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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 기획] 화곡본동본당 ‘가톨릭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탐방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1-09-28 수정일 2011-09-28 발행일 2011-10-02 제 276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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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가족 모두에 ‘인기 만점’ 데이케어센터
노래교실·한방진료·종이접기 등 프로그램 다채
청소·목욕·말벗 등 본당 신자들 자원봉사 자처
종교적 안정감과 더불어 가족같은 분위기 장점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11년 현재 554만 명을 넘었다. 전체인구의 11%다. 노인인구가 14% 이상 지역을 고령화사회로 규정하는 UN의 구분에 따라 한국도 곧 고령화사회로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급속도로 증가하는 노인인구에 비해 복지는 형편없다. 학대와 폭력, 사고 등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 한마디로 한국은 노인들이 살기 힘든 나라다. 특히 노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서울시 복지건강본부가 서울형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데이케어센터’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인성 질환을 가진 어르신 또는 노인장기요양 1~3등급을 받은 어르신을 돌보는 센터가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서면 기능과 목적은 상관없이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서울대교구 산하의 센터 건설 현장에서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사를 중단한 곳도 있다.

제15회 노인의 날(2일)을 맞아 본지는 가톨릭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중 한 곳인 화곡본동본당 데이케어센터를 탐방했다. 내 부모님 혹은 내가 이용할 수도 있는 데이케어센터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서다.

화곡본동본당 황중호 보좌신부가 어르신들에게 안수하고 있다.

화곡본동본당(주임 강문일 신부) 가톨릭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는 지난 8월 개소 1주년을 맞았다. 얼마 전 17명이던 정원을 21명으로 늘렸다. 그것도 금세 다 차버렸다. 이곳처럼 정원이 다 차는 경우도 거의 드문 일이다. 그만큼 이용 어르신들과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기자가 찾은 9월 23일은 병자영성체가 있는 날이었다. 본당 황중호 보좌신부가 직접 성당 5층에 위치한 센터를 찾아왔다. 평소에는 어수선하던 어르신들이 이 시간만큼은 조용히 자기 자리에 앉아 있다. 센터장 김정애 수녀를 비롯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직원들은 이런 일이 드물다며 감탄을 연발한다.

이용자들 중에는 신자도 있고 비신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신부가 일일이 안수를 주자 비신자들은 신자들보다 오히려 더 진지한 모습이다.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경건함, 가톨릭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만의 장점이다.

물론 데이케어센터의 장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가족같은 분위기도 화곡본동본당 데이케어센터가 자랑하는 것 중 하나다. 이날 95번째 생일을 맞은 김 모니카 할머니의 생신잔치가 열렸다. 본당 신부와 수녀도 직접 와서 축하해주니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었다.

또한 센터에서는 하루 평균 3가지 이상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노래교실과 나들이는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밖에 한방진료, 웃음치료, 종이접기 등 심리와 정서 신체적 지원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깔끔하게 정리된 복도에는 어르신들이 그동안 작업한 작품들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이런 노력 끝에 어르신들의 건강이 회복되는 사례도 많다. 완전히 회복될 수는 없지만 옛날 기억뿐 아니라 최근의 일까지 기억해 내기도 하고, 센터에서 있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전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많은 사람들이 센터를 찾아온다는 점이다. 본당 레지오와 구역, 봉사단체에서 봉사를 자처하고 나선다. 청소, 이·미용, 목욕, 의료 봉사를 비롯해서 말벗이 되어드리는 역할까지 한다. 식사도 봉사자들이 준비한다.

당연히 이용 어르신과 가족들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식사에 대한 만족감은 특히 높다. 어르신 별로 세심하게 체크된 식사가 제공된다. 대부분의 센터에서는 식판을 사용하지만 이곳은 개별그릇을 사용해 수준을 높이기도 했다. 게다가 가족들이 시설에서 이뤄지는 것들을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도 있다.

1년째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는 고 안나(82) 할머니는 “애쓰시는 수녀님과 선생님들을 보면 안타깝고 고맙다”며 “성당에 센터가 있으니 미사 드리고 기도방 가서 기도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데이케어센터 어르신들의 작품들.

■ 가톨릭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는?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는 일반 가정의 치매 등 노인성 질환 어르신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2009년 10월 서울시와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교구 내 본당 12곳에 가톨릭 서울형 데이케어를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6개소는 설치 중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 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의 건강과 인지기능의 유지를 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건강검진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간호사와 조무사가 상주하기 때문에 어르신들을 완벽하게 돌볼 수 있는 시설이다. 또한 본당 공동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자원봉사 참여 덕분에 이용 어르신들과 가족들의 만족도가 일반 데이케어센터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센터는 노인성 질환을 가진 어르신이나 노인장기요양 1~3등급 받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데이케어센터를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있으나, 이용 어르신들은 중증환자가 아닐뿐더러 경미한 치매를 앓고 있는 정도다. 쉽게 설명하자면 어린이 집과 같이 어르신들을 위한 ‘돌봄의 집’일 뿐이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