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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그는 누구인가?] 28. 역사안에서의 교황 17. 요한 바오로 2세

최석우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장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4-08 제 1400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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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안에서도 일에 몰두
재산이라고는 약간의 책뿐
기도하는 교황으로 알려져
대화와 접촉중시…「말하기」보단「듣기」좋아해
오늘날 폴란드의 저명한 저술가의 한사람인 말린스키 신부는 현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특성으로서 다섯가지 점을 들고있다. 말린스키 신부는 현교황과 같이 신학교에 들어간 것을 전후해 38년간이나 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사람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무엇보다도 먼저 기도하는 사람이다. 특히 감실 앞에 끓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는 매일 일정한 시간을 기도에 바친다. 그는 아침 일찍 성당에 들어가 미사준비를 하고 다음 경건하고 주의깊게 미사를 지낸다. 미사 후에도 오랫동안 성당에 남아 감사기도를 바친다. 그는 그의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든 적든 개의치 않는다. 그는 오후에도 몇 시간을 성당에서 지낸다. 그를 쉽게 찾으려면 성당에 가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성당에서 불러낼 수는 없다. 그는 기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누구의 방해도 받지않기 위해 성당을 찾기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에 있어서 성당은 창조의 장소이다. 여기서 그는 사색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힘을 얻는다. 여기서 그는 기도하고 묵상하고 또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의 장궤들 의자옆에는 반드시 조그마한 책상이 있다. 그는 여기서 아니 성체와 성모님 앞에서 연설과 강론을 준비한다.

둘째로 요한 바오로 2세는 동시에 두가지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그는 믿지못할 정도로 집중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한가지 일에 집중하면서 그것을 위해 모든 상황과 기회를 이용한다. 그는 한가지일을 마치지 못했을 때 비록 대화중일지라고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그일을 마치고야 만다.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읽거나 쓰곤하는 버릇이 있어서 때로는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하였는지 다 기억한다. 그는 젊어서 연극을 할때에도 한동작을 한 뒤 재빨리 변장하여 다른 연기자가 잘 해내지 못한 역을 즉흥적으로 해냈다고한다.

그는 자동차 안에서도 일한다. 그가 운전을 하지 않은 것도 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란다. 그가 공의회에 참석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한번을 주말에 틈을내서 동료주교들과 같이 시칠리아로 관광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모두들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내다보고 있는데 보이티야 주교만은 내내 책만 읽고 있었다. 『도대체 웅리여행이 관광이요? 아니면 독서요?』이렇게 불평들을 했다. 그러나 보이티야 주교는 딱딱한 철학색을 읽고 있으면서도 곁눈으로 이름다운 풍경을 다 보고 있었다.

요한 바오로 1세는 주교 시노드에 참석한 보이티야 추기경에게『나는 지난번 공의회 때 당신 가까이 앉아있었는데 당신은 늘 무엇인가 쓰고 있더군요』라고 말했다 사실 그러했다. 그러나 그는 공의회의 연설을 메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출판할 책의 원고를 쓰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공의회일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한대로 그는「현대세계의 사목헌장」등을 작성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크리코프」의 대주교로 있을 떄 보좌주교가 네명이나 있었으므로 그들을 대신 보낼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능한 한 모든 모임에 직접 참석했다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글을 쓰고 편지회담을 쓰고 밀린 문서에 서명했다. 그러면서도 회의가 끝나면 요약도 잘하고 구체적인 결론도 훌륭하게 내리는 것이었다.

이사의 이야기로 우리는 현교황이 휴식을 취할줄 모르는 사람으로 오해할지 모르나 결코 그렇지가 않다. 그는 휴식을 적극적으로 취하는 사람이다. 그는 겨울이면 적어도 오주간 스키를 즐긴다. 스키장의 산책이 아니라 아주 어려운 코스를 달리는 것이다. 또 여름에는 한달동안 휴가를 즐기는데 보통2주간은 카누우 놀이를 하고 나머지 2주간을 등산을 한다. 이렇게 그가 휴식을 집중적으로 취하게 된 것을 그가 젊었을 떄 얻은병의 예방책으로 그의 주치의가 휴식을 강력히 권장한 때문이라고 한다.

셋째로 요한 바오로 2세는 가난한 사람이다. 그의 재산이라곤 약간의 책뿐이다. 그것도 수집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일에 필요해서이다. 바오로 6세 교황이 사망한 후 교황선거를 위해 로마로 떠나기 직전 그의 운전수가 한 말이다. 닳아 해진 수단, 낡은 모자, 헐어 빠진 외투를 걸친 추기경의 모습을 보고 운전수는『우리 자신이 추기경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하고 불평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외관에 무관심하다는 것과는 좀 다르다 즉 외모에 무관심하기 보다는 하느님과 인간에 봉사하는 일에 너무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봉사에 있어서 외모 같은 일로 방해하기 싫다는 뜻이다.

그는 외복이나 음식을 중요시해 본적이 없다. 그는 전성직자 생활을 통해서 직위가 높아진 후에 까지도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대한 개념은 도무지 갖고있지 않다는 인상을 늘 주고있다. 그는 다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것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넷째로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목이란 사명감에 시무치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는 보좌주교에서 대주교, 추기경이 된 이후에도 그의 보좌주교본당 신부ㆍ보좌신부를 통해 사목을 관장하려 하지 않고 직접 사목에 종사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는 혼인과 장례미사를 집전하고 세례를 주고 가족을 방문하고 특히 영명축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큰 축일이 되면 아픈 가족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또 그들을 초대하기도 하였다.

끝으로 요한 바오로 2세는 대화하는 사람이다. 그는 접촉을 좋아한다. 그에게는 대화보다 중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는 말을 하기보다는 듣기를 좋아한다 한번을 앉아서 듣고만 있는 보이티야 추기경에게 한 기자가『왜 추기경은 아무 말도 안하느냐』고 물으니 그는『나는 듣는 교회를 대표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무엇인가를 말하고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숙고한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대화의 자세는 곧 타인의 의견에 대한 존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그간 교황청과 완전히 대화가 끊겼던 완고한 보수주의자 르페보르 주교와 대화를 다시 시작할수 있었다.

교황…그는 누구인가?

최석우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