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명예기자의 눈]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 / 조정현 명예기자

조정현 명예기자
입력일 2012-01-31 수정일 2012-01-31 발행일 2012-02-05 제 2781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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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 명예기자
어느 나라에서 잔치를 벌이게 됐다. 왕은 백성들에게 잔치에 쓰일 술을 가져오라고 명했다.

한 백성이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들 술을 가져 올테니 나 하나쯤 물을 가져가도 아무도 모를 거야.”

드디어 잔칫날, 백성들이 가져온 술을 모아 잔칫상에 내놓았다. 그런데 그것은 모두 물이었다.

지난해 대림기간, 본당 신부님과 구역판공을 위해 각 구역을 방문하게 됐다. 가장 중요한 일은 빈자리로 남아있는 구역장과 반장들을 뽑는 일이었다. 그런데 대부분 교우들의 대답이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왜 내가?”

“시간이 없어서….”

“나는 능력이 없어서….”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과 똑같은 대답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실 봉사라는 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때로는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괴로움이 따르기도 한다.

따라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란다. 때로는 내가 빠져 나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밀어넣기도 한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끼게 된다.

예수님은 잔치를 위해 물을 술로 만든 기적을 행하셨는데 우리는 술을 물로 만들어 잔치를 망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늘 자기가 지고 가는 십자가가 너무 크다고 불평하였다. 그래서 그는 조금씩 십자가를 줄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가벼워진 십자가에 기뻐하며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깊은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의 십자가를 다리 삼아 건너갔다. 그러나 그의 십자가는 너무나 짧아져 있었기에 저 먼 건너편으로 갈수가 없었다.

새해 머리에 다시 다짐해 본다.

“우리 중에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어차피 해야 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조정현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