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46차 브로츠와프 세계성체대회 관계자 인터뷰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2-02-13 수정일 2012-02-13 발행일 1997-06-15 제 205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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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성체대회 위원장 에두아르 가뇽 추기경

“그리스도는 자유의 원천”

교황청 세계성체대회 위원장 에두아르 가뇽 추기경을 성체대회 기간 중인 5월 29일 숙소에서 만났다.

기자: 「성체화 자유」라는 주제는 현대세계의 상황뿐만 아니라 폴란드의 역사와도 깊은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브로츠와프 성체대회의 의의와 성과는 무엇입니까?

▲교황이 주제 장소 선정

추기경: 교황 스스로 이번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교황께서는 이번 성체대회의 장소로 공산주의의 압제 아래에서 최초로 민주화를 촉발시킨 폴란드가 2천년 대희년을 앞두고 가장 적절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폴란드는 전체주의로 고통 받던 암울했던 시기에「자유」의 이상이 처음으로 발아했던 곳이고 여기서 뿌려진 자유의 씨앗이 곧 이웃나라로 그가지를 뻗어 나갔습니다. 과연 누가 그 당시에 공산주의가 사라질 것이라고 꿈이나 꾸었겠습니까? 폴란드는 자유를 꿈꾸었고 마침내 그 꿈을 실현시킬 첫 발걸음을 내디딘 역사적 현장입니다. 이번 대회의 주제인「성체와 자유」는 2천년 대희년을 앞둔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희년을 준비하는 마지막 3년 중 올해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바쳐진 해입니다. 그리스도는 바로 자유의 원천입니다.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주신 위대한 선물은 바로 자유입니다. 인간을 억압하는 죄악으로부터의 자유는 제3의 천년기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반드시 묵상해야 할 주제입니다.

기자: 지난해 6월 3일부터 8일까지 브로츠와프를 방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브로츠와프는 어떻게 변화했습니까?

▲활력이 넘치는 브로츠와프

추기경: 처음 브로츠와프가 성체대회 개최지로 발표됐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략 1백만 명 갸랑으로 예상되는 순례객들을 이 조그만 도시가 제대로 맞을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4년, 그리고 지난해 방문 후 1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우선 거리가 말끔하게 정돈됐고 각종 숙박, 편의시설이 강화됐습니다.. 무엇보다도 수없는 비극을 겪으면서 파괴된 각종 문화시설, 극장, 박물관, 오페라 하우스 등이 수리되고 복원됐습니다. 이런 변화들은 곧 세계성체대회로부터 이 도시가 얻은 새로운 생기와 활력을 보여 줍니다.

기자: 성체대회는 기본적으로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기도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치를 위한 기도 모임이 5월 30일과 31일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성체대회 안에서「일치」는 어떤 모습으로 표현됩니까?

▲성체는 그리스도교를 일치…

추기경: 그리스도가 모든 이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고 그럼으로써 모든 이를 구하셨듯이 모든 세계성체대회는 그리스도 안에 하나가 되는 일치의 성격을 당연히 지니고 있습니다. 성체는 모든 그리스도교를 하나로 일치시킵니다.

교황께서「교회는 양쪽의 폐로 숨 쉰다」라고 말씀하셨듯이 동방교회 역시 가톨릭과 성체에 대해 이해를 같이 합니다. 물론 성체의 신비에 대한 가르침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도들 자신도 역시『이는 내 몸이다, 이것은 내 피이다』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성체의 신비에 대한 상이한 의견은 논쟁과 분열을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사명 중 하나는 성체를 중심으로 하나로 일치를 이루는 것입니다. 가톨릭이 아닌 사람도 이 일치에 참여하고 공동의 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성체대회는 모든 이들을 초청합니다.

기자: 말씀하셨듯이 성체의 신비에 대한 이해는 역사를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논쟁과 갈등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습니까?

추기경: 우리가 서로의 생각과 행동을 보다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우리는 서로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합니다. 세계성체대회의 교회 일치적 성격은 바로 미래의 일치를 위한 대화에 매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세계성체대회는 4년마다 열리는 가톨릭의 가장 큰 잔치입니다. 성체대회가 세상의 복음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습니까?

▲세상 복음화의 가장 큰 힘

추기경: 성체대회에서 발해지는 신앙의 증거와 기도는 세상의 복음화에 가장 큰 힘입니다. 성체대회에 참여하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선포하는 증거와 끊임없는 기도는 단지 1백여만의 순례자, 전 세계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그리스도의 구원의 힘을 증거하고 이들을 그리스도께 향하도록 촉구하고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도록 함으로써 복음화에 기여합니다.

기자: 폴란드의 종교적 전통과 신심은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폴란드와 폴란드 교회는 세계 교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물질 쾌락 도전 물리쳐야

추기경: 폴란드 교회의 살아 있는 신앙과 열렬한 기도는 성체대회를 맞아 폴란드를 방문한 순례객들에게 인상적일 것입니다. 자유를 획득하고 서구화되는 과정에서 많은 동구권 국가들은 극심한 세속화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폴란드는 그런 가운데에서도 하느님에 대한 충실성과 아름다운 신앙 생활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폴란드가 이번 성체대회를 통해 세계 교회에 줄 수 있는 영적 선물은 바로 그리스도에 대한 충실성은 자유를 되찾는 바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공산정권 하에서 폴란드 국민들은 그리스도께 의탁하고 성모께 전구를 청함으로써 자유를 실현하는 힘을 얻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물질주의가 팽배하고 쾌락주의가 맹위를 떨쳐도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에 충실할 때 이런 도전들은 극복될 수 있습니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 한홍순 교수

성체의 신비 생활화 강조 「성체에서 생활로」를 주제로 강연

사회교리에 바탕한 교육 절대 필요 젊은이ㆍ여성 위한 프로그램 개발도

『성체의 신비를 생활화하는 데에서 세계성체대회의 기본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제46차 세계성체대회 개막 나흘째인 5월 28일 언어권별 세미나 영어권 모임에서「성체에서 생활로(From Eucharis to Life)」를 주제로 강연한 한홍순 교수는 성체의 신비를 세상 안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평신도 교육, 특히 가톨릭의 사회 교리에 바탕을 둔 교육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으로 보이는 전례를 통해서 힘을 얻어, 보이지 않는 성체의 신비를 우리 삶 안에서 가시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한 교수는 바로 이것만이 세계를 변혁하고 우리 각 개인의 성화를 위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사회 교리의 중요성은 세상을 향해 열린 교회라는 이상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세계 인구의 13억이 기아에 허덕이는 비극적 상황, 무신론을 천명하는 사람을 제외한「종교인」은 85%에 달한다. 신앙인, 특히 근대와 현대를 주도한 선진국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은 크다.

이런 반성을 바탕으로 내부 지향에서 세상을 향해 문을 여는 교회와 신앙 생활이 강조되는 것이다.

『성체성사의 사회적 차원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 안에서 올바르게 이해되고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각 본당은 지역 사회의 문제에 적절하게 응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교수는 모두 교육에 가톨릭 사회 교리(Social Doctrine of the Church:SDC)를 포함시키고 각 교구는 사회 교리에 입각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공동체를 포함한 다양한 운동은 교육의 효과적인 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 등 교육자들, 그리고 젊은이와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그러나 사회 교리를 연구하고 익히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교회 밖에 사회 교리의 가르침을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정의와 연대의 정신이 실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러한 정신에 걸맞는 생활과 신앙 양식을 살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체성사의 신비를 사는 것은 분명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행동하는 것은 곧 희망입니다. 행동함으로써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떼제기도모임 주관한 한국인 장경선씨

세계 젊은이들 모여 평화 기원

본부서 파견된 4명 중 1명 14년째 떼제마을서 생활

제46차 브로츠와프 세계성체대회 기간 중 시내 꼬르뿌스 끄리스띠 성당에서는 폴란드 현지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루 두 차례 기도모임을 가졌다.

성당 좌석을 꽉 채우고 모자라 바닥에 무릎을 끓고 아름답기로 이름난 떼제 노래를 부르며 세상의 평화와 사랑을 노래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성체대회의 의미를 젊은이들의 가슴 속에 더욱 깊게 아로새겼다.

이번 성체대회 기간동안 기도모임을 주관하기 위해 파견된 4명의 떼데 수사들 중에는 한국인 장경선(43) 형제가 포함돼 있다. 『종파를 초월해 전 세계 모든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찬미의 노래를 부름으로써 성체성사의 신비를 우리 삶 속에 더욱 깊게 담았으면 합니다』

폴란드에서는 이미 지난 89년과 95년에「유럽 젊은이들 모임」이 열려 각각 6만여 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함께 기도모임을 가진 바 있다.

이번 브로츠와프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떼제공동체는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대회 기간 중 이 성당에서는 오후 2시 30분과 8시 30분 두 차례 기도모임이 열렸다, 매번 성당에는 3천여 명은 족히 됨직한 젊은이들로 꽉 차곤 했다.

84년 프랑스 떼제마을로 건너가 올해 14년째 머물고 있는 장씨는 원래 개신교 신자로 가톨릭의 수사들을 자주 접하고 수도 생활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떼제마을에 있는 한국인은 모두 4명으로 장씨는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공동체에서 생활한 사람 중 하나이다.

『폴란드의 젊은이들은 오랜 가톨릭 전통을 지닌 국민들이어서 그런지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스런 신앙 생활이 몸에 밴 듯합니다. 이번 성체대회 기간 중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세계와 인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