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황 메시지 해설] 13.사목회의

정의채 신부ㆍ서울불광동주임ㆍ사목회의부위원장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9-09 제 142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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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主宰 지역사목회의는 처음
안으론 聖靈충만, 밖으론 민족복음화 지향을
가정역할ㆍ토착화의 중요성 강조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5월 6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을 모시고 수십개국의 외국고위성직자들과 국내 석학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장엄한 사목회의의 개회식을 가졌다. 전교회의 공의회가 아닌 지역 사목회의의 개회식을 교황님 자신이 직접 주재한 것은 전(全)교회 역사상 처음 있은 일이었다.

그러기에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사목회의는 더욱 깊은 뜻을 지니며 세계에 빛을 발하는 것이다.

2백주년 기념행사들 중 그 핵심이 사목회의라는 것은 이제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교황님의 강론도 여러 강론들 중 사목회의의 강론이 가장 알맹이 있는 것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제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먼저 허두에서 『너희는 가서 만민을 내 제자로 삼으라』(마태28、19)『부활하신 주께서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라고 사도들을 보내면서 내리신 이 마지막 분부가 오늘 우리가 모이게 된 참 동기입니다』라고 하여 우리 사목회의의 대명제를 뚜렷이 제시하여 주셨다.

더 나아가 예수를 전하는 것은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며 그것은 곧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옴을 뜻하는 것이라고 하며『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서 나는 파견된 것입니다』(루까4、43) 『회개하시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마태4、17)라는 성경말씀을 인용하셨다.

이어서 교황님은 이 가까이 오는 하늘나라의 성격을 행복의 나라로 선언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인용하신다.

『행복하여라…마음이 가난한 사람들…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행복하여라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행복하여라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행복하여라 의를 위하여 일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들…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고 터무니없는 일로 갖은 비난을 받을 때 여러분은 행복하여라』(마태5、3~11)

교황님은 또한 이와 같은 하느님의 나라를 갈구하여 얻고 그 나라의 생명을 살았으며 그 나라를 동포에게 전하면서 죽어간 이들이 바로 우리의 선조들이었다는 것을 상기시키신다. 그러기에 그들은 그날 오전에 그들이 순교한 바로 이 땅에서 시성되었다는 것을 흥분된 어조로 말씀하셨다.

참으로 이 민족은 위대하니 신도들은 선조들의 그 드높은 뜻을 기리며 이어받아 가까운 이웃에서부터 복음을 전하여 온 겨레에 이를 것을 권고하셨다. 특히 정하상 바오로성인은 아홉번이나 북경을 왕래하며 선교사 영입에 열성을 다한 것과 북경 주교와 더 나아가서는 로마교황과의 일치를 꾸준히 추구한 것을 높이 평가하셨다. 사실 정하상 바오로는 초대교회의 바오로 사도에도 비길 우리들의 자랑인 것이다.

이 대목은 우리 사목회의가 안으로는 성령으로 충만하여지고 밖으로는 민족복음화를 지향하는 것이기에 더욱 걸맞는 말씀이었다.

교황님은 또한 위대한 사도적 활동의 씨앗은 먼저 가정에서 싹트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신다. 그러므로 우리의 순교선열들도 그 위대한 정신과 신앙증거의 힘을 가정교회에서 받아왔다는 것을 상기시키시며 동양의 위대한 정신、문화적 전통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기도하는 가정들의 교회가 될 것을 촉구하셨다. 필자는 지난 9월 영국사목회의 관계자들을 방문했을때 사양길에 들어선 영국 교회를 살리는 노력을 가정종교교육에 두고 있음을 보았고 그 결과도 좋게 나타나는 것을 본 일이 있었다.

교황님은 시야를 더 넓혀 우리 선조들이 이룬 토착화와 그 선견지명에 경의를 표하시며 이 토착화작업을 완성하여 갈 것을 촉구하셨다. 그리하여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시급히 요청되는 문화의 복음화가 이 땅에서 결실 풍부하게 이루어질 것을 간곡히 권유하셨다. 이 대목은 특히 물량적 팽창에 현 가톨릭교계가 크게 유의 반성해야 할 점으로 생각된다.

문화계의 복음화 특히 문화의 원천인 대학 세계의 복음화는 우리 교회의 시급한 과제이다. 사목회의는 온 겨레의 복음화를 역사적 사명으로 표방하고 나섰다. 그러므로 교회는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복음적 정의실현 못지않게 문화인 특히 대학 사회의 복음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역사적 사명을 지닌다. 사실 이번 사목회의가 겪은 어려움 중에서 토착화의 부분처럼 어려움이 컸던 대목도 드물다. 사목회의는 토착화문제에 관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교황님의 사목회의 강론요지는 성령으로 인도된 평신도 순교선열들이 어떤 일을 해냈는지에 감탄하시며 그 열성을 본받아 민족 복음화를 이룰 것을 강력히 촉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오늘에도 우리 교회의 평신도들의 열성이 대단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특히 이번 사목회의를 계기로 평신도들의 교육 갈구열은 그 절정에 이른 감마저 든다.

어떤 평신도 대표는 자기본당에서는「평신도 의안(초안)」을 약3천부가량 복사하여 많은 신자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그 결과 신자들의 자세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필자는 사목회의 관계 등으로 최근 미국 남미 등을 순방한바 있는데 LA에서는 북미주 교포사목 대표신부님들이 모여 3박4일 동안 교포사목의안을 진지하게 토의하는 것을 보았다.

파라과이 수도교구 대주교님은 한국 사목회의에 대해 여러가지를 물으시며 당신은 우리 사목회의의 사회조사 영역본을 열심히 읽고 있다고 하였다.

한국 교회는 당면하는 모든 분야에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지만 특히 성직자 양성에 깊은 연구와 그 연구에 따라 깊은 영성을 지니며 시대가 요구하는 성직자양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 과감하고 미래지향적인 개혁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4년여에 걸친 긴 여정을 걸어온 사목회의는 금년 11월 하순에 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목회의는 한국교회사상 처음으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같이 하는 사목회의이며 교황님의 임석하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개최되었다. 사목회의의 목적과 의의에 명시된、안으로는 성령으로 충만하고 밖으로는 민족복음화 그리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과 같이 있는 교회상을 한국교회가 구현할 것인지는 오직 역사만이 심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 교황님의 강론의 마지막 말씀『가서 복음을 전하십시오』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낙수 한 토막을 더 첨가한다면 교황님은 사목회의 개회식이 끝날 때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답하시며 퇴장을 자꾸만 지체하시더니 막상 밖에 나오셔서는 길 안내를 맡은 나에게 저쪽 통로로 다시 들어가면 안되느냐고 물으시기에 들어가시면 더욱 좋으시다고 말씀드렸다. 그때 교황님은 그리도 만족해하실 수가 없었다.

국무성장관 까사롤리 추기경님이 교황님의 이름으로 사목회의에 대한 찬사와 격려의 서간을 보내주셨음을 아울러 여기에 밝혀 둔다.

정의채 신부ㆍ서울불광동주임ㆍ사목회의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