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6일 여의도 시성식, 복음화 3세기 개막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5-13 제 140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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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만 환호의 파노라마
세계 속의 교회로 발돋움
한국가톨릭교회 순교복자 103위가 성인(聖人) 반열에 오르신 날. 1984년 5월 6일 일요일. 이날은 2백년의 역사에 단 한분의 성인도 모시지 못한 초라한 교회가 전 세계 가톨릭교회 사상 최초로 한꺼번에 103위 성인을 모시게 된 풍성한 교회로, 복자들의 후손이 성인들의 후손으로 그리고 한국 속의 교회가 세계 속의 교회로 격상되고 새롭게 태어난 영광과 축복의 날이었다.

교황의 역사적인 한국방문과 더불어 이 민족과 세계교회사에 찬연히 빛날 이날은 고난과 형극의 가시밭길을 걸어온 2백년대의 교회가 막을 내리고 103위 성인과 더불어 새로 태어난 한국가톨릭교회가 3백년대를 향한 힘찬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서울=특별취재반]

한국순교복자 103위를 성인으로 공식 선포한 시성식(諡聖式)은 교황의 한국방문 4박5일중 4일째인 6일 1백만명의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여의도 광장에서 거행된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대회」미사 중 베풀어졌다.

4일 광주에서 「화해의 날」, 5일 대구와 부산에서의 「나눔의 날」에 이어 6일 「증거의 날」을 주제로 거행된 서울의 2백주년 신앙대회와 시성식은 화해와 나눔을 몸소 실천한 순교 선열들의 모범에 따라 신앙을 증거 하는 삶을 다짐하는 한국교회 전신자의 대회였다.

이날 2백주년 기념대회 및 시성식 미사는 제1부 미사 전 행사, 제2부 시성식미사로 이어졌는데 시성예절은 참회예절 후 말씀의 전례 시작 전에 거행됐다.

김수환 추기경은 2백주년기념 신앙대회 및 103위 시성미사를 시작하면서 한국교회를 대표한 환영사를 통해 『교황성하를 모시고 103위 순교복자들의 시성을 갖게 된 것이 참으로 역사적이요, 감개무량한 시간』이라고 말하고 『교황성하의 집전으로 우리 순교복자들이 시성되는 지금은 선열들의 순교정신을 바탕으로 한국복음화, 제3세기의 새로운 장을 여는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김 추기경은 『한국교회 초창기에 첫 목자이며 순교자인 주문모 신부의 파견과 특별한 도움을 준 중국대륙의 교회와 많은 순교자를 내면서 한국교회의 성장을 위해 헌신한 프랑스교회, 특히 「빠리」의 외방전교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환영사에 이어 이날 시성되는 103위중 한분이며 프랑스선교사로는 우리나라에 맨 먼저 입국, 순교한 모방 (나 신부) 의 고향 「리지외」 의 교구장 쟝 바드레 주교가 프랑스 성직자들을 대표해 환영사를 낭독했다.

이어 교황이 한국어로 주도한 참회예절 후 시성예절에 들어갔는데 시성예절은 김수환 추기경의 시성청원과 103위 약전 (略傳) 소개, 모든 성인들의 호칭기도, 교황의 시성선언 그리고 김 추기경의 시성선언에 대한 감사와 칙서청원 순으로 이어졌다.

김 추기경은 먼저 교황청추기경회의 변호사와 시성소송대리인을 대동, 교황 앞에 나아가 순교복자 103위의 시성을 청하고 이들의 약전을 소개했다.

시성청원을 통해 김 추기경은 『지극히 공경하올 교황청하, 자모이신 성교회는 복자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와 바오로 정하상 외 101위 한국순교자들을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신자들이 성인으로 받들어 공경할 수 있도록 성하께서 친히 성인명부에 올려주시기를 청원합니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103위 약전소개에 이어 리갈리 몬시뇰이 교황을 대신해 하느님과 성인들의 도우심을 청하자고 권고하자 교황을 비롯한 모든 신자들은 땅에 무릎을 끊고 성인 호칭기도에 들어갔다.

성인호칭기도에 이어 교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성청원을 허락해 줄 것을 하느님께 간구했다.

기도에 이어 모든 참석자들이 일어서고 교황은 교황좌에 앉아 시성선언문을 낭독했다.

교황의 시성선언문 낭독이 끝나자 김 추기경은 다시 교황추기경 회의 변호사와 시성소송대리인을 대동하고 교황좌에 나아가 『지극히 공경하올 교황성하, 성하께서 하신 시성선언에 대하여 거룩한 교회의 이름으로 깊이 감사드리며 겸손되이 청하오니 성하께서 방금 거행하신 시성에 관한 교황칙서도 친히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고 청했다.

그러자 교황은 『수락합니다』고 말하면서 칙서를 내렸는데 이때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왔으며 수백마리의 비둘기가 여의도 광장 하늘 높이 날아갔다.

이때가 오전 10시30분. 이로써 「로마」가톨릭교회사상 「로마」밖에서는 6백여년만에 처음, 그리고 1백3명을 한꺼번에 시성하기로는 처음이다. 시성식을 통해 한국 순교복자 103위는 성인 반열에 들게 됐으며 전세계교회의 존경과 추앙을 받게 됐다.

너무나 감격적이고 가슴 벅찬 순간이 있다. 2백년동안의 온갖 시련과 고초가 한꺼번에 사라지고 희망찬 3백년대 한국교회의 서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팡파르였다.

훌륭한 선조성인들을 모신 자랑스럽고 대견스런 후손들임을 실감케한 순간이었다.

103위 시성예절을 마친 교황과 참석자들은 감사의 표시로 대영광송을 노래했는데 이때부터 약 2시간30분을 포함, 전체 미사시간이 4시간 가까이 소요됐으나 신자들은 조금도 자세를 흐뜨리지 않았다.

교황은 이날 시성예절이 끝난 다음 행한 강론을 통해 『오늘날 한국에서 교회가 그처럼 훌륭이 꽃피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순교자들의 영욱적 증거의 열매』라고 말하고 『지금도 그분들의 불굴의 기백이 비극적으로 갈라진 이 땅 북녘 침묵의 교회 안의 그리스도 신자들을 받쳐주고 있다』고 설파했다.

강론 끝부분에서 교황은 다시 프랑스어로 이날 시성된 103위중 프랑스 선교사 10명의 열성과 순교에 경탄을 표했다.

장익 신부의 통역으로 약 50분간에 걸친 교황강론이 끝난 후 신자들의 기도로 성교회와 국가와 민족, 시성은혜에 대한 감사, 고통 받는 이들,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가 봉헌됐다.

성찬의 전례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물 봉헌 때에는 두 명이 한조씩 총 6개조 12명이 교황께 예물을 바쳤다.

오후 1시30분 장장 4시간에 걸친 신앙대회 및 시성식 미사가 끝나고 부활삼종을 바치기에 앞서 교황은 시성식이 끝난 후 교황은 참가한 모든 신자들에게 『1백3인의 성인을 모시게 된 한국천주교회의 기쁨을 함께 한다』고 말하고 『이 기쁨과 영광은 우리의 모든 이웃, 특히 북한의 동포들과 함께 나누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 침묵의 교회 북한의 동포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나타냈다. 교황은 또 자신의 방한과 관련, 2백주년 기념대회 103위 시성식 등 제반행사를 위해 애쓴 한국교회 성직ㆍ수도자ㆍ평신도 등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특별히 행사를 위해 애쓴 외부의 모든 이들을 호칭, 일일이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너무 수고를 끼쳐 미안하다」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함으로써 다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