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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사제의 길을 - 오기선 신부 사제생활 50년의 회고] 70. 두파로 갈라진 조선성교회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5-27 제 1407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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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人 유神父 소主敎영입반대
北京敎區「조선교구」독립 不願
조선신자들 두파로 갈라져 입국거절 편지 보내기도
천주교가 이베드로 승훈에 의해 이 땅에 들어 온지 47년 만에 북경교구에서 1831년 9월 9일 완전히 독립된「조선교구」가 창설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조선교구」는 탄생하자마자 또 다른 암초에 걸리게 되는데 그것은「북경교구」가「조선교구」의 독립을 좋아하지 않으며 종전대로 자기에게 예속돼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그 앞잡이 역할을 했다고 보이는 사람이 유 빠치피고 방제 신부(중국인)이었다。소 주교가 조선에 입국하기로 결정하기 전해인 1832년에 안내자 왕요셉이 소 주교에게 가져온 유빠치피고 신부가 쓴 편지를 보면『주교님이 만주에 들어와서 요동의 교우들과 같이 계시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그들은 내게도 불친절하기 짝이 없게 굴었읍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또한 1834년 3월 10일 소 주교 편지에는『내 편지를 왕요셉이 북경 주교에게 갖고 갔으나 조선교우는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그것은 유빠치피고 신부가 조선으로 들어가는 국경에서「나의 도움 없이는 신부(특히 서양인)의 조선입국은 불가능하다」고 호통을 쳤기 때문이다。그래서 영접하려는 조선교우들은 그대로 서울로 돌아갔던 것이다。또 유 신부는 그들을 따라 1834년 1월 15일에 서울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적혀 있었다。한편 1834년 8월 29일자 소 주교의 편지를 보면 신자들이 벌써 유 신부의 조작으로 두파로 갈라진 것이 뚜렷이 나타난다。『나는 조선교우들이 보낸 편지 두통을 받았는데 첫째 편지에는「천주께서 성모마리아와 여러 성인의 기구를 들어주사 주교를 위해 조선의 문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희망합니다」라고 적었을 뿐이고 그 희망을 이룩하기 위한 아무 방법도 말하지 않았다。또 다른 편지에는 첫머리에 그들의 감탄과 즐거움과 사례의 말을 동양식으로 번드르하게 늘어놓은 후 매우 조심스럽고 정중한 말투로「조선왕이 공공연하게 입국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 한 나(註:소 주교)를 받아들이는 일은 극히 곤란하고 불가능하다」고 보기 좋게 거절했다。

또한「교황께서 한척의 배에 많은 선물을 실은 사절단을 조선왕에게 보내 천주교를 공적으로 믿게 하는 허가를 간청하되 이 첫번째 사절이 성공치 못하면 다시 선물을 갖춰 두번째 세번째사절을 계속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그러나 그들(註:조선교우)은 나나(註:소 주교)유 신부의 의견에 따를 각오는 되어있다』고 말했다。이 마지막의 말로써는 그들이 주교의 입국을 단연코 거절했다는 비난을 피하고자 했을 따름이지 결국 주교가 있거나 없거나 마찬가지라고 본 것이다。그러나 조선교우들은 그 후 생각을 고쳤는데 왜냐하면『영국배가 조선연안에 나타나서 정부당국에 큰 놀라움과 두려움을 갖게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적혀있다。한편 소주교의 길안내자 왕요셉의 말을 들어보자。『이 두통의 편지를 내게 준 사람이 말하기를「요동의 교우가 한사람도 나를 맞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으며 유 신부가 조선에 입국한 때에도 9명인가11명의 교우가 신앙 때문에 옥에 갇혔으나 3명의 여교우까지 섞인 그들은 모두 판관에게 신앙을 고백하고「순교의 화관을 쓰기위해 죽겠다」고 말했으며 여교우는 석방되고 남교우는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유 신부가 입국한 것을 아는 교우는 24명뿐이고 주교(註: 조선교구 첫 주교인 소주교)도 모셨다는 것을 아는 교우는 아마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유 신부가 중간에서 조작을 부려 소주교님 영입을 찬동하는 교우는 대표자 6명 중 4명뿐이었다。즉 선비 한사람(현석문 까룰로) 、군인신분의 유아우구스띠노ㆍ진 길 동정녀 정엘리사벹ㆍ정혜、시골교우 김프란치스꼬(註:성녀 김꼴룸바와 아녜스의 동생)가 찬성하는 이들이었다. 소 주교의 영입을 반대하는 편지(한문)에 유 빠치피고방제 신부가 라띤어로 서명한 원본(편지)을 1972년 7월 27일 빠리외방전교회 고문서고에서 발견해 사진 찍은 것을 현재 필자는 보관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