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전교의 달 기획 Ⅲ] 해외선교 지금 우리는 3(끝) - 여기는 선교 현장, 곽용호 신부(아프리카)·황주원 신부(페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1-10-19 수정일 2011-10-19 발행일 2011-10-23 제 2767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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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마태 28, 19)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명을 따라 한국 가톨릭교회가 전 세계에 파견한 선교사 수가 2011년 6월 현재 총 80개국에 792명을 헤아린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의 오지에서 ‘가서 선포하여라’는 말씀에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발걸음을 옮기는 선교사들의 모습은 곧 한국교회의 선교 소명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호에서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와 남미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곽용호 신부(한국외방선교회)와 황주원 신부(의정부교구)를 인터뷰, 선교사로서의 삶 그리고 선교지에서의 다양한 체험에 대해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 곽용호 신부(한국외방선교회)

“양떼 돌볼 목자가 많이 부족합니다”

현지 선교사 대부분 고령의 유럽교회 출신

한국외방선교회 활동 자체만으로 큰 활력

곽용호 신부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북부 리칭가 교구에서 2500여 명 규모의 마루빠본당 사목을 맡아하고 있는 곽 신부는 마침 3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본국 휴가차 한국에 다니러 온 터였다.

지난 2004년 한국외방선교회의 모잠비크 지부가 결성되면서 그 첫 멤버로 한국을 떠났던 곽 신부는 그 사이 정식 휴가를 두 번 올만큼의 시간을 모잠비크에서 보냈다.

“체질적으로는 이제 조금 적응 된 듯 하지만 말라리아 결핵 등 풍토병을 견디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는 듯합니다. 계속 안고 살아가야할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현 시점에서 전 교회적으로 아프리카의 선교가 제일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곽 신부. ‘경제적으로도 열악한 지역이지만 그만큼 복음화 역시 절실히 필요한 곳임을 실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자 수는 늘어나는데 이들을 돌봐줄 사목자가 많이 부족합니다. 현지의 선교사 대부분이 유럽교회 출신들인데, 이들이 고령화 되면서 사목적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또 성소자 부족으로 대체해 줄 수 있는 젊은 선교사 역시 부족한 처지입니다.”

리칭가 교구에는 꼰솔라따수도회와 한국외방선교회 두 곳에서 선교를 나와 있는 실정인데 꼰솔라따수도회는 진출 100년이 넘은 만큼 현재 활동 중인 회원들 평균 연령이 60세 정도다.

그런 면에서 곽 신부를 비롯 한국외방선교회원들의 ‘젊고 활기찬’모습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현지 교회에 활력을 넣어주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간 선교 활동을 통해 느낀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문화적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크게 느껴지는 점’을 꼽은 곽 신부는, 그와 함께 각 지역 언어까지 습득해야 하는 언어적인 면도 선교 생활에서 느끼는 힘든 부분이라고 밝혔다.

“‘말’이 잘 통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관계가 매끄러워질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 봉착할 때면 힘든 것을 느끼죠. 그때는 한국에 오셨던 선교사들이 겪었을 어려움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고.”

그런 한편 보람도 크다. 바로 신자들이 주는 기쁨이다. 곽 신부는 공소 방문의 예를 들었다. 주2회 공소를 방문하는데, 공소에 도착 했을 때 뭔가 지쳐 있어 보였던 신자들이 미사 봉헌을 하는 동안 점점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목격한다고 했다. 바로 그때가 선교사로서의 정체감을 느끼는 때라고 곽 신부는 설명했다.

“해외 선교사, 아직은 어렵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으라는 말씀을 진정하게 잘 전할 수 있는 선교사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이 시간에 같은 공기를 호흡하고 있으면서도 어렵게 지내는 이들이 의외로 많아요. 그리고 그들 안에도 역시 사랑이 불타고 있습니다. 그 보물을 캐낼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곽용호 신부가 현지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모습. 곽 신부는 아프리카지역이 경제적으로도 열악하지만 그만큼 복음화 역시 절실히 필요한 곳이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 황주원 신부(의정부교구 성골롬반선교회 지원사제)

“손길 필요한 이들에 관심·투신을”

선교활동 통해 또 다른 모습의 하느님 만나

해외선교 힘이 한국교회 풍요롭게 만들어

황주원 신부
“선교는 흐르는 물처럼 더 필요한 곳으로, 물꼬를 열어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국교회 상황과 비교할 때 해외는 너무도 많은 선교사를 필요로 합니다. 또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경제적인 풍요함이 우리를 더 눈멀게 하기 전에 선교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투신을 보여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믿습니다.”

황 신부는 골롬반선교회 지원사제 프로그램을 통해 남미 페루에서 선교사로의 삶을 펼치고 있다. 2002년 페루에 파견, 페루 쿠스코 인근 성 야고보 본당에서 사목활동 중인 황 신부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황 신부는 해외선교란 ‘늘 머리로, 책으로 배운 하느님을 몸으로 만나는 과정’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정해진 형식과 정해진 틀에 계시지 않는 하느님을 뵙는 것”이라고 덧붙인 황 신부는 “또한 선택한 가난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가난의 의미는 경제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느끼는 빈곤함, 새로운 문화를 익히는 아픔 등이 포함되는데 이는 자신을 보게 한다는 것이다.

선교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은 역시 문화적인 것이었다. 황 신부는 “현지인들은 우리가 생각해 보지 못한 역사적 배경과 환경을 지니고 있는데 오랜 식민지 역사 그리고 불안정한 정치 현실, 수탈의 역사 등이 가난을 만들어 냈고 그래서 다른 모습의 사회를 만들어 냈다”면서 “그러한 다른 문화와 환경이 내 안에서 충돌하는 것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그동안 알고 있던, 배웠던 것이 다 옳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체험이 새로운 어려움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황 신부는 해외선교를 계획하고 있거나 지원 의사가 있는 이들에게 “관심이 있을 때 나오라”고 말했다. “관심은 곧 성소”라고 강조한 황 신부는 “하느님께서 모두를 해외성소로 이끄시지는 않고 약간의 용기도 필요하겠지만 그 선택 받은 혹은 선택한 현장에 이미 하느님이 계시며, 또 다른 모습의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관심 있는 이들을 격려 지원하는 것과 함께 신학생들, 그리고 본당 차원에서 방학 시간 등을 이용해서 선교 체험을 보내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교지를 보는 것이 먼저”라고 밝힌 황 신부는 “많은 이들이 유럽만 보고 싶어하지만, 세계에 어려운 현장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부르심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인이 우리와 한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또 조직으로 함께하고 도움을 주려는 면은 한국교회가 아직 부족한 듯합니다. 교회 당국과 신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후원하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해외 선교의 힘이 한국교회를 더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페루교회의 큰 축제중 하나인 세례자 요한 성인상을 메고 행렬을 하고 있는 황주원 신부. 황 신부는 해외선교란 “늘 머리로, 책으로 배운 하느님을 몸으로 만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