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미디어 교육 캠페인] 14 미디어의 복음화로 사회 복음화 이끈다

이영숙 교수〈서강대 언론대학원·국제가톨릭여자협조회(AFI) 회원〉
입력일 2012-02-14 수정일 2012-02-14 발행일 1997-07-13 제 206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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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 언어 통한 신앙 표현의 기회 제공
바티칸 사회홍보위 산하 단체
◆「세계가톨릭방송인협의회」의 미디어 교육 활동 / 이영숙 교수

세계적으로 교회 내 미디어 교육의 가장 충실한 동반자는 가톨릭방송인협의회라고 볼 수 있다. 세계가톨릭방송인협의회 (UNDA-world)는 로마 바티칸 사회홍보위원회 산하 단체이다. 세계 가톨릭신문, 출판인협의회(UCIP-world), 세계 가톨릭영상인 협의회(OCIC-world)와 마찬가지로 각 대륙과 국가별로 지부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KBS, MBC, SBS, EBS 그리고 평화방송에 재직하는 현직 가톨릭인을 중심으로「한국가톨릭방송인협의회」(UNDA-Korea)가 설립되어 있다.

이들의 미디어 교육 활동은 주로 남미, 미국 등지에서 전개되었다. 오래 전부터 남미에서는 가톨릭방송인협의회에 의한 미디어 교육이 사회와 교회 내에 뿌리를 내렸다. 과거 해방신학이 열광 받던 시절부터 정보 고속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남미사회와 교회에서는「수용자」로서「민중」을 교육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미디어 교육을 선택해 오고 있다. 특히 남미 곳곳에서 2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온 데니플랜 (DENI Plan)은 가톨릭영상인협의회와 가톨릭방송인협의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가톨릭교회의 독특한 미디어 교육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가톨릭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영상 언어를 가르치고 시청각 언어를 통하여 약 2천여 명의 어린이들이 영화 및 라디오, 신문 제작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가톨릭교회 주교단, 사제단, 신학교 그리고 본당 단위의 미디어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 미국 가톨릭방송인협의회(UNDA-USA)가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 전문 방송인들을 중심으로 교회 내 미디어 프로그램의 제작 뿐만 아니라 「정보화 사회」에 대비한 각 본당 사목 계획의 수립에 이르기까지 가톨릭방송 전문인들의 전문성을 살린 활동은 두드러진 면모를 보인다.

또한 세계가톨릭방송인회 세계 회장이자 Dayton University 종교 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인 안젤라 즈콥스키 수녀는 오랫동안 미국 가톨릭교회를 초 고속정보망 (information super highway)에 접속시키기 위한 각 교구의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가톨릭방송협의회 회원들은 주교님과 사제단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한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교회 내 지도자들의 미디어에 대한 개방적인 마인드 형성과 적극적인 동참을 종용하기 위한 조직적인 카운셀링과 설득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이와 같이 각 국에서 가톨릭방송인협의회가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 교육은 사회, 경제, 문화적인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를 띠고 있지만 공통점은 역시 교회가 적극적으로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미의 경우 주로 세계 교회의 차원에서 교회 내 원조 단체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며,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미국 가톨릭주교위원회 및 각 수도 단체들이 방송 전문직 평신도들의 미디어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가톨릭방송인협의회는 각 국가별 대륙별 미디어 교육 활동을 총괄하고 관계자들의 상호 교류 및 정보 교환을 도와 주는 사무국을 벨기에의 브뤼셀에 두고 있다. 이 사무국에서는 가톨릭교회 내 미디어 교육 관련 정보와 최신 자료를 소개하는 뉴스 레터를 연간 4회 발행한다. 애듀커뮤니케이션(Educommunication)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뉴스 레터는 특히 각국 교회 내에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다양한 대상들에게 손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한 세계가톨릭방송인협의회는 미디어 교육과 관련하여 국제적인 연대에도 적극적이다. 유네스코와 같은 국제적인 기구와의 연대 하에서 종교와 지역을 초월하여 미디어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상호 협력하고 있는 모습은 국제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동안 대학교수나 학자들의 매스컴 관련 연구물에 의존한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논쟁과 비판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가톨릭교회의 미디어 교육 풍토에 가톨릭방송인협의회와 같이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집단이 동참함으로써 교회 내 미디어 교육이 좀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는 방송 이론에 치중한 미디어 교육보다는 가톨릭방송 전문인들의 산 경험을 토대로 방송 메카니즘의 이해에 기반을 둔 미디어의 특성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의 실시가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가톨릭방송인협의회와 같이 방송전 문인 집단이 미디어 교육 활동을 주도해 나가게 되면서 가톨릭교회는 미디어 교육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이것은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미디어 교육 활동이 교회 내 미디어의 질적인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반 사회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교회 미디어 역시 교회 조직 내의 원활하고 자유로운 의사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볼 때 미디어 교육의 결과로 신자들의 교회 미디어에 대한 참여 의식이 높아지고 교회 미디어가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의사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 줄 수만 있다면 참으로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교회가 미디어 교육의 풍요로운 결과를 교회 미디어의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선용하기 위해서는 일반 신자들의 교회 미디어에 참여할 권리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일반 신자들의 필요와 흥미와 관심을 반영한 프로그램 편성과 제작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일반 신자들에게 의사 소통을 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칠레의 경우 미디어 교육의 결과로 정부가 각 방송사에 반드시 시청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방영할 것을 의무 사항으로 권고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교회 미디어 교육의 결과로 가톨릭교회 내 라디오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수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고 통로가 마련될 수 있다면 참으로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바로 참된 의미의「수용자」가 주인이 되는「교회 미디어」를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고 미디어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이영숙 교수〈서강대 언론대학원·국제가톨릭여자협조회(AFI)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