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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 고쳐주기] 47. 스물 네 번째 가정 - 부산 유재선 할아버지 (상)

정정호 기자
입력일 2011-11-02 수정일 2011-11-02 발행일 2011-11-06 제 2769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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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이면 비샐 걱정에 한 숨도 못자”
열 평 남짓한 낡은 집 겨울난방은 전기장판뿐
어려운 환경에도 신앙생활만큼은 타의 모범
부산교구 총대리 손삼석 주교(맨 오른쪽)를 비롯해 가톨릭신문사 사장 황용식 신부(맨 왼쪽), 세정나눔재단 이사장 박순호 회장 등 관계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주간 이기수 신부, 유재선·원금순씨 부부, 초량본당 주임 이영훈 신부, 부산교구 사회사목국장 김영환 신부(오른쪽부터) 등 관계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10월 26일 오전 11시 부산시 동구 초량동 유재선·원금순씨 부부의 집에서 열린 스물 네 번째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 가톨릭신문사가 주관하고 세정나눔재단이 후원하는 이날 사랑의 집 고쳐주기 축복식에는 부산교구 총대리 손삼석 주교를 비롯해 가톨릭신문사 사장 황용식 신부와 주간 이기수 신부, 세정나눔재단 이사장 박순호 회장, 부산교구 사회사목국장 김영환 신부, 초량본당 주임 이영훈 신부와 신자들이 기쁜 마음으로 함께했다.

축복식을 주례한 손삼석 주교는 “오늘 이 사랑의 집 고쳐주기를 통해서 하느님 사랑을 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 사업이 온누리에 전해지고 더 아름답게 펼쳐지길 기도하며, 아울러 여기 사는 이들과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빈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재선(요한·90·부산 초량본당) 할아버지는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단다. 너무도 열악한 환경 속에 지내면서도, 더 나은 보금자리를 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어려운 처지였기에 더욱 그랬다.

황용식 사장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평생 열심히 살아오신 노부부께서 앞으로 깨끗하게 수리된 집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다”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이러한 사랑의 손길이 곳곳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퍼져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가니 할아버지 집 입구가 나왔다. 60여 년이나 된 10평 남짓한 집.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통로를 지나 집 안으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과 방 안의 차이가 별반 없었다.

지붕과 벽이 있고, 문과 창문이 달려 있다는 것만 놓고 본다면 분명 집이 맞기는 했다. 하지만 추운 비바람을 막아주고 온종일 지친 몸을 편하게 누일 수 있는 안락한 보금자리라고 보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천장은 움푹 내려앉아 비가 오는 날이면 한시도 걱정을 내려놓을 수 없었고, 오래된 창문은 굳이 한겨울 칼바람이 아니더라도 찬 기운을 막아내지 못할 만큼 낡아 있었다. 엄동설한에도 기름값 걱정에 보일러 한 번 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전기장판 하나로 긴 겨울을 난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했다.

원금순(안젤라·76) 할머니는 “비가 샐까봐 매일 걱정 속에 살았는데, 이렇게 도와주시니 너무 너무 감사하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떨궜다.

어두컴컴한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세탁기 한 대와 가스레인지, 그리고 벽에 걸쳐있는 낡은 찬장이 전부였다. 다른 살림살이를 놓을 형편도 안 될뿐더러, 공간도 협소해 다른 것을 들여놓을 수도 없었다. 안방과 연결된 부엌문은 늘 열려 있었다. 오래된 나무문이 뒤틀려 열고 닫기가 힘들기 때문이란다.

바깥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도 상황이 열악하긴 마찬가지. 다리가 불편한 노부부가 사용하기엔 여러모로 불편했다. 그나마 임시방편으로 의자를 설치해 쪼그려 앉는 것보다 조금 나은 수준임에도 할머니는 “그래도 저렇게 해놓으니 훨씬 편해졌다”며 웃음을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사시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미소였다.

할머니는 양쪽 다리가 모두 불편해 이미 한 차례 수술을 받기는 했지만, 다른 한쪽은 이제 수술 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할아버지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지팡이에 의지한 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지하철 입구에서 행상을 한다. 편지지, 핀, 고무줄 등 잡화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하지만 두 부부는 열심한 신앙생활로 고통을 인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본당의 신자들은 모두 “레지오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시고, 두 분이 얼마나 열심히 신앙생활 하는지 모른다”며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그동안 힘들게 살아오면서도 누구보다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해 온 노부부. 이들에게도 이제 따스하고 아늑한 보금자리가 생길 것이다. 비오는 날마다 비가 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추운 겨울 창문 틈새로 파고드는 찬바람도, 사용하기 불편한 화장실도 이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맑은 가을 하늘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처럼 노부부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꽃이 피어날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 사랑의 집 고쳐주기 문의

서울 : 02-778-7671~3

대구 : 053-255-4285

추운 비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집 구조. 엄동설한에도 전기장판 하나로 긴 겨울을 난다.
세탁기 한 대와 가스레인지, 낡은 찬장이 전부인 부엌. 공간이 협소해 살림살이를 놓기도 버겁다.

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