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들려오는 빛] 42. 제4장 1

글ㆍ지요하, 그림ㆍ유대철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10-21 제 142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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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거룩하신 하느님. 저의 기도를 허락하시고 저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오늘도 그녀가 당신의 종소리를 듣게 하소서. 만성에서 깨어나고 무감각에서 벗어나 매번 당신의 종소리를 들으며、그 종소리에서 많은 느낌과 깨달음과 각성들을 얻게 하소서. 하느님、그녀가 당신의 종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를 생각하고 우리 함께 처음으로 성당에 갔었던 그 날을 기억하고、그 날 성당 안에서 함께 했었던 약속과 맹세를 생각하며 우리의 장래를 진심으로 기대하게 하소서. 그리고 그 모든 것들 속에서 그 모든 것들과 함께 하느님 당신을 생각하게 하소서. 하느님、그녀가 마냥 당신의 종소리 속에서 살도록 해주시고、당신의 종소리로 그녀를 늘 불러 주시고、모든 불행과 악과 삶의 어려움 속에서 그녀를 보호하소서. 하느님、저는 당신을 잘 모르오나 당신을 진심으로 믿고 당신께 의지하며 이렇게 간절히 빕니다. 저의 이 소원을 들어주소서!-

이것은 기섭이 월남에서 줄곧 하느님께 바쳐온 기도였다. 그가 잘 알지 못하는 하느님께 그는 이런 기도를 이렇게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높고 거룩하신 그분을 늘 느끼며 사는 것 같았다. 자신으로서는 알지 못하고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 이 세상은 바로 그 이유를 가진 주인이 반드시 있으리라는 것、자신의 태어남과 삶과 죽음이 전혀 자신의 뜻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그런 소박하고 단순 평범한 차원에서 태동하고 출발한 신에 대한 느낌이었지만、그의 그것은 분명하고 강렬한 것이었다. 그는 이른 아침 풀잎에 돋은 이슬방울들에서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서도 하느님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는 늘 하느님을 느끼고 다만 그렇게 느낄 뿐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는 자신의 신비스런 감정들에 대해 때로는 놀라고 경탄을 하기도 하였다.

그에게 있어 하느님은 진실로 소중한 존재였다. 외롭고 가난하고 아무 데도 믿고 의지할 것이 없는 그에게 하느님은 참으로 고마운 대상이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늘 마음으로 느끼며、마음으로나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은 정녕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것은 고국의 그녀-신경숙에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었다. 외롭고 가난한 그녀에게 무엇이 위안이고 희망일 것인가. 그녀가 기대고 부빌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의 실체와도 같은 하느님은 그녀에게도 많은 느낌과 감정들을 안겨줄 것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면 기섭은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소망사항이었다. 그는 그녀의 그것을 간절히 소망하였다. 그리고 그는 때때로 꿈속에서 그 성당의 종소리를 듣곤 하였다. 꿈에서 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는 때가 많았다. 때로는 고향 성당의 종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그녀가 있는 그곳 성당의 종소리는 꿈에서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실제생활을 하는 중에도 불현불현듯 아슴히 들려오는 그 성당의 종소리를 듣곤 하였다. 그녀를 생각하면 그 종소리가 아슴히 들려왔고、그 종소리를 듣노라면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

글ㆍ지요하, 그림ㆍ유대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