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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49. 스물 세 번째 가정 - 경기도 의정부 김온 할머니 (하)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1-12-07 수정일 2011-12-07 발행일 2011-12-11 제 277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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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행복하고, 감사할 뿐이에요”
화장실 방 안으로 옮기고
이중창·연탄보일러 설치해
따뜻한 새 보금자리로 변신
김온 할머니는 공사가 끝나고 바로 침대 맡에 재봉틀을 가져다 놓고 소일거리를 시작했다.백내장 수술과 노안으로 예전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없지만 남편과 자식들을 떠나 보내면서 망연자실했던 마음은 공사 후에 다시 용기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기뻐했다.
김온(헬레나·80·의정부 고양동본당) 할머니에게 ‘집’은 전부다. 보금자리이자 가족이고, 보호자다. 그렇게 의지하며 살아가길 6년이었다. 100년 가까이 된 집은 김 할머니에게 완벽한 보금자리가 될 수 없었다. 보일러도 고장 나 방은 냉골이었고, 3년 전 깨진 고관절로 움직임이 불편한데 화장실도 외부에 있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집은 탈바꿈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공사가 마무리 된 것.

새롭게 변신한 김온 할머니의 집을 찾아갔다.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초가을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던 바닥은 ‘빵빵’한 연탄보일러 덕분에 집 밖의 추위도 무섭지 않다. 게다가 갈라진 틈으로 바람이 들어와 유명무실했던 벽도 전부 고치고 이중창까지 설치했다. 덕분에 외풍이 없어졌다. 지독한 한파가 예상되는 올겨울도 든든하게 견딜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방 안에 새로 생겼다. 움직임이 불편한 할머니에게는 이것처럼 기쁜 소식도 없었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얼마나 불편했는지 몰라요. 여름에 샤워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어요. 임시방편으로나마 수건을 물에 적셔 닦아냈죠. 근데 이렇게 화장실이 방 안에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할머니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팔십 평생 이렇게 감사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황소고집이던 남편도 죽고, 자식들도 떠나면서 망연자실한 마음으로 살아갔다. 하지만 이번 사랑의 집 고쳐주기로 다시 용기를 찾았다. 공사가 끝나고 바로 김 할머니는 소일거리를 시작했다. 침대 맡에 재봉틀을 가져다 놓았다. 할머니가 사 남매를 대학 보내고, 유학까지 보낼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었다. 할머니의 솜씨를 아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일을 가져다준다. 백내장 수술과 노안으로 예전처럼 많은 일을 할 수 없다. 그래도 적지만 용돈이라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할머니는 신이 난다.

이번 기회에 좋은 친구도 생겼다. 공사 때문에 갈 곳이 없었던 할머니에게 의정부 고양동본당의 한 교우가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교우의 제안으로 할머니는 20일 동안 편하게 그 집에서 머물 수 있었다. 30년 간 레지오 단장을 했다는 교우를 위해 할머니는 매일 기도한다고 했다. 사랑으로 가득 찬 할머니만의 감사 선물이다.

할머니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조끼를 뜨고 있다고 했다. 고양동본당 주임 김종성 신부에게 줄 조끼다. “더디지만 정성을 다해서 한 올 한 올 뜰 생각이에요. 이렇게 좋은 집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시고 관심 가져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해요. 너무 감사한데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매일이 행복하고 그냥 감사할 뿐이에요”

김온 할머니 집은 새롭게 설치한 연탄보일러 덕분에 따뜻해졌고, 벽도 고치고 이중창까지 설치해 외풍은 없어졌다.

3년 전 깨진 고관절로 인해 외부에 있던 화장실 다니기에 무척이나 힘들었던 할머니는 이제 새롭게 만들어진 내부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샤워도 할 수 있게 됐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