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설정 50주년 특집] 제2대교구장 김남수 주교의 회고록 (13) 생명수호

정리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1-10-11 수정일 2011-10-11 발행일 2011-10-16 제 276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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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로도 고의적 낙태는 죄악”
인간 생명은 신성하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됐고 창조주를 알아 사랑할 수 있으며, 창조주로부터 세상 만물의 주인공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존재다.

최근에 와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형제도 폐지를 외치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세계의 이런 바람을 여전히 역행하는 행위가 있으니 ‘낙태’다. 태아도 인간 생명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도 고의적 낙태는 죄악이 아닐 수 없다.

이따금 주교단에서 낙태죄를 단죄하는 성명서나 교서를 발표하면 한 번 듣고 지나쳐 버렸다. 대부분 사목자들도 주교단 교서를 한 번 낭독하는 정도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신자들의 양심을 너무 괴롭힌다는 자책감마저 느꼈던 것이다. 그 결과 교우들의 낙태율이 외교인들 낙태율에 맞먹는 지경에까지 왔다.

교회의 미래는 산아 장려에 달려있고 성소계발이 곧 교회의 발전이다. 그래서 나는 견진 강론 때마다 아기 낳기에 대해서 강조하기를 빠트리지 않는다. 자유 좋아하는 요즘 젊은 부부들이 자기 자녀의 세례는 그들이 커서 스스로 결정하게 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이런 인본주의 세상에 유아 세례가 얼마나 귀한 전교이겠는가?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창세 1,28).

아직도 땅을 정복하라고 하신 하느님의 명령은 유효하다. 천주교인이 아니어도 옛 우리 조상들은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조차 없다고 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각성하고 하늘에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우리 마음에 제대로 자리 잡을 때 우리의 민족성을 되찾을 수 있으며, 윤리 가치를 회복하고 이 시대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려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정리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