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설정 50주년 특집] 제2대교구장 김남수 주교의 회고록 (9) 희망을 낚는다

정리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1-08-16 수정일 2011-08-16 발행일 2011-08-21 제 275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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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하느님께 의탁하고 기다리시오
“주교님, 취미가 무엇입니까?”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

“낚시!”

낚시가 내 유일한 취미다. 나는 어려서도 낚시를 했는데 말라리아 때문이었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온몸이 떨리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그것을 참기 위해 낚시를 했다. 부산에 있을 때는 바다낚시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 바다낚시 중에 참치낚시가 가장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언제 다시 낚싯대를 손에 잡았는가 하면 주교회의 사무처에서 교황청 문헌을 번역할 때였다.

주일이면 낚시도구를 챙겨 동자동으로 가서 미사를 드린 후 동자동 식구들(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그곳에 있었다)을 데리고 서울에서 수원 쪽으로 여러 저수지를 다녔다. 수녀님들도 바람을 쐬면 좋으니까 봉고차에 탈 수 있는 만큼 태워 가면 자기네들끼리 산에도 가곤 했다.

낚시를 가만히 묵상해보면 바로 내 사제 인생이다. 미끼를 낚시 바늘에 꿰어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고기가 물릴 때를 기다린다. 어떤 때는 그 시간이 짧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좀 길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다가 찌가 흔들리면, 고기가 물렸다는 신호가 오면 재빨리 낚싯대를 끌어올려야 한다. 한 눈을 판다든가 머뭇거리다가는 언제 고기가 미끼만 따먹고 달아났는지 놓치고 만다.

하느님 섭리에 대한 순응도 마찬가지다. 깨어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느님 뜻이라고 생각되면 재빨리 실천에 옮겨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한국순교자 103위 시성을 낚았고, 수원 신학교를 낚았고, 외방선교회를 낚았고, 미리내수도회를 낚았다. 그렇게 크고 작은 많은 것들을 낚았다.

낚시를 할 때는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근심도 걱정도 아무 것도 없다. 걸려드는 고기만 기다린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버린다. 하느님 안배에 맡기고 하느님의 거룩한 뜻만 찾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저 하느님께 의탁하고 하느님 성의가 채워지기만 기다리면 된다.

1994년 교구 신협 낚시대회에서 김남수 주교.

정리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