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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평신도를 찾습니다] 주일학교 교사 14년째 박승용 씨

전대섭 기자
입력일 2012-02-16 수정일 2012-02-16 발행일 1997-08-24 제 206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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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신앙 체험의 좋은 기회”
현실적 어려움 소명의식으로 극복
성실성 인정 받아 장기근속상 수상


전국 최연소 주일학교 교장. 주일학교 교사 생활 14년째.

울산 병영본당(주임=김현철 신부) 박승용(바오로)씨의 이력을 한 마디로 간추리면 이러하다. 물론 전국 최연소 주일학교 교장이란 타이틀은 확인된 바는 없다. 박승용씨의 올해 나이는 우리 나이로 34세. 이쯤 되면 최연소가 될 법도 하다.

지난해 3월부터 병영본당 초ㆍ중ㆍ고 주일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박씨는 한때 『수도원을 나온 사람』으로, 때론 신학생으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성당 일을 너무 잘 안다』는 게 이런 오해를 부른 원인이었다. 요즈음 그에게 붙여진 애칭은 「준 신부님」.

1984년 대구 고성본당에서 시작된 주일학교 교사로서의 인연은 이후 14년간 계속되고 있다. 『형과 동생이 모두 주일학교 교사 생활을 했어요. 그 영향이 컸습니다. 또 당시만 해도 졸업 후 교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큰 꿈이기도 했어요』.

박 씨의 교사로서의 출발 동기는 무척 단순했다. 누구나 가져봄직한 막연한 기대, 혹은 동경 같은 것이었다. 85년 고성본당에서 침산본당이 분리되면서 교적을 옮겨 왔고, 다시 성북본당이 갈리면서 86~87년을 보냈다.

울산에 정착한 것이 88년. 형과 부모님이 먼저 울산으로 거처를 옮긴데다 박씨도 직장을 구하면서 울산에 자리를 잡았다. 89년 병영본당 중ㆍ고등부 팀장을 맡아 활동하다 94년 주일학교 교감에 취임했다. 2년 뒤인 96년 3월부터 주일학교 교장을 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울산에 옮겨온 이듬해인 89년 1월 대구대교구에서 주는 5년 근속상을 받았다. 비록 몸은 떠나 있었지만 그의 성실한 자세를 눈여겨 보던 동료, 선배 교사들의 적극적인 추천에 따른 것이었다.

또 지난해에는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부산교구에서 주는 10년 장기 근속상을 받는 기쁨도 누렸다.

14년의 교사 생활. 막연한 동경에서 시작했다는 교사 생활은 그러나 그에게 적지 않은 희생과 인내를 요구했다. 고비도 여러 번 찾아왔다. 그러나 정작 박씨는 『학생들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떨쳐버릴 수 없는 매력』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어려웠던 기억보다는 즐거웠던 기억들이 앞서는지 그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경력만큼이나 할 말도 많을 듯하다.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이 주제 넘어 보인다는 듯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저희 본당은 조금 경우가 다릅니다만 대부분의 본당에서 대학생 위주로 교사회가 구성되지요. 사실 교사회 인적 구성에서부터 어려움은 예견된다고 봐야지요. 20세에서 22~23세의 나이가 태반인데 아무래도 소명의식이 약한 것 같아요. 교사회 자체가 흥미 위주로 흐르기 쉽지요. 동아리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또 어리다 보니 감정 자제가 잘 안되고 흥분하기가 쉬워요. 그러다 보니 사소한 감정 문제가 발단이 돼 전체 분위기를 흐릴 수도 있습니다. 예민한 중ㆍ고등부 학생들과 교사 사이에, 혹은 교사회 내부에서 이성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다 이런 원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의 짧은 수명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남자 교사의 경우 군 입대나 취업 문제로 오래가질 못합니다. 인력 충원 문제가 늘 고민거리다 보니 즉흥적으로 사람을 데려다 쓰고, 준비 없이 시작한 교사 생활을 잘 견뎌내지 못해 또 중도에 포기하고 마는 겁니다. 사실 주일학교 교사라는 게 주위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엄청나게 시간과 노력이 따르는 중노동이거든요』

주일학교의 문제점들에 관해선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온 터이지만 박씨의 지적은 그의 체험만큼 현장감이 있는 듯하다.

교사로서 박씨의 고민은 3교대로 이루어지는 직장 생활과 교사 활동을 병행하는 것. 특히 초ㆍ중ㆍ고등부를 모두 관장하는 그에게 교사 활동은 엄청난 결단과 희생을 감수해야만 한다.

봄ㆍ가을 소풍, 부활절, 성탄 등 본당의 주요 행사는 대부분 월차를 이용해 참석한다. 여름 신앙학교 땐 연 4일 정도 배정된 정례 휴가를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개인 여가를 즐긴다는 것은 엄두를 못 낸다. 『가족이나 친구들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빠듯하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그만둘까도 생각했었지요. 그럴 때면 지나간 사진첩을 들춰 봅니다. 함께 있는 학생들만 생각하면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정리가 돼요.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게 되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되지요』

박씨는 교사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을 성실성이라고 말한다. 한편에선 신앙에 관한 기초 지식과 투철한 신앙 체험을 요구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가 않은 부분이란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교사 생활을 하면서 나름의 신앙 체험을 해 볼 것』을 제안했다. 교사 활동은 신앙인으로서 독특한 체험(성숙)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처음엔 일에 치우쳤어요. 갈수록 기도의 중요성을 새삼 느낍니다. 교사는 바로 이 기도와 뗄 수 없는 생활입니다. 행동과 기도 모두에서 교사처럼 좋은 신앙 체험과 봉사의 기회는 없다고 봅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아직 싱글』이라는 그는 『교회에서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때까지 교사 생활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전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