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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주일 특별기획] 「장한 어머니상」받은 김인배 여사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2-02-10 수정일 2012-02-10 발행일 1997-05-18 제 2053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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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중복장애…남편마저 병석에 누워 목숨보다 더 소중히 뒷바라지
두 아들 생활하는 라파엘 집 김장 10여 년 봉사
"남은 세월 다른 장애인 돌보며 살고 싶어"
18일 서울사회복지회 제정 「장한 어머니상」받아

"그때는 정말 두 아들과 우리 부부가 함게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아들이 그냥 죽게 치료도 하지 않고 내버려 뒀습니다.아들이 죽으면 우리도 함께 죽으려고요"

5월 18일 장애인주일에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하는 김인배(마리아·75) 어머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어머니다. 이미 고희를 넘긴 연배임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이마의 주름을 펼 시간이 없는 그런 어머니다.

2남 3녀를 둔 김인배 어머니. 이젠 다 키운 자녀들의 덕을 보면서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임에도 그녀는 아직도 두 아들의 뒷바라지와 오래 전 병석에 누운 남편 백창렬씨(79) 병 간호에 허리 펼 시간이 없다. 너무나 가난해 학교라곤 근처에도 가 보지 못했던 김인배씨는 결혼을 하면서 서울에서 살게 됐다. 남편과 올해로 딱 50년을 살아 금혼축을 맞게 되는 김인배씨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셋째인 장남 백성기(시몬·42)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이다.

보통 아이들보다 약해 학교생활이 어려웠던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시각장애인으로 판명돼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더군다나 시각장애에 중복장애가 겹쳐 정박아가 된 아들을 부둥켜 안고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 하늘을 보고 한숨만 지어야 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그녀는 아직도 가슴이 저린다.

그러나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성기씨 하나로도 벅찬 가운데 다섯째로 나은 아들 영기씨마저 중복장애로 태어난 것이다.

『그때는 정말 두 아들과 우리 부부가 함께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아들이 그냥 죽게 치료도 하지 않고 내버려 뒀습니다. 아들이 죽으면 우리도 함께 죽으려고요』.

당시를 회고하면 지금도 눈물을 흘린다는 김인배 여사. 이 지구상에 아들을 그냥 죽도록 내버려 둬야 되는 어머니의 마음보다 더 아픈 마음이 있을까.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들의 생명을 구하려는 게 바로 우리들 어머니이거늘 김인배씨가 당해야 하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음을 짐작케 한다.

두 아들과 세 딸을 데리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아야 했던 그녀는 야채 장사를 하는 남편이 오로지 생계의 전부였었기에 자식들 교육은 커녕, 전문 교육이 필요한 두 아들의 치료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던 중 이웃의 도움으로 서대문에 있는 사회복지재단에 두 아들을 보내게 됐다. 처음으로 남의 도움을 받게 된 김인배씨.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그 뒤로 두 아들은 사회복지 시설에서 생활을 하게 됐고, 현재는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수녀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살고 있다.

김인배 여사는 『두 장애 아들을 둔 덕택에 속리산, 대천 등 관광도 하게 됐다』며 눈물 젖은 얼굴 위로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정지훈 원장님을 비롯 수녀님들 덕택에 이제는 살 맛 난다』고 토로했다. 라파엘의 집에서 가는 소풍이 유일한 관광이었지만 그래도 아들들이 효도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로 그녀는 넉넉함을 간직하고 있다.

라파엘의 집과 인연을 맺게 된 후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두 아들이 가파엘의 집에 기거하면서 현재까지 근 10여 년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김장을 담가 주는 등 봉사 활동도 함께 하게 됐다.

한 달에 한 번 라파엘의 집을 찾아 아들을 돌보는 그녀는 『매일 두 아들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룬다』며 『거동을 못 하는 남편이 하느님 나라로 가면 라파엘의 집으로 가서 아들과 다른 장애인들을 돌보며 여생을 살고 싶은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18일 서울대교구 사회복지회에서 주는 상을 받게 된 것에 대해서도 『내가 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다른 사람에게 주면 안 되냐』고 반문하면서 『내가 지은 죄가 많아 두 아들이 장애인이 된 것 같은데 무슨 상을 주느냐』고 눈시울을 적셨다.

현재 둘째딸 집에서 노부부가 함께 기거하고 있는 김인배씨. 어둡고 긴 질곡의 세월을 살아 왔지만 그녀는 분명 우리들의 위대한 어머니다. 자식이 장애아라고 버리는 세상에서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히 자녀 뒷바라지를 해온 우리 시대의 어머니 김인배씨. 그가 살아온 삶은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정에 소중한 교훈을 남겨 주기에 충분하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