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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일치(에큐메니컬·Ecumenical) 운동이란?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2-01-10 수정일 2012-01-10 발행일 2012-01-15 제 277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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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일치는 하느님이 주신 은총의 선물”
교황청 일치위원회가 펴낸 ‘교회일치운동의 원칙과 규범의 적용에 관한 지침서’(1993. 5. 25)는 ‘교회일치운동은 성령을 통하여 인류를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과 일치에로 인도하고자 원하시는 하느님의 설계에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을 교회의 신비에 대한 신앙에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신자들에게 ‘분명히 사랑을 가지고 모든 다른 그리스도인에게 손을 뻗치고 그들을 서로 갈라놓는 것이 무엇이든지 진리 안에서 극복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라’고 요청한다.

천주교를 비롯해 교회일치에 나서고 있는 그리스도교 교단들은 교회일치운동의 근거를 성경에서 찾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잡히시기 전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 11)하고 기도하신다. 이어서 이런 기도를 드리는 이유를 제자들이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이자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렇듯 교회일치는 갈수록 거세지는 세속화의 흐름 속에서 진리 자체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거룩하게 되고 참 기쁨을 누리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복음을 믿는 이들이 그리스도께 가까이 다가갈수록,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는 사상이 교회일치운동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한국교회 일치운동 발자취

우리나라에서 교회일치운동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1965년 7월 4일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교회일치운동을 결의하고 ‘전국 그리스도교 재일치위원회’를 설립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어 1968년 일치기도주간을 맞아 처음으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가톨릭과 개신교 합동기도회를 열고, 교단 대표자 간담회도 개최했다.

일치운동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일 가운데 하나가 성서 공동번역 사업이었다. 한국교회는 1968년 가톨릭과 개신교 대표로 공동번역위원회를 구성해 1971년에 공동번역 신약성서를, 1977년에 공동번역 구약성서를 펴냈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전된 1990년대 들어 교회일치에 대한 인식과 참여도는 떨어졌고, 각 종단이 성장 위주의 공격적인 선교정책을 펼침으로써 타 종단에 대한 거부감마저 높아져 일치운동은 뒷걸음치는 모습마저 보였다.

2000년 대희년을 기점으로 교회일치운동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해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회의’를 발족시키는가 하면 에큐메니컬 포럼을 개최하고, 가톨릭과 개신교의 성직자는 물론 신학생 등이 다양한 교류 행사를 이어오면서 일치의 지평을 넓혀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일상에서는 갈라진 형제들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이 팽배해있는 게 현실이어서 일치운동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실제 일치운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직접 참여하는 사례는 더 적어 유년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