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우리의 영원한 귀감, 영성의 대가들 (53) 소화데레사 (3) 사도적 영성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1-08-22 수정일 2011-08-22 발행일 2001-03-18 제 224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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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희생 통해 자신을 봉헌
영혼 구원 사업 충실한 협조자
『나는 지상에서 선을 행하면서 나의 천국을 지내고 싶습니다』

이것은 데레사의 마지막 말씀 중의 한 부분으로서 그녀의 비문에 새겨진 문구이다.

데레사는 일생동안 기도와 희생을 통해 자신을 봉헌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방법으로 사도직에 기여했다. 한편 생애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녀가 천국에 가서도 여전히 세상의 구원에 유익한 존재가 될 것임을 예견하며 확신하였다. 데레사의 소망은 영혼 구원 협력을 위해 세상에서 실천하는 것을 하느님 곁에서 영원토록 지속코자 한것이었다.

관상 수도자로서의 사도직 수행 비결-사랑

데레사는 사제, 사도, 순교자처럼 활동적 사도직을 수행하고 싶은 소망을 강렬히 느꼈다. 그녀의 사도적 소명은 관상 수도 생활 속에서 기도와 희생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었지만 그리스도를 위해 가장 영웅적으로 모든 일을 하고싶은 열의가 그녀를 온통 사로잡았던 것이다. 데레사는 바오로 서간(1고린 12장)을 통해 교회안에서 각기 다른 성소에 따라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느님이 자신의 그러한 원의를 들어주실 것으로 확신했다.

어느날 데레사는 고린토 1서 13장을 읽어나가다가 하나의 실마리를 찾았다. 바오로 사도는 아무리 위대하고 훌륭한 은총도 사랑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데레사는 이렇게 추론하며 자신의 소망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심장이 몸의 다양한 각 부분에 피를 공급하는 것 같이 사랑만이 교회의 서로 다른 지체들을 움직이게 한다. 실로 사랑은 시공 속에 있는 온갖 소망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데레사 자신이 교회의 심장 안에 머물면서 유일한 소임, 즉 사랑하는 것에 끊임없이 자신을 내맡김으로써 자신의 소망대로 모든 소명에 응답하고 교회의 모든 사도직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교회에는 심장이 있고 심장에는 사랑이 불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교회의 모든 지체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 사랑이 꺼질 경우에 이른다면 사도들은 복음을 더는 전하지 못할 것이고 순교자들은 피를 흘려 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은 모든 성소를 포함한다는 것, 사랑의 모든 때와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것… 즉 한 마디로 사랑은 영원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성소는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교회 안에서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저의 어머니인 교회의 심장 안에서 사랑이 되겠습니다』

그후 데레사는 이미 알고있던 십자가의 성 요한의 다음 말씀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다. 『순수한 사랑에서 나온 가장 작은 행위가 다른 업적을 합한 것보다 훨씬 더 교회에 유익하다』(영혼의 노래 29,2 ).

사제 성화위한 기도·희생 봉헌

데레사는 사제들의 성화와 그들을 통한 죄인들이 회개를 위해 자신을 봉헌하고싶은 열망이 그녀의 성소와 생활의 원동력이었음을 표현했다. 실로 데레사는 자신의 생애가 주님의 사제들의 성화를 위한 봉헌이 되기를 원했다. 『나는 영혼들을 구하고 특히 사제들을 위해 기도할 목적으로 가르멜에 왔습니다』『사제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도매상을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머리가 거룩하게 됨으로써 손발까지 그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요』

데레사는 사제들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가졌는데 그것은 그들이 받은 사제직 때문이었다. 그러한 마음 그녀의 편지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의 불을 피우는 신부님을 제가 도울 수 있도록 예수님의 사랑의 불이 제 마음에 타오르게 예수님께 청해 주세요』(1896.6.23. 외방 선교회 아돌프 르랑 신부에게 보낸 편지). 『저는 신학생님이 좋은 선교사가 되실 뿐 아니라 하느님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는 성인이 되시도록 예수님께 기도 드립니다』(1896.10.21. 벨리에르 신학생에게 보낸 편지. 『우리 영혼은 그분 안에 하나가 되어 많은 영혼들을 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1897.2.24. 벨리에르 신학생에게 보낸 편지).

죄인들 회개위한 봉헌

데레사는 또한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자신의 기도와 희생의 삶을 봉헌하고자 하였다.

데레사의 생애를 깊이 연구한 신학자들은 데레사가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에 자신을 봉헌한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있어 그녀와 죄인들 사이에 아무런 경계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서술한다. 실로 데레사는 의당 죄인들에게 내려져야 할 징벌을 대신 받으려고 하느님의 정의 앞에 희생물로 자신들을 바치겠다는 식의 일반적 자세에 공감하지 않았다.

죄인들을 위해 드리는 기도는 그녀의 언니들이나 사제들을 위해 드리던 기도와 매우 유사했다. 데레사는 신비체 안에서 죄인들과 오직 하나를 이룰 뿐이라고 생각했으며 자시을 위해 소원했는데 그것은 하느님이 그분의 사랑의 물결을 그들 위에 넘치게 해 주시라는 것이었다.

1887년 살인자 프랑지니의 사건은 영혼의 구원에 자신을 봉헌하고자 하던 데레사의 소망을 실현시키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중한 죄를 범한 그 사람의 사건을 알고서 그의 영혼의 구원을 청하기로 결심하였다. 연일 신문은 그를 경멸적 표현으로 비판했고 단죄했다. 데레사는 그를 위해 기도했고 선행을 바쳤으며 그를 위한 지향으로 여러차례 미사를 봉헌했고 언니와 함께 탄원기도를 바쳤다. 『주님, 당신이 불행한 프랑지니를 용서해 주시리라는 것을 저는 확실히 믿으오니 만일 그가 고해성사를 보지 않고 또 아무런 통회이 표시도 보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의심치 않을 만큼 저는 예수님의 무한한 인자를 믿나이다. 그러나 저를 위로해 주시기 위해서 그가 통회했다는 표 하나만 보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사형 집행일에 단두대에 끌려가며 여러 차례 회개 권면을 거부했던 프랑지니가 마지막 순간에 사제의 손에 들린 십자가를 청하여 세 차례나 입을 맞추고 지상의 삶의 막을 내렸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데레사는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심에 감사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것은 죄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사명을 주님이 주신 표지라고 해석했다.

그후 데레사는 일생동안 죄인들을 위한 기도뿐 아니라 자신을 위해 바치는 기도와 희생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무한한 공로에 합하여 그들을 위해 봉헌했다. 데레사는 어느 날 언니 수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셀리나 언니, 영혼들을 잊지 맙시다. 그 대신 그들을 위해 우리 자신을 잊읍시다』

데레사는 임종을 앞두고 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그것 또한 영혼을 구하고자 하는 자신의 열망을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표지라고 생각했다.

하느님 나라에서 지속될 구원 사도직 확신

데레사는 세상을 떠난 후에도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사제들 곁에서 특별한 사명을 계속 수행할 것을 소망했고 또한 주님께서 허락하실 것으로 확신했다. 그녀는 천국에서 더 많은 영혼구원에 협력하리라는 믿음을 가졌던 것이다. 『하느님께서 제게 지상에서 사람들을 위해 일할 마음을 주셨으니 반드시 이를 실현해 주실 것입니다』『천국에 들어간 후에 저는 바빠질 것입니다. 그때 제 천직이 시작될 테니까요』『하느님께서 제 소망을 들어주신다면 저의 천국은 세상 마칠 때까지 지상의 사람들을 돕는 곳이 될 것입니다』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