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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메시지 해설] 12. 제종교 지도자와의 만남

최홍준·방송작가ㆍ제종교지도자와의 만남 총무간사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9-02 제 142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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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종교와 一致지향을
급변사회서 종교역할 중요
타종교ㆍ타종파 지도자들과의 만남에 있어서 교황은 세심한 배려를 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처음부터 전통종교 지도자와 개신교계 지도자들을 따로 만나기로 한 사례라든지 만남의 시간을 일요일 아침에서 오후로 바꾼거며 각각 15분씩 예정했던 것이 두배로 늘어나도록 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두 장소에서 행하신 말씀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난다.

진실한 형제적 대화를

5일간의 우리나라 방문을 통해 소록도 등 몇몇 곳에서는 인사 허두에『여러분과의 만남을 특별히 기대하며 왔노라』고、애정과 존경의 뜻을 나타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대사관 소성당에서 유교ㆍ불교ㆍ원불교ㆍ천도교ㆍ대종교 지도자 11명을 만나서도 그와 같은 인사부터 했다.

교황은 자신의 한국방문 주목적이『예수그리스도를 따르는 가톨릭교회 신자들의 믿음을 돕고 두텁게 하기위해서』라고 밝히면서도『아울러 수천 년 고귀한 문화유산과 훌륭한 전통의 계승자이며 산 증인인 여러분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 이만남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인사말과 네 토막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이 만남의 연설에서 교황은「동양종교와 정신적 유산」이라고 하는 주제에 접근하면서 이들 전통종교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개방적인 자세를 드러내 보였다.

우리『가톨릭교회가 고금의 역사를 통해 인류를 이끌어 온 모든 위대한 종교와 우호적 대화를 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전제한 교황 말씀은 ①오늘의 한국과 같은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인간 공동체와 문화에 혼(魂)을 부어넣는 종교의 역할이 크고 ②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유교、불교 등 전통종교가 이바지한 바 크며 ③가톨릭과 여러 전통종교 사이에 나타나는 종교관과 유리관의 다양성은 오히려 진실한「형제적 대화」를 가져온다는 점、④우리 가톨릭은 최근「구원의 성년(聖年」)을 지내면서 하느님과의 화해、이웃과의 화해에 힘썼으며 ⑤이러한 화해의 정신은 타종교 및 타종교 신자들과의 사이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만남에서 행한 교황 연설은 제2차「바티깐」공의회「비 그리스도교에 관한 선언」제1항과「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제16항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톨릭교회가 예수그리스도를 전하고 다른 종교와의 대화에 임하는 것은『모든 시대、모든 사람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말하고자 해서』 라고 말한 교황은『그 사랑은 세계의 화해와 구원을 위해 십자가상에서 드러난 사랑이기 때문에、이러한 정신으로 교회가 모든 민족과 종교와 더욱 더 깊은 친교를 두텁게 해 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교황은 이틀 후로 다가온『부처님오신 날을 축제로 맞이할 불교의 여러분에게 각별히 인사드리고 싶다』고 했는데、송구스럽게도 이 자리에는 불교의 조계종에서는 종단을 대표하지 않는 개인자격으로 한분의 스님만이 참석했을 뿐 대표 환영사도 원불교 인사가 하는 그런 모습을 보였다.

한분인 주님、하나인 믿음

복도 하나를 사이에 한 응접실로 자리를 옮겨 개신교지도자들과 만난 교황은『같은 그리스도를 믿는 친애하는 형제여러분』하고 우리말로 인사한 다음 사도바오로께서 에페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하신 호소(에페4ㆍ1~6)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려주고 일치의 정신을 강조했다.

『주님도 한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고 세례도 하나이며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분이시다』는 옥중서간의 한 구절을 거듭 인용한 교황은 하나이신 주님 안에서 오늘 여러분에게 인사하게 된 것을 기뻐한다면서 같은 1984년 올해에 100주년을 맞이한 장로교와 감리교 지도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했다.

교황은 이 연설에서 앨른ㆍ언더우드ㆍ아펜셀러 등 한국 개신교 초기 선교사들이 의학과 교육、여성의 지위향상、민족운명과의 일치 등 여러 모로 한국의 발전에 힘썼다고 그 공적을 치하하고 한국 개신교의 수용에 있어서 한국 천주교회의 창설과 유사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분의 신앙선조 역시 글을 통해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됐고、첫 선교사들이 오기 전부터 한글판 성경을 통해서 주님을 알게 됐으니 얼마나 신기한 일이냐』고 반문한 교황은『여러분의 경우에도 역시 한국 사람들 스스로가 열성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았던들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었다』고 했다. 이는 스스로 책을 통해서 접한 진리를 더 잘 깨우치기 위해 중국에 까지 가서 영세를 받고 돌아와 교회 공동체를 이룬 천주교회 창설 주역들의 행적과 견주는 표현이다.

교황은 또『여러분의 공동체도、특히 이북에서 박해를 받음으로써 주님의 눈에 충실함이 드러났다』고 말해 1세기 여에 걸친 한국 천주교회 수난사와의 공통점을 찾고자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이러한 지적은 제2차「바티깐」공의회에서 천명한 일치의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구미지역에서 빚어지는 신ㆍ구교간의 대립관계에 비해 적어도 한국에서는 일치의 가능성 내지는 접근점을 모색해 보고자 한 시도에서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가톨릭과 여타 그리스도 교계가 일치를 지향함으로써 한민족의 복음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타 크리스찬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교황은 또 오늘날의 한국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성서의 공동번역이라든지 중요한 신학서적들을 함께 펴낸 사실들이 그리스도인간의 협동증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칭찬하고、개신교 측에서 운영하는 연세대학ㆍ이화여대와 가톨릭 측에서 하는 서강대학 간에 우호관계가 두터워지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황은 같은 그리스도를 믿는 형제들이지만 그냥 유사점이나 공통점에서 머물지 말고「참으로 하나가 되는 길」을 모색해 보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서로의 소신과 양심을 존중하면서 믿음과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세상이 믿게 되기를 빈다」고 한 이 대목은 예수께서 수난하시기전 하늘을 우러러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신 바로 그 정신을 담고 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내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될 것입니다』(요한 17ㆍ21)

일치를 주제로 한 이 만남에서 교황은『그리스도를 널리 전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그 제자들의 일치에 달려있음을 우리 모두 깊이 깨달아야한다』고 강조하고『주 예수께서 당신 부활의 힘으로 우리를 하나로 합쳐주시기를 빈다』는 기도로 연설을 마무리 지었다.

최홍준·방송작가ㆍ제종교지도자와의 만남 총무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