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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인터뷰] ‘나눔·봉사는 나의 긍정의 힘’ BT&I 송경애 대표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2-02-01 수정일 2012-02-01 발행일 2012-02-05 제 278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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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실천하는 ‘나눔의 기적’ 세상을 바꿉니다”
‘생활 속 나눔’으로 기부문화 새 패러다임 선도
어릴적 만난 수도자 헌신의 삶에서 신념 얻어
은퇴 후에도 재단 설립해 나눔의 기쁨 전할 것
유명 경제전문지 ‘포브스’지는 지난 2011년 7월 18일자 아시아판을 통해 ‘기부영웅 48인(48 Heroes of Philanthropy)’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12개국에서 회사 돈을 기부한 이들이 아니라 순수 개인의 재산을 기부한 이들 각각 4명씩을 선정, 총 48명을 리스트에 올린 것이었다.

BT&I(Business Travel & Incentive Tour) 여행사 송경애(50) 대표는 가수 김장훈씨, 런던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 등과 함께 이때 한국을 대표하는 기부 영웅으로 이름을 알렸다.

BT&I 여행사는 휴렛패커드, 듀폰코리아, 한국화이자, BAT코리아, 삼양사, 효성, 만도 등 300여 개의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국내 최대 기업체 전문 여행사로 꼽힌다.

송 대표는 지난 1987년 단돈 200여 만 원의 자금으로 여행사를 설립, 외국인만 보이면 다가가 명함을 돌리는 ‘발품’을 팔며 회사를 키웠다. 이제는 직원만 200여 명. 연매출 2569억 원에 항공권 판매실적 국내 4위(한국 일반여행업협회 2010년 통계)를 기록할 만큼 국내 여행업계에서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회사 규모가 크니까 그만한 기부를 할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송 대표는 회사 규모가 지금보다 작을 때부터 기부를 실천했다. 여태껏 기부한 총액은 10억 원이 넘는다. 여성 CEO로는 처음으로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돼 있다. 이외에도 10여 년 전부터 한 복지관의 어린이들과 결연해 그 아이들을 돌보는 후원을 하고 있다. 돈으로만 기부를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나눔 방식은 무엇보다 ‘생활 속의 기부’라는 면에서 눈길을 끈다. 회사 돈으로 기부를 해서 이름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안에서 중요한 날이 되면 그간 모아둔 돈을 기부하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면 2010년 11월 17일 결혼 20주년 기념일을 맞았던 그는 숫자가 상징하는 금액만큼 2010만1117원을 기부했다. 또 그에 앞서 자신의 생일인 2월 14일에는 2010만214원을 내놓았다. 최근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행복한 CEO 송경애의 성공이야기, 나는 99번 긍정한다」를 펴내면서도 인세 전액을 모교의 도서발전기금으로 전달했고 장애인 시설에 행복 휠체어를 전하기도 했다.

그가 생일, 결혼기념일 등 일상생활에서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선물보다는 기부로 대신하는 ‘기부의 생활화’를 실천한데 대해 포브스지는 ‘날마다 기부’라는 새로운 기부문화의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는 평을 남겼다.

이렇게 송 대표는 국내 유수 여행사 책임자라는 성공한 여성 CEO의 명성과 함께 ‘나눔의 기적이 세상을 바꾼다’는 의식을 널리 퍼뜨리는 사회지도층으로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기념일에 케이크를 사고 외식을 하기보다는 단돈 만 원이라도 기부가 필요한 곳에 뜻 깊게 사용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적은 금액이라도 기부를 할 때 기쁨을 느끼고 기부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주며 기부자가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알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송 대표는 한국의 기부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생활 속의 기부인 것 같다고 했다. “금액이 많든 적든 의미를 부여해 기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기부 문화를 한 계단 올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 이벤트로 기부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한국적 상황. 송 대표는 어떨까. “기부는 그저 생활일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녀들 생일에도 선물을 주기보다는 자녀 이름으로 기부를 해서 나눔이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실천하며 지내왔다. 또 “기업인으로서도 사회에 보답하고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의무인 것 같다”고 했다.

이러한 송 대표의 나눔 정신은 어릴 적 미국 이민생활에서 접한 기부문화의 영향이 크다. 부친을 따라 자선 모임 등에 자주 참석하면서 미국인들의 기부문화를 접하게 된 것이 기부와 나눔에 대한 의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송 대표는 들려줬다.

송 대표는 ‘마더 데레사 효과’에 대해 얘기했다. 1998년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연구한 것으로, 마더 데레사 수녀의 영화를 보는 것 만으로도 사람의 침에 들어있는 면역항체가 뚜렷이 증가되었다는 내용이다. 즉 남을 돕는 봉사 활동은 물론 남의 선행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 기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이다.

봉사활동 중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송경애 대표. 생활 속 나눔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나눔이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죠. 나눔의 기적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송 대표는 “나눔은 우리를 진정한 부자로 만들어 주며, 나누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누구이며 또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된다”고 한 마더 데레사의 어록을 소개했다. 그는 이 말을 “나눔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늘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화두”라고 했다.

“어린시절 나의 롤 모델은 수녀님이었어요. 장래 희망으로 수녀님이 되겠다고 얘기하곤 했죠. 집 근처에 고아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수녀님 모습이 어린 내 눈에는 천사처럼 느껴졌었죠. 그래서 어른이 되면 수녀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 꿈이 바뀌어 이제는 한 기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의 삶을 살고 있고, 비록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수도자들에게서 보았던 헌신의 삶은 “내가 베풀 수 있는 사랑을 이 세상에 나누어주고 싶다”는 신념의 디딤돌이 되었다.

앞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우며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힌 송 대표는 구체적으로는 남편과 함께 은퇴 후 나눔과 봉사를 위해 온전히 살고 싶다고 했다. 그 구체적인 기틀이 될 재단 이름도 미리 만들어 두었다. 두 아들의 이름의 앞 글자를 딴 ‘A&W 재단(Andrew & Walter Yoo Foundation)’이다. 현재는 필요한 재원을 차근차근 모으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또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서 여행을 통해 나눔과 봉사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기부 여행 상품도 기획하고 있다.

긍정의 마음을 늘 갖는다는 송 대표. 생각이 바뀌니 내 삶이 행복해지고 행복해진 삶은 일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단다. 그의 책 제목 중 ‘나는 99번 긍정한다’는 말도 이 같은 생각에서 연유된 듯하다.

“밝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다보니 삶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부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긍정의 힘을 믿으세요. 잘 모르지만 그것도 하느님이 주신 선물 아닐까요.”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