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총 3백개가 넘는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교육을 중심으로 한 태국교회의 복음화는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뿌리 깊은 불교 전통으로 선교가 어려운 태국 가톨릭교회는 이제 더욱 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 나섰다.

북부지역의 난민들, 50만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사무실을 개소하고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역할과 더불어 동남아 제일의 에이즈 환자를 수용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그들의 이웃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프란치스코회 등 태국에 들어와 있는 수도회들 역시 교육사업에서 점차적으로 의료 복지사업으로 사목을 전환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렇게 태국교회가 변신하게 된 것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더욱 늘어난 빈부 격차로 인해 가난한 이들의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면서부터다. 상류층20%가 국가의 70% 재산을 갖고 있다는 태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기댈 곳은 바로 교회밖에 없다는 얘기다.

태국교회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착안, 사회복지 분야의 사목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체 인구 중 1백만 명이 넘는 AIDS 환자들을 위한 병원과 임종시설을 비롯 마약퇴치학교 등 태국교회는 이제 사회복지 분야에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하고 있다.

방콕대교구장 미차이 추기경도 『불교 색이 강한 태국인들이 가톨릭의 구호사업 등을 통해 가톨릭교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태국교회는 앞으로도 가난한 이들의 이웃이 되기 위해 더욱더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혀, 21세기를 맞이하는 태국교회의 비장한 각오를 엿보게 했다.

◆ 방콕대교구장 미차이 추기경

"불교를 국교로…" 일대 위기 봉착

4백 년 선교역사 비해 태국 국민들 배타적

교육사업 통해 지역사회와 나눔 실천

난민 복음화 위한 범교회적 계획 준비

『태국 천주교회는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일부 불교도들이 불교를 국교로 정하자고 국회에 청원을 해놓은 상태여서 가톨릭뿐 아니라 태국 내의 타 종교들은 심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태국교회 최대 교구인 방콕대교구 교구장 미차이 킷분추(Michael Michai Kitbunchu) 추기경은 불교도가 95%가 넘는 태국에 최근 불교를 법으로 국교화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하면서 심한 위기감을 토로했다.

아울러 미차이 추기경은 『불교문화가 뿌리 박혀 있는 태국에서의 그리스도교의 복음화는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태국교회는 힘든 가운데서도 태국의 복음화를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태국교회는 태국 북부지방의 인접국가에서 유입되고 있는 난민들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을 복음을 통해 삶 속에서 신앙을 증거하도록 하기 위해 태국교회는 범교회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미차이 추기경은 『태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리스도교를 이방인의 종교, 서양 종교라는 배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 특히 난민들과 노인들을 위해 사목 현장에서 헌신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게 되면 그들도 가톨릭교회에 호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선교에 자신감을 내비치도록 했다.

4백 년이란 역사를 갖고 있는 태국교회 역시 외국 선교사들에 의해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다. 아시아 대륙 대부분이 그리스도교 국가의 식민지 지배로 신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외국인들에게 적대감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교회의 선교, 복음화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래도 복음화를 위해 사제들과 수녀들이 헌신하고 있다는 게 미차이 추기경의 설명이다.

태국교회 사목의 특징에 대해 미차이 추기경은 『단연 교육사업』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태국교회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가톨릭교회에서 수없이 많은 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실제로 태국 국민들은 가톨릭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통해 선진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고 한다.

미차이 추기경은 『방콕교구만 해도 교구와 수도회 평신도가 운영하는 학교가 1백34개로 태국교회는 교육사목에 많은 투신을 해 왔다』고 밝히고 『이런 교육사업을 통해 교회가 지역사회와의 나눔을 실천해 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차이 추기경은 『한국교회의 교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교회이지만 토착화를 이루려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태국교회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여러 교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요망했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