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민의 날 특집]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석 주교

김유진 기자
입력일 2011-07-12 수정일 2011-07-12 발행일 2001-01-21 제 223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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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앞에선 누구나 나그네”
“사람들의 이주는 교회의 탄생과 성장에 큰 영향 미쳐”
“이민의 날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신자들의 사랑을 촉구하는 의미”
▲ 한국교회가 올해로 첫 번째 이민의 날을 맞게 됩니다. 이민의 날 제정 취지와 의미는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세계 교회에서 볼 때, 「이민의 날」은 19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뒤 교황 비오 12세께서는 1952년 8월 1일 교황령(「Exsul Familia」)을 통하여 대림 제1주일을 이민의 날로 기념할 것을 제안하셨고 1962년 8월 22일 사도좌 주교성에서는 「이민사목에 관한 훈령」에서 그 기념일을 주교회의에서 정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이민의 날 담화를 교황청 국무원에서, 1985년부터는 교황님께서 발표하였습니다. 이처럼 이민에 대한 세계 교회의 관심과 비교해 볼 때, 그 동안 한국교회는 상대적으로 국내 이민 문제에 소홀하였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주교회의 2000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매년 사회복지주일 전(前) 주일을 「이민의 날」로 지내기로 결정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민들에 대한 세계 교회의 관심에 동참하고, 국내 외국인,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신자들의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한국교회는 그 동안 나름대로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계화 추세에 따라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이들에 대해 어떤 자세로 사목적 배려를 해 줘야 할 것인지 주교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 외국인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교회가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를 중심으로 건강과 신앙 상담,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봉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의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한 노력을 계속할 때 점차적으로 사목적인 봉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교회의 가르침과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결의한 「주교들의 교회 사목직에 관한 교령」제18항, 곧 『정상적인 본당 사제의 사목적 봉사를 넉넉히 받을 수 없거나 아주 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신자들을 주교들은 특별히 돌보아 주어야 한다』는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국내 외국인,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효과적이고 적절한 사목적 배려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외국인 근로자 문제와 관련해 이주사목위원회의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나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 많은 경우에 사람들의 유동(流動)현상이 새로운 교회들의 탄생과 성장에 결정적이거나 적어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예컨대 산업화가 시작될 때 대규모의 이농(離農)현상은 공업단지 밀집지역 본당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교회는 모든 인류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우리 시대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근심』(사목헌장, 1항)을 함께 나누는 참여자임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가 소속한 교구, 인접한 본당들과 유대를 맺고 우리 신자들과 연대를 이룰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 아울러 우리 일반 신자 또는 국민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할지 조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주민들에 대한 인간답고 그리스도인다운 태도는 「따뜻한 영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영접이야말로 불가피하게 생기게 되는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 되는 것입니다. 따뜻한 영접이란 바로 교회의 사랑을 드러내 줍니다. 우리의 문화와 전통, 관습이 아름답고 소중하다면 이에 못지 않게 이주민들의 문화와 풍습, 생활방식도 이해와 존중과 사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길손이며 나그네』(시편 118, 19)라고 이야기합니다.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줄 아는 여유롭고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미덕이 발휘될 때 훌륭한 영접은 하나의 그리스도인다운 증거 행위가 될 것입니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