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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의 달 - 냉담 교우 특집] 주교회의 복음화위 냉담 교우 회두 세미나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1-10-12 수정일 2011-10-12 발행일 2011-10-16 제 2766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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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인 신자 성화 계획안 연구, 개발해야”
신앙심 증진에 도움주는 교육과 사목적 배려 필요
판공성사 기준의 탄력성·상설 고해서 마련 등 제안
냉담 교우 회두는 새로운 복음화 위한 중요한 과제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이병호 주교가 주제 발표에 앞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예비신자 감소와 냉담자 증가’의 문제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교회가 양적 증가 질적 성숙 결핍이라는 현상 속에 계속적인 화두로 안고 지녀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교회의 냉담 교우 현황은 2009년 주교회의 교세 통계를 따를때 전체 신자 중 27.6%의 수치를 보이고 있는 처지. 10명 신자 중 3명에 가까운 신자들은 교회를 등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 안에서 냉담 교우들의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 또 그 원인은 무엇이며 사목적 대책은 어떻게 마련돼야 할 것인지, 논의해 보는 자리가 주교회의와 수원교구 차원에서 각각 마련됐다.

특히 2012년 10월 로마에서 열리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앞두고 전 교회적으로 그 주제인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마련된 이들 행사는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의 내적 복음화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의미가 됐으며 냉담 교우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촉구하고 다각적이고 실제적인 대안 마련을 모색했다는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10월 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꼬스트홀에서 ‘새로운 복음화와 냉담교우 회두’를 주제로 열린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위원장 이병호주교) 세미나는 서울대교구를 비롯 대구 대전 전주 광주 춘천 등 전국 10개 교구에서 430여 명이 참석, 냉담 교우 문제에 대한 각 교구 본당의 지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김기화 신부가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주최 세미나에서 ‘냉담 교우를 위한 영성적 제안’ 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기화 신부(성마리아와 열두사람 공동체 총원장)의 ‘냉담 교우들에 대한 영성적 제안’주제 발표로 시작된 세미나는 이어서 개인별 본당별 냉담교우 회두 권면 체험 사례 발표와 전 참가자들이 함께 참여한 그룹토론 발표로 계속됐다.

특히 그룹토론 발표는 복음화위원회 측에서 마련한 10개의 토론 사항을 전 참가자들이 함께 토의하고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주최측과 참가자들이 냉담교우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열린 논의의 장으로서 큰 호응을 얻었다.

‘냉담 교우를 위한 영성적 제안’ 내용으로 주제 발표에 나선 김기화 신부는 가톨릭신문사가 조사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등 기존에 발표된 냉담 교우 관련 자료들을 영성 신학적 관점에서 분석 재해석 하고 이를 토대로 냉담 교우 문제에 대한 제안을 시도, 눈길을 모았다.

김 신부는 우선적으로 냉담 교우 실태 문제를 다루는 가운데, “그간 교회 내에서 진행된 ‘냉담 교우’에 대한 조사 방법이 계량화를 목적으로 주로 양적인 수치를 계산하고 경향을 파악하는 방식이어서 정성적 정보(qualitative data)를 습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해 냉담 교우에 대한 모든 판단과 해석 진단이 철저히 수량에 의해 판단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또 주일미사 참례 비율과 냉담 교우 문제의 연관성을 제시하고 “현대 가톨릭 신자의 일상 가정생활 방식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신자들이 집안일과 업무로 매주 주일미사를 참례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처한 다양한 현실에서 신앙심을 증진시키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새로운 신앙생활 교육과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1996년 서울 한강본당에서 조사한 내용을 예로 든 김신부는 “주일미사에 불참할 경우 계속 일한다는 24.4%의 신자는 교회 행정상 냉담 교우로 분류되었을 확률이 아주 높은데 이들은 교무금도 잘내고 그래도 시간이 나면 주일미사에 참례하면서도 스스로 냉담 교우라고 생각하며 주일미사에 불참한 것이 죄스러워서 판공성사도 못보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목했다.

김 신부는 ‘교회를 등진 20~40대의 높은 비율’과 ‘가난한 이의 소외’ 문제를 냉담 교우 문제와 연관된 한국교회의 ‘두려운 현실’로 진단, ‘냉담 교우의 연령을 보면 20~40대에서 거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가장 높은 ‘냉담 교우’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는 왕성하게 사회 활동과 경제 활동을 하는 시기에 냉담을 많이 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우려를 표했다.

가난한 이의 소외 문제와 관련해서 김 신부는 “근 30년동안 한국 천주교회에 들어온 새로운 신자는 대부분 한국 사회 중산층이었고 이들이 교회의 중심 세력이 되면서 교회에 들여온 자본주의의 속성인 세속적인 가치도 강조돼 교회가 기능적 측면에서 발전됐고 그 결과 근 20년 동안 한국 천주교회는 교세확장과 새로운 성당 건립에 힘을 기울이면서 영성 생활을 등한시 하는 현상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종합적으로 김 신부는 ‘냉담 교우’를 위한 일반적인 제안을 통해 ‘가정성화의 소공동체 모임’‘기복 신앙에서 개인 성화로’‘성직자의 성화’‘신자들간의 의견 충돌’‘금전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등을 제시했다.

가정 성화와 소공동체 모임 활성화 제안에 대해 김 신부는 ‘우리나라의 종교적 특성은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같은 종교를 가지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므로 가족 구성원이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하면 냉담 교우 발생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면서 ‘또한 소공동체 모임이 잘되면 냉담 교우가 발생하지 않게 되고 냉담교우 였던 신자는 다시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덧붙여 김 신부는 “현대의 모든 신자가 성덕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개인성화 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모든 신자들을 성덕으로 이끈다는 거시적인 ‘개인성화 계획안’이래 다양한 미시적인 ‘개인성화계획안’을 연구하고 개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기화 신부의 주제 발표 후 이어진 냉담 권면 체험에서는 김복순(모니카·서울 길음동본당) 씨와 정상순(엘리사벳·수원교구 오전동본당) 씨가 각각 개인별 체험담을 발표했고 본당 사례에서는 수원교구 산본본당이 소개됐다.

사례 발표 후 6~7명씩 조를 지어 나눔 토론에 나선 참가자들은 ‘진정한 냉담 교우의 신앙생활을 위한 제안’ ‘냉담을 하게 된 실제적 이유는’‘새내기 신자들의 냉담이유는’ 등 10개 주제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그에 대한 결과 발표 시간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냉담 교우의 회두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냉담 교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사목적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판공성사 기준의 탄력성, 고해성사의 부담을 없애는 방법, 24시간 상설 고해소 마련 등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 전 일정을 지켜본 이병호 주교는 폐회사를 통해 “교회가 성숙하려면 모든 형제자매를 받아들이고 서로 주고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나눈 얘기들이 한국교회 전체의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복음화위원회 총무 양해룡 신부는 “선교를 통해 새로운 신자를 입교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세 후 쉬고 있는 신자들을 다시 교회로 오도록 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새로운 복음화 작업 안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수 없다”면서 “세미나를 통해 모아진 의견들이 확산돼서 냉담 교우 회두에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지길 바라며 또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내실화가 앞당겨 질 수 있으면 한다”고 기대를 표명했다.

이병호 주교가 세미나 참석자들과 함께 그룹 토의를 하고 있는 모습.
폐회사에 앞서 이병호 주교의 권고로 세미나 참석자들이 서로에게 안수기도를 해주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