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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소공동체 20년] (4) 소공동체의 이해 ③ 아시아의 소공동체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2-01-31 수정일 2012-01-31 발행일 2012-02-05 제 2781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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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 아시아 최초 소공동체 탄생. 지연·혈연에 근거한 공동체. 주교회의 중심축으로 운영
인도 - 교구 중심 소공동체 운영. 사제의 적극성이 성공 요인
미래 주역 아시아교회에서 소공동체 꽃 피우다
아시아 지역은 다른 대륙과 달리 지리적·민족적·문화적·종교적으로 다양한 50여 개 국가로 구성돼 있다. 필리핀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소수를 차지한다.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필리핀에만 6천만 명에 가까운 가톨릭 신자들이 집중돼 있고 그 외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한국 지역에 신자들이 분포돼 있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1% 미만의 소수 집단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아시아교회는 제삼천년기 보편교회 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갈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현실과 기대만큼 소공동체의 시동과 전개 양상도 특별하고 그 귀추 역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주교회의(FABC) 차원에서 소공동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1990년 제5차 인도네시아 반둥아시아주교회의였다. 이때 총회는 ‘아시아 안에서의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a new way of being Church in Asia)’을 ‘공동체들의 친교(communion of communities)’로 규정했다.

이 기간 동안 FABC는 ‘공동체들의 친교’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로 룸코연구소의 ‘소공동체’ 사목 모델과 프로그램들을 소개했고 아시아 주교들은 이 방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자리는 한국을 비롯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 아시아 주교들에 의해 표명된 ‘공동체들의 친교’와 ‘참여하는 교회’ 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룸코연구소의 ‘소공동체’ 사목 모델을 원용하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후 2000년 타이 샴프란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 주교회의에서는 ‘아시아교회의 쇄신과 사랑과 봉사의 사명’이라는 주제로 아시아교회 쇄신의 전망과 의미를 제시하고 사랑과 봉사의 사명 수행에서 부딪치는 문제와 도전들에 대해 다루면서 소공동체 육성을 언급했다.

이때 아시아 주교회의는 “사랑과 봉사의 사명을 위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공동체들의 공동체가 되고자 하는 깊은 열망을 나타내야 하며 그러한 사명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교회 기초공동체에 바탕을 둔 소공동체 그리고 교회 단체들”이라고 밝히면서 소공동체의 중요성을 거듭 천명했다.

아시아 소공동체 정착의 구심점이 된 아시파(AsIPA, As-ian I-ntegral P-astoral A-pproach : 아시아의 통합적인 사목 방법)는 아시아 주교회의에서 천명된 교회의 새로운 비전 실현 방안 모색을 위한 자구책의 부산물이다.

1990년 반둥회의 이후 1993년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평신도사무국과 인간발전사무국 주최로 자문협의회가 개최됐는데 이 회의에는 평신도사무국 의장과 두 사무국의 총무 그리고 각 나라의 주교·성직자·수도자·평신도들도 참가했다. 회의 동안 참가자들은 교회의 새로운 비전을 수행할 수 있는 아시아교회에 적합한 방안들을 모색했다.

아시아에서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목적인 과정, 즉 아시파(AsIPA)는 이 자리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탄생된 아시파는 아시아교회 안에서 소공동체가 정착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현재 아시아의 통합적인 사목방법을 연구 보급하고 있는 아시파는 아시아 소공동체 담당자들의 네트워크를 조직, 아시아지역 소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아시파 총회에서 보고된 각국 소공동체 현황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국가에서 ‘공동체들의 친교’ 및 공동 책임의 ‘참여하는 교회’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소공동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은 아시아 각국 교회 안에서 소공동체가 전개된 사례들이다.

아시파 제5차 총회(2009.10.20~28)에 참가한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한국 참가단이 아시아 각국 신자들과 함께 그룹을 이뤄 복음나누기를 하고 있다.

필리핀

아시아에서 소공동체에 대한 개념이 제일 먼저 대두된 곳은 필리핀이다. 필리핀에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라틴 아메리카의 기초교회 공동체 영향을 받아 1960년대 중반부터 기초교회 공동체가 태동했다.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라틴아메리카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필리핀에서 주교들은 1970년대부터 기초교회 공동체에 사목적 우선권을 두었다.

1992년 개최된 필리핀 주교회의 제2차 총회는 ‘친교의 교회’와 ‘기초교회 공동체’의 경험과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여기에서 주교들은 “일치 참여 사명으로서의 교회 그리고 예언자직 왕직 사제직을 수행하는 사람들로서의 교회와 가난한 교회에 대한 우리의 비전은 오늘날 기초교회 공동체 운동들 안에서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으며 “다른 여러 형태의 작은 신앙 공동체들이 있지만 기초교회 공동체야말로 교회 쇄신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표현들이다”고 천명했다. 이같이 주교회의가 중심축이 되어 시도되었다는 점에서 필리핀 기초교회 공동체는 독특함을 가진다.

450여 년의 식민지 생활 그리고 7천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지역적 여건, 100여 개나 되는 언어, 다양한 부족 모습 등 상대적으로 여러 열악한 조건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기초교회 공동체가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필리핀 특유의 지연이나 혈연으로 묶여진 소규모 단위의 생활 모습이었다.

필리핀에서의 기초교회 공동체는 이같은 고유의 가정 공동체적인 조건과 결부되면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모임 특성에 따라 BEC(기초교회공동체), BHC(기초인류공동체), BCC(그리스도교 기초공동체) 등으로 불리는데 최근에는 훼손된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BCC(기초피조공동체, Basis Creature Community)가 형성되기도 하는 등 시의적절하게 토착화된 소공동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2009년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파 제5차 총회 참가자들의 모습. 아시파는 아시아 주교회의에서 천명된 교회의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탄생됐고, 아시아 소공동체 정착의 구심점이 됐다.

인도

주교회의가 중심이 되었던 필리핀과 달리 인도에서는 교구 중심의 소공동체 모습이 눈길을 끈다.

특히 망갈로르교구가 대표적인데, 이 교구에서는 1989년 교구 사제사목협의회를 통해 모든 본당은 적어도 3년 이내에 하나의 소공동체를 시작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 교구의 경우 룸코식 복음나누기의 공동개발자인 오스왈드 히르마 주교가 지도하는 전국 단위 룸코식 복음나누기 훈련과정에 다섯 명의 교구 사제가 참가한 후 룸코식 복음나누기 교육을 전 교구 사제들에게 확산시켰고 이후 1989년에는 소공동체 전담 사제를 임명했다.

망갈로르교구는 인도교회 안에서도 비교적 소공동체가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몇 가지 제도적인 요인과 사제들의 적극성이 주효한 뒷받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복음나누기 7단계 방법을 모든 소공동체 모임의 기본으로 만들었으며 이 밖에 사제들이 평신도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소공동체 모임에 항상 참석하는 여건을 만들었다. 또 8천여 명에 이르는 평신도 지도자들이 본당 사목위원이나 단체 회원으로 활약하면서 본당 활동의 중심에 있었고 대다수 본당들은 사목협의회 산하에 소공동체 위원회를 설치, 소공동체를 본당의 주요 사목 안건으로 다루었다.

교구 차원에서도 소공동체 전담 사제 및 각 지구별 소공동체 대표 사제를 임명하고 동시에 지구 내 소공동체 운영 점검을 위한 본당 사목 방문을 실시하는 등 사제들의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도 망갈로르교구 안젤로본당의 소공동체 모임 모습. 1989년 교구 사제 사목협의회를 통해 모든 본당은 적어도 3년 이내에 하나의 소공동체를 시작해야 한다고 결의한 망갈로르교구는 인도교회 안에서도 소공동체가 성공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