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설정 50주년 특집] 제2대교구장 김남수 주교의 회고록 (11) 마더 데레사와의 만남

정리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1-09-06 수정일 2011-09-06 발행일 2011-09-11 제 2762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늘나라에서는 이해해 주시겠지요”
마더 데레사가 창설한 사랑의 선교수녀회는 본래 서울교구로 진출해 용산묘지 근처에 집을 마련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집이 도시개발 계획에 의해 헐리게 되고, 수녀님들이 나한테 와서 수원으로 오고 싶다고 하기에 허락했다.

수원에 와서 살게 됐으니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나름대로 여기저기 교회 땅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때 석수동에서 사놓은 땅이 하나 있었는데 그 땅을 자신들이 쓰겠다고 했다.

“이것은 교구 땅이 아니고 본당 땅이기 때문에 교구에서 마음대로 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석수동본당에서 성당을 짓느라고 돈이 필요하니 이 땅은 본당을 통해 사도록 하십시오.”

그러자 마더 데레사가 직접 나를 찾아와서 따졌다.

“어느 곳이든 주교한테 가면 땅을 그냥 주었는데 왜 이곳에서는 돈을 달라고 합니까?”

“석수동본당이 지금 성당을 짓고 있기 때문에 돈이 필요합니다. 그 땅은 본당과 이야기해야 합니다. 주교에게 그냥 줄 권리가 없습니다.”

결국 본당에서 싼 값으로 수녀회에 넘겨주었다. 나는 주교라도 내 맘대로 할 수 없었고 본당에서 투자한 땅이니 그렇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나라에 가신 수녀님께서 아마 이제는 나를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

사랑의 선교수녀회가 그곳에 막 자리를 잡고 살려고 하는데, 그 집이 또 도시개발계획 때문에 헐리게 되었다. 그때는 수원교구 땅을 그냥 줄 수밖에 없었다. 좋은 사업을 하는 것이니 우리도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구에서 성당 짓겠다고 사두었던 안산시의 터를 주었다.

두 번째 집을 지을 때는 경제적 부담도 우리 교구에서 지며 전적으로 그들을 도와주고, 양로원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마더 데레사의 ‘사랑의 선교수녀회’가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버림받은 이들 속에 계신 이 시대의 예수님을 위해 봉사하는 헌신적 사랑에 찬사를 보내며, 그들에게 주어진 소명대로 수원교구에서도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축복하는 바이다.

1993년, 사랑의 선교수녀회 ‘평화의 집’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김남수 주교.

정리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