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설정 50주년 특집] 제2대교구장 김남수 주교의 회고록 (14·끝) 교구장 사임

정리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1-11-02 수정일 2011-11-02 발행일 2011-11-06 제 276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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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주교직 수행”
내가 처음 수원교구로 발령을 받아 올 때는 한 10년 하겠지 했는데, 하고 보니 어느새 23년 동안이나 있었고, 그런데도 아직 멀쩡하다. 내가 주교 서품 20주년을 맞이하는 해(1994년)에 이미 승계권을 가진 보좌주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황대사관에 요청했었다.

수원교구는 그때 한창 서울에서 뻗어 나오는 신자들을 수용하기에 바빠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였으니 교구 발전을 위해서도 더욱 보좌주교가 필요했으며, 보좌주교가 나면 일선 사목자들에게 많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996년 1월 1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로부터 최덕기 주교님의 임명장이 나왔다. 그래서 2월 22일 내가 최 주교님께 주교서품을 주었다.

최 주교님과 함께 교구를 운영하면서 나는 이제 사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1996년 11월 ‘이제 보좌주교도 와있으니까 수원교구장직을 물려주고, 건강이 허락되면 만주교회를 돌보고 싶다’고 사임의 뜻을 밝히면서 교황님께 편지를 올렸다.

나는 교구로 보나 나라로 보나 가장 빛나는 시기에 주교직을 수행했다. 내 시대에 우리 수원교구가 급속도로 발전한 것은 좋은데 최 주교님한테 좀 미안하다. 서울교구에서 전입하는 신자들과 신영세자들 관리만으로도 내 시기에는 바빴는데 앞으로 최 주교님은 냉담교우, 열심치 못한 사람, 흔들거리는 신부들 돌보기에 바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우리 한국 경제사정이 무척 어려울 때다. 경제문제는 온 국민이 단합해서 극복해 나가야 하는데 교회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교구는 교구대로 힘들고, 본당은 본당대로 한 30개 성당을 짓고 있으니 그 또한 시대적 상황에 의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나는 달콤한 맛만 보고 이런 어려움과 함께 최 주교님께 인계를 한 것이 조금 마음이 아프다.

이것이 또 최 주교님의 시대적 사명이니까 나는 다만 힘자라는 데까지 옆에서 열심히 도와드려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한다.

■ 그동안 ‘김남수 주교의 회고록’에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2대 교구장 김남수 주교 이임 및 3대 교구장 최덕기 주교 착좌식.

정리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