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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소공동체 20년] (2) 소공동체의 이해 ①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2-01-10 수정일 2012-01-10 발행일 2012-01-15 제 277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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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나타나는 보편교회적 현상 ‘소공동체’
교회 쇄신·성직자 부족 등 각국 사회·교회 상황따라 소공동체 탄생·모습 다양
‘소공동체’ 용어 의견 분분 교회 특성·정체성 포함한 ‘기초교회공동체’ 주장도
1991년 ‘소공동체란’ 주제를 다룬 노트르담대학교 국제협의회에서는 소공동체가 ‘많은 이름과 얼굴을 지닌’ 세계적 현상임을 인정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보편교회 안에 존재하는 명칭과 용어들이 2,846개에 달했다. 그만큼 많은 교회들 안에서 소공동체가 형성되고 발달됐다는 의미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교회의 소공동체는 1992년 서울대교구가 아프리카 룸코(Lumko) 프로그램을 원용한 복음나누기 프로그램을 보급하면서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교회의 소공동체 활성화 노력의 배경이 된 소공동체의 모습들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한국교회 소공동체 여정 20년의 이해를 돕는 의미에서 기초교회공동체의 기원이 된 라틴 아메리카 교회의 소공동체를 비롯, 각 지역 교회들의 소공동체 형성 과정을 알아본다.

● 지역 교회별 소공동체

세계 여러 지역교회에서 시도하고 있는 소공동체의 모습은 다양하다.

‘기초교회공동체’ 개념이 처음 드러난 라틴 아메리카는 사회 정치적인 억압과 착취, 극심한 빈곤 상황을 극복하려는 사회 정의와 해방 운동이 기초교회공동체 발생의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프리카에서는 사목자 부족을 극복하고 신자들의 미성숙한 신앙 의식을 의식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도권이 소공동체에 사목적 우선권을 두고 위에서부터 추진한 특징을 보인다.

세계 여러 교회에서 시도하고 있는 소공동체의 모습은 다양하다. 아프리카에서는 사목자 부족을 극복하고 신자들의 미성숙한 신앙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공동체에 사목적 우선권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아프리카 수단의 공소 모습.

■ 라틴 아메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소공동체 즉 기초교회공동체는 1956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바라 도 피라이(Barra do pirai)교구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교구에서는 로씨 주교에 의해 공동체 복음화 운동이 일었다. 계기는 사제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몇 명의 교리교사를 선발, 공동체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훈련시키는 데서 비롯됐다. 지도자들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람들을 모아 함께 기도하고 하느님 말씀을 듣게 하면서 공동체를 이끌었다.

한편 나탈(Natal)교구에서는 기초 교육 운동이 전개됐다. 라디오 방송을 통한 의식화교육이었는데 이 같은 교육에 의해 생겨난 공동체들을 기초공동체로 불렀다.

이 같은 공동체 운동이 번지면서 브라질 주교회의는 기초교회공동체 육성의 일환으로 3개년 비상계획을 발표, 1965년에는 기초공동체 형성을 위한 제1차 전국 5개년 사목계획(1965~1970)을 수립했다. 국가 단위에서는 처음으로 기초교회공동체 운동이 공식화 된 것이다.

파나마교회에서는 창의적 사목을 시도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기초공동체가 생겨났다. 1963년 주교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파나마대교구의 산 미구엘리토본당에서 바닥교회 형태의 공동체가 출범하는 기록을 보인다.

이러한 기초교회공동체 운동은 1968년 메델린 라틴 아메리카 주교회의를 계기로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파급됐다. 주교회의에서 사목적 신학적 반성과 함께 기초공동체를 하나의 완전한 교회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 계기였다.

이는 또한 전 보편교회가 기초교회공동체 형성에 관심을 가지는 단초이기도 했다.

이후 기초교회공동체는 라틴 아메리카 교회의 주요 사목 정책으로 채택됐으며 1974년 열린 제3차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에서도 공식적으로 알려지고 복음화의 유효한 수단으로 선포됐다. 기초교회 공동체운동이 아프리카·아시아 등 다른 제3세계에 널리 확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메델린회의 이후 ‘해방하는 복음화’ 주제로 10년 만에 열린 푸에블라회의에서는 기초교회공동체 체험이 보다 신학적으로 심화되어 성찰됐으며 ‘기초교회 공동체 운동이 기본적인 복음화 길’로써 선언되어졌다.

당시 약 2백만 명의 가톨릭신자들이 기초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는 현실의 중요성을 라틴 아메리카 주교단이 직시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 교회의 기초교회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눈여겨 볼 점은 브라질에서 가난한 이들에 의해 아래로부터 자생적으로 발생한 기초교회공동체들이 몇 명 주교들의 사목적 지원을 통해 더욱 활성화 돼 확산됐고, 이에 브라질 주교회의가 체계적인 사목 정책으로 지원함으로써 대륙 전체에 퍼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평신도 주축으로 발생한 기초교회공동체를 주교회의에서 정책적으로 인정하고 강화하게 되면서 ‘교회 안의 기초공동체’라는 공고한 지위가 부여된 것이라고 평한다.

라틴 아메리카 기초교회공동체의 기본적인 일반 구성 요소는 ‘성서’, ‘공동체’, ‘현실(생활)’, ‘기도’ 등이었다. 이 중에서도 성서묵상과 나눔이 큰 성과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다.

‘Relectura(리렉투라: 새로운 눈으로 읽는다)’라고 일컬어지는 성서읽기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읽고 성찰하고 나누는 작업은 라틴 아메리카 신자들이 하느님 역사하심과 그리스도인들의 응답을 이해하는데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고, 본질적으로 개인적이기보다는 공동체적인 성서의 영성을 배울 수 있게 이끌어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장엄미사가 교황 베네딕토 16세 주례로 봉헌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각국들은 식민지사?독립운동사를 거쳐 현재의 독립국이 되었지만 독립 후에도 쿠데타와 독재정치에 시달려왔다. 이러한 사회?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억압과 착취, 극심한 빈곤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발생, 이것이 기초교회공동체 발생의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 소공동체 용어에 대하여

소공동체 vs 기초교회공동체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먼저 ‘기초 공동체(Basic Community)’라고 불렀다. 이 명칭은 브라질교회를 중심으로 실시한 의식화 교육 프로그램, ‘기초 교육 운동’의 결과로 생긴 작은 공동체에서 유래한다.

이후 비종교적인 집단과 구분하기 위해 ‘기초 그리스도인 공동체(BCC : Basic Christian Community)’라는 말이 생겨났고 후에 교회적인 본질을 강조하기 위해 ‘기초교회공동체(BEC : Basic Ecclesial Community)’로 부르게 됐다. 여기서 ‘기초’의 의미와 특징은 ‘교회의 기초세포라는 것’, ‘그리스도의 기초로 돌아간다는 것’, ‘사회의 기초인 가난한 삶들에 속했다는 것’, ‘교회의 기초인 평신도에게 속한 것’ 등을 나타낸다. 또한 교회라는 말은 기초교회공동체가 단순히 사회적·정치적·심리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 공동체가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 토대를 둔 공동체라는 뜻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으로 하느님 백성의 사명을 수행하고 보편교회와 친교를 이룬 공동체를 뜻한다.

유럽·아메리카·아시아 지역에서는 ‘기초 그리스도인 공동체(BCC)’라는 말을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기초교회공동체(BEC)’나 ‘작은 그리스도인 공동체(SCC:Small Christian Community)’라는 말을 함께 쓰고 있는 경향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작은 그리스도인 공동체(SCC)’라는 말을 사용하고 불어 지역에서는 ‘살아있는 교회공동체’라 부른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기초공동체’ 표현을 주로 사용했으나 1990년대 들어와 ‘기초공동체’와 ‘소공동체’라는 말을 혼용했다. 1993년 서울대교구에서 “한국 교회에 적합한 용어를 모색해 가되 우선 ‘소공동체’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기로 결정, ‘소공동체’ 용어가 일반화되면서 정착되는 과정을 보인다.

그러나 한편 ‘소공동체’라는 표현이 공동체의 작은 규모만을 나타낼 뿐 교회 공동체의 고유한 특성과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해 적합한 용어로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시노드에서도 ‘소공동체’와 ‘기초교회공동체’ 용어 중 어떤 것을 사용할 지 결론을 내지 못한 가운데 연구과제로 돌렸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