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신학생 만남 강론 전문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5-13 제 140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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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교회의 희망”
찬미예수!

친애하는 신학생 여러분.

바오로 성인은 꼬린토전서에서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을 이렇게 증언하고 있읍니다.『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죄 때문에 죽으셨고 묻히셨고 사흘 만에 소생되셨다』고. 그의 증언은 부활하신 주께서 사도들과 제자들 그리고 끝으로는 바오로 자신에게 나타나셨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읍니다. (Ⅰ 꼬15 ㆍ 3∼4) 위대한 사도이자 선교자인 그가 꼬린토의 그리스도인들과 그가 만난 모든 이에게 선포한 바는 바로 신앙의 이 핵심적 신비 곧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었던 것입니다.

바오로사도처럼 나도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거 하러 오늘 한국에 왔읍니다. 복음을 받아들이어 이를 한결같이 좇는 모든 이에게 복음이 구원으로 이끄는 길임을 굳게 믿는 모든 이에게 말하러 왔읍니다. 또 내 소리에 스스로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하신 예수를 선포하러 온 것입니다. 그런데 친애하는 신학생 여러분, 내가 이 한국 땅에서 죄와 죽음을 이기신 주님의 승리를 선포하면서 알렐루야를 외치는 교회의 부활 기쁨을 처음으로 나누게 된 것은 바로 여기 주교님들과 장상을 함께 모신 여러분들과 더불어 입니다. 이 미사성제를 드림으로써 빠스카 신비의 기쁨을 제일 먼저 여러분과 나누게 된 것입니다. 또 그래야 옳습니다. 왜냐하면 진정 여러분이야말로 사랑하는 이 나라 교회의 앞날이자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1820년대에 신자들은 사제성소를 배양하려고 힘을 기울였읍니다. 가혹한 군란하에서도 여러분의 거룩한 조상들은 성소를 가꾸어 지원하고 이를 위해 기도하려고 자발적으로 천신회를 세웠던 것입니다.

바로 이 성당에서 공경하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최양업 토마 신부 등 첫 본방인 사제가 태어난 것도 그런 그리스도적 생활 공동체의 품에서였읍니다.

이 나라의 첫 사제들은 여기 모인 여러분 대부분보다도 젊은 나이의 신학생으로서 이미 학구열과 지혜의 갈구, 굳센 믿음과 흔연한 수명, 그리고 한결같은 희망을 보였읍니다. 이런 면으로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용의로써 그들은 여러분 모두에게 위대하고도 항구한 모범으로 빛나는 것입니다.

김 신부님이 순교하신지 십년 후인 1855년에 이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배론에 신학교가 세워졌읍니다. 그 이래 부흥골, 용산, 대구, 북쪽으로는 덕원등지에서의 헤아릴 수 없는 노력 끝에 드디어 서울과 광주에 관구대신학교가 섰읍니다. 작년에는 대구에서도 신학교가 열리고 수원에서도 이번 나의 내한을 기념하여 또 하나의 신학교가 세워졌다는 것은 흐뭇한 일이 아닐 수가 없읍니다.

그리스도 안에 친애하는 여러분, 이제는 9백명을 넘는 여러분이 교회의 위안이며 크나큰 대망입니다. 교회는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여러분을 바라보고 있읍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김 신부, 최 신부, 그 밖에도 복음의 봉사에 목숨을 바친 많은 분들의 표양을 본받아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에 있어 갈수록 굳세지기를 교회는 염원하고 있읍니다.

사제직을 향한 준비의 시절이 여러분 각자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14ㆍ16) 이라는 확신을 굳혀주는데 도움이 되어야 겠읍니다. 그는 아버지께로 가는 길입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받들어 이 세상의 구원사업을 완성하시는 일을 자신의 생명으로 삼고 계십니다.

또 아울러 우리를 아버지께로 이끌어 주십니다.

사제직을 향해 준비하면 신학교에 사는 동안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깨치려고 애써야 합니다. 바로 아들이기에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와 가지시는 그 일치를 한층 더 깊이 깨닫고자 힘써야 합니다. 『나는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는 내 안에 계시다』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요한14ㆍ10∼11). 아버지와의 이러한 일치가 있기에「필립보」에게도『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뵈온 것』(요한 14ㆍ9) 이라고 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신학생 여러분, 여러분 각자는 그리스도의 이 신비를 깨쳐야합니다. 이 신비가 여러분의 실존을 송두리째 사로잡을 수 있도록 그렇게 파악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함으로써만 사제직을 알아듣고 사제적 태도를 지닐 수 있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각과 마음을 지니도록 힘쓰십시오.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구세주께서 여러분이 언젠가는 성찬을, 세상의 구원을 위한 그 자신의 희생의 미사를 거행하게 되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 희생은 오늘의 복음이 말하는 아들과 아버지의 저 일치에 그 영원하고 끝없는 원천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사제직의 중심을 이루는 미사성제는 우리를 아버지께로 이끌기 위해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의 희생으로서 영원토록 머무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에 부탁이 있읍니다. 성소를 가꾸고 신학교에서 사제양성에 최선을 기하기 위해 힘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명심해 주십시요. 풍부한 성소와 아울러 효능적인 양성, 이 두가지는 교회의 활력의 증거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 성령의 힘으로 한국교회에 값진 열매를 맺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표시입니다.

여러분이 애써 가꾸고 있는 성소를 하느님이 자비로우신 섭리로 많이 마련해주고 계시니, 여러분이 할 바는 무엇보다도 간단없는 기도입니다.

추수의 주인께 신뢰심을 가지고 기도하십시오. 그러면서 오늘도 우리가 다시 들은 예수님의 약속을 기억하십시다『당신들이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루어 줄 것입니다』 (요한14ㆍ13)

이 젊은이들을 양성할 책임을 진분들에게 따로 한마디 드리겠읍니다. 그리스도 안에 친애하는 형제 여러분, 여러분 자신과 앞날을 위해 여러분이 하고 있는 그토록 중요한 일을 교회가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가는 결코 의심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을 기도로써 도울 것을 말씀드리며 아울러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에 대한 자식뿐 아니라 그리스도 자신을 전할 것을 여러분에게 당부하는 바입니다.

그러니 예수 그분에 대한 깊은 사랑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여러분 자신의 생활의 표양으로써 예수님을 현존케 하십시오. 여러분의 언동 자체가 예수그리스도께서『길이요 진리요 생명』 (요한14ㆍ6) 임을 여러분 자신이 얼마나 깊게 믿는가를 보여주는 표시가 되도록 하십시오.

친애하는 형제여러분, 사제직은 하느님의 사랑에서 태어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에게는 결정적인 일입니다. 우리 모두 이 크나큰 선물과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 선물을 후대에 전할 젊은이들에 대해 하느님을 찬양합시다. 아멘.

부활하신 주 예수의 평화를 여러분에게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