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미디어 교육 캠페인] 12 미디어의 복음화로 사회 복음화 이끈다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2-02-09 수정일 2012-02-09 발행일 1997-04-13 제 2048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교회 미디어 전문가 양성 ″산실"
71년 교황청「전교위」요청 설립 
시대 변화 부응…의식 전환 강조

◆프랑스 「종교 커뮤니케이션 연구」국제센터

가톨릭 교회 내에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 지도자 양성은 어디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 중 대표적인 미디어 교육 기관으로 프랑스의 종교 커뮤니케이션 연구(CrecAvex) 국제센터를 꼽을 수 있다.

이 센터는 교황청 사회홍보위원회 사목 훈령「일치와 발전」이 반포되던 해인 1971년 교황청 전교위원회의 요청으로 설립되었다. 1971년 5월 23일「일치와 발전」이 반포되었고, 그해 5월 29일 교황청 전교위원회는 프랑스의 피에르 바벵 신부에게 전 세계 교회에서 미디어를 통한 볶음 전파를 담당할 교회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종교 케뮤니케이션 연구센터」설립을 요청했던 것이다.

이 센터의 기본 방향은 이 시대에 적합한 종교 커뮤니케이션 연구, 종교적인 미디어물 제작 그리고 교회 내 매스컴 분야 사목 담당자 양성 교육 등이다.

1971년 창립 이래로 교황청 전교위원회의 설립 취지에 맞게끔 세계 110여 개국으로 부터 약 800여 명의 교회 지도자들이 이 센터에서 연수를 받았고, 현재 전 세계의 가톨릭 라디오와 TV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다. 1980년에는 아프리카 주교단 전원이 프랑스 정부에서 제공한 전세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와서 미디어 교육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이 센터가 실시해 온 연수 프로그램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는 교회 미디어 교육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초창기인 70년대에는 종교 교육에 미디어 교육을 접목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사진말」은 바로 이 센터의 첫번째 작품이다.

80년대, 이 센터는 세계 각국의 라디오, TV 방송을 위한 종교 프로그램의 제작에 중점을 두었다. 그 중에서도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신앙의 표현을 새로운 언어, 즉 영상, 음악의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주력했다. 이 기간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지의 교회 지도자들이 이 곳에서 가톨릭 라디오와 TV 방송국에서 일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았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의 전성기가 도래했다. 이에 부응하여 교회 내 미디어 사목도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국 교회 내에 가톨릭 라디오 방송국이 그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방법으로 미디어에 대한 교회의 참여가 어느 정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매스컴 분야에 대한 교회의 사목 방향을 교회 미디어의 소유와 제작 쪽으로만 국한 시키지 말고 좀 더 거시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는 쪽으로 몰고가고 있다. 1992년 반포된 교황청 사회홍보위원회 사목 훈령「새로운 시대」는 바로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 전혀 「새로운」 매스컴 관련 문헌이다.

지금까지 반포된 매스컴 관련 사목훈령 중 가장 최근에 반포된 이 「새로운 시대」는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높은 목소리를 돋구던 기존 교회의 관습에서 탈피하여 정보사회, 전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지배하는 사회를「새로운 시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회 지도자들의 의식의 전환을 강조한다.

특히 미디어에 대한 긍정적인 가능성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아, 기존의 책이나 인쇄매체 중심에 묶여있던 교회 내 종교 커뮤네이션 방법에서 벗어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회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종교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의「의식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배후에는 항상 미디어로 인해서 변화되는 「세상」이 있다. 다시 말하면 현대 대중매체의 발전이 가져다 준 세상은 더 이상 획일적이고 권위주의 중심의 교회 내외 커뮤니케이션이 더 이상 소용되지 않는 풍토를 마련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다른 문화와 종교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교회의 모습을 그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게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보다 다양한 계층과 종교와 문화권의 사람들과의 교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교회 내 미디어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미디어 시대로 인해 도래한 이 새로운 환경을 살아가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요구되는 「의식의 전환」과 「종교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방법을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미디어 교육의 일차적인 목표는 21세기에 대비하여 이 문화에 대한 새로운 안목과 새로운 의식 구조, 종교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을 터득한 교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데에 두고 있다.

세상 대중매체의 온갖 영향력으로부터 청소년들을 선도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을 지도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자는 바로 이러한 자질을 바탕으로 양성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프랑스 「종교 커뮤니케이션 연구」국제센터는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교육을 세계 각 지역 교회에서 실시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 지도자 양성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97년 2월 프랑스에서 열린 동유럽 교회를 위한 미디어 교육 세미나에서 가톨릭교회의 미디어 교육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재확인되었고 교황청의 지원으로 국제적인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가톨릭교회를 위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종교 커뮤니케이션 연구」국제센터에서 연구 중인 미디어 교육의 기본 방향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젼, 종교 커뮤니케이션의 새 방향 이해, 시청각 언어를 통한 신앙의 표현, 내면의 세계를 일깨우는 미디어 교육, 영성적인 이미지-음악-미디어 언어의 체득을 통한 미디어 교육, 신앙의 성장기에 따른 단계별 미디어 교육 방법론 등이다.

이 센터에서는 앞으로 새롭게 개발될 교회를 위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세계 교회에 보급하기 위해 각국의 교회에서 활동한 미디어 교육 지도자 양성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97년 말부터 최소 5개월 동안 지속될 이 연수 프로그램의 참가 대상자는 가톨릭 미디어 종사자, 가톨릭 교육국 및 주일학교, 교리교육, 청소년 사목 담당 사제, 수도자 및 전임 평신도 등이다.

연수에 사용되는 언어는 영어와 불어이며 한국 교회에서도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이 있을 경우 2명까지 참가할 수 있다.

◆ 미디어 교육의 현장 / 성심여고 미디어 교육

97년 1학기부터 정규 과목 채택

올바른 미디어 선택·선용 도와

"전인교육 일환" 교육계 관심

성심여자고등학교(교장=김재숙 수녀)가 국내 최초로 교과 과정에 「미디어 교육」(Mult Communication)을 정식 과목으로 체택, 97년 1학기부터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 화제를 낳고 있다.

성심여자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매스 미디어를 올바로 선택, 수용할 수 있도록 돕고 학생들에게 매스 미디어의 창조적 선용을 돕기 위해 교과목을 신설했다.

성심여고 김재숙 교장 수녀는『요즘 아이들은 눈을 떠 잠이 들 때까지 매스미디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런 상황 안에서 우리 아이들을 매스 미디어의 악영향으로부터 보호하고 매스 미디어를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점차적으로 미디어 교육실을 늘려, 전교생이 수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미디어 교육」은 대중가요를 비롯, 라디오 TV, 사진 등 매스 미디어 전반에 걸쳐 직접 제작과 함께 그룹 토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미디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오순자 수녀는 『학생들이 일상에서 제일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가요 등을 매개체로 매스 미디어의 유용성과 해악성을 스스로 판단, 수용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처음이라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미디어 교육은 오늘의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과목』이라고 강조했다.

오 수녀는 또 『교회가 수용해야 될 미디어는 꼭 하느님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부분 신자가 아닌 학생들이 미디어 교육을 통해 하느님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바르게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하느님의 존재를 체험할 수도 있도록 하기 위해 실시되는 미디어 교육에 참가하는 학생들 또한 새로운 수업 방식에 즐거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직접 연구한 것을 발표하고 실습을 통해 사진 등을 제작한 후 서로 평가하는 수업 방식에 아직은 익숙치 못하지만 학생들은 새로운 수업 방식에 강한 호기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오순녀 수녀의 말이다.

비디오와 레이저 디스크 등 매스 미디어 관련 기기를 총동원하고 또 CC 촬영기로 자신들이 발표한 장면을 녹화,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되는 수업 방식은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길러줄 뿐 아니라 매스 미디어 환경에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

오순자 수녀는 『미디어 교육은 결국 학생들이 자신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율성과 판단력 등을 기를수 있다면 바로 전인교육의 일환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심여고에서 가정 가사를 가르쳐 왔던 오 수녀가 미디어와 관련을 맺게 된 것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언어와 감각으로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갖고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센터에 등록하면서부터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오 수녀는 평화방송 등에서 그동안 방송 관련 업무를 해오다 올해부터 다시 성심여고에서 교편을 잡게 됐다.

평화방송에서 주로 종교 프로그램의 원고, 출연진 면담 등 제작에 관여해온 오 수녀는 광주평화방송의 개국에도 참여하는 등 방송 경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매스 미디어를 어떻게 수용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 보게 해주는 데 전력하고 있다고 한다.

오순자 수녀는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차에 교장 수녀님께서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줘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학생들이 이 시간을 통해 자신들이 늘상 접하고 있는 미디어 현실을 깨닫고, 주체적으로 매스 미디어를 선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주교회가 지난 70년대 초 가톨릭계 학교에서부터 시작한 미디어 교육이 전 사회로 확산, 정착되었듯이 성심여고에서 국내 최초로 시작된 미디어 교육이 가톨릭계 학교는 물론 한국 교육계 전반에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