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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인터뷰] 국제 무대 데뷔 25주년 맞은 소프라노 조수미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1-10-11 수정일 2011-10-11 발행일 2011-10-16 제 276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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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 사랑으로 채우는 ‘아름다운 음악가’ 되고파”
“이루고 싶은 꿈이요?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능력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위안과 기쁨 주고 싶어요”
틀·형식 넘어 도전해 온 ‘음악 혁명가’
시련 닥쳐도 하느님 뜻에 모든 것 맡겨
어린이 음악 교육·성가 음반 도전 계획
1986년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이태리 트리에스테의 베르디 극장에서 데뷔, 올해로 국제무대 데뷔 25주년을 맞은 소프라노 조수미씨(소화 데레사). 최근 세계 무대 데뷔 25주년을 기해 국내 팬들을 위한 갈라 콘서트를 여는 한편 새 앨범 ‘리베라(Libera)'를 발표하는 등 음악가로 살아온 25년 은경축의 의미를 되살렸다. 국내외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조수미씨가 가톨릭신문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신이 내린 목소리’‘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목소리’라는 카라얀의 극찬과 함께 콜로라투라의 대가로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에게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주빈 메타 제임스 레바인 로린 마젤 플라시도 도밍고 등과 같은 세계 정상급 지휘자 연주자 및 오케스트라와 함께 세계 유명 무대를 압도해 온 그는 이같은 세계무대 활동 25주년 의미에 대해 ‘또 다른 25주년을 내다보는 시기’라고 운을 뗏다.

“데뷔 이후는 앞만 보고 내달려 오는 과정이었습니다. ‘음악의 혁명가’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틀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도전을 계속해 왔다고 보는데, 늘 고민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많은 분들과 교감할 수 있고 호응 받을 수 있는 음악을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음악적 완성도도 높아야 하기에 늘 쉽다고만 할 수 없는 작업입니다. 그간의 음악적 여정을 되짚어 보며 생각했는데 아직 들려드리고 싶은 조수미의 음악이 많이 있는것 같아요”.

25주년을 기념하는 계획들과 관련, 조씨는 ‘국내 연주에 이어 외국 순회 연주를 기획하고 있고 내년에는 현대 오페라 ‘중국의 닉슨’ 공연등의 계획이 있다’는 소식과 함께 ‘프랑스 러시아 가곡이나 오페라, 또 젊은 음악가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 등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이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 사업이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등도 구상 중이라 했다. 또 ‘세계 곳곳의 불우 어린이들을 돕고자 하는 활동이나 동물 보호를 위한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고 조씨는 전했다.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2012년 여수 엑스포 알리기에도 열심히 참여해서 한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데뷔후의 시간을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그의 말처럼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는 데에는 어떤 내공이 있었던 것일까. 조씨는 ‘하느님께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주셨으니 음악을 통해 미션을 하고 있다’는 나름의 사명감이 무엇보다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을 돌아보며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힘을 얻기도 하고 앞으로 해 나가야 할 많은 것에 대한 비전을 얻는 등 모든 것이 신앙에서 비롯되는 듯 하다’고 .

“제 노래를 듣는 분들은 마음의 위로와 따뜻함을 받는다고 하십니다. 그런 능력을 허락하신 것이 늘 감사하죠. 그같은 감사함 속에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마음으로 노래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면 그 어려움의 이면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 만큼 시련을 통해 나를 강하게 단련시키고자 하는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씨는 그래서 ‘왜 제게 이런 어려움을 주시는지’에 대한 원망보다는 ‘강하게 만드시려는 하느님 계획에 지치고 상처받지 않으며 따르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했다. 그 말 속에서 25년간 세계 정상 무대을 꿋꿋하게 지켜온 강인함의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주일에도 연주를 해야 하는 일정으로 미사를 제대로 봉헌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는 그가 마음이 지칠 때 위안을 얻는다는 성경 말씀은 시편 23장. 가장 감명 깊고 애착이 가는 구절이라고 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는 첫 구절 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름을 느낍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주시는 풍요한 삶, 지친 제 육신과 영혼에 대한 치유, 또 제가 가야할 길을 인도하시는 의미가 모두 담겨져 있는 듯 하죠”.

조수미씨가 영세를 하고 신앙을 갖게 된 것은 성라자로마을 초대 원장 고 이경재 신부와의 만남이 계기였다. 20여년 전 어느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연을 마친 후 무대 뒤로 그를 찾아온 이경재 신부와 만남을 가지면서 가톨릭 신자가 되기로 결심 했다. 조씨는 ‘어떤 의미로 끊임없이 연주 여행을 다녀야 하는 제 일상이 위험하기도 하고, 또 늘 지치지 않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해야 하기에 언제 어디서나 지켜보시고 힘을 주시는 주님께 가까이 가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전했다.

이경재 신부는 늘 연주 여행을 다녀야 하는 그를 위해 우편과 팩스를 이용해 교리교육을 시켰고 마침내 1991년 10월 31일 뉴욕 퀸즈 한인본당에서 소화 데레사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주었다.

영세를 하기 전에도 연주를 앞두고 가까운 성당에 가거나 마음속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기도를 하곤 했다는, 또 이태리 유학 초기에 그가 머물던 집 주인이 매우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매사에 감사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그들 삶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점에서 가톨릭 교회에 대한 호감이 컸었다는 그가 가톨릭 신자로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신앙 여정을 들려주던 조씨는 ‘영세 신부님이셨던 이경재 신부님이나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셨던 것 처럼,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 교회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들려줬다.

‘아름다운 목소리의 귀한 능력을 주신 하느님께 찬미드리는 음반도 내보고 싶다’는 그. 외국에 머물다 보니 한국 교회의 성가나 전통 가톨릭 성가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본인의 역량에 맞는 곡들이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불러보고 싶다는 기대다 .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을 물었다.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능력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는 것 ’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기회가 된다면 어린이 청소년들이 더욱 많은 음악을 접하고 연주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점차 예능교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이 컸어요. 유년기 청소년기에 접하는 예술 세계는 감수성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음악을 더욱 친숙히 접할 수 있는 교육 자료 제작에 참여하거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원하는 일에 적극 참여하고자 합니다”.

그에게 음악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음악인으로 사람들안에 기억되고 싶을까.

“음악은 제 일생을 통해 함께 한 친구이자 제 삶입니다. 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늘 음악과 함께 하기에 행복해요. 음악을 사랑한 사람, 또 노래로써 사람들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차게 했던 아름다운 음악가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수미씨는 앞으로 교회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전했다(사진제공·SMI 엔터테인먼트).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