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백주 준비 어디까지 왔나] 7. 사목회의 3

이윤자 차장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2-26 제 139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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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들어 교구별 의안 상정돼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 제시
교회밖의 소리 수렴하지 못해…일부 의안 너무 어렵게 구성됐다는 평도
진행과정 자체가 바로 결실
미비점 지적·보완의 계기
교구별 의안 작성기간이 짧았다는 지적도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이 열리는 84년, 즉 올해 벽두에 접어들면서 각 교구별 사목회의 의안들이 2백주년 사목회의 사무국으로 종합되기 시작했다. 83년을 기해 각 교구로 넘어간 12개 의제의 의안 시안들은 1년동안 각 교구 특성에 맞게 구성된 교구사목회의기구 및 운영방침에 따라 다양한 내용으로 첨가되고 삭제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하나씩 드러났다.

안동·인천교구를 필두로 사무국으로 이관되기 시작한 교구사목회의 의안들은 광주·마산·원주·청주교구 및 남·녀수도회·대건 신학대학 등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그 내용이 조정되는 결실로 이어졌다. 그것은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이란 역사적인 획을 그으면서 그 위에 현시대가 요구하는 교회상, 교회가 나가야할 방향과 목표를 각 교구 나름대로 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목회의의 중요성과 의의를 새롭게 인식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뿐만아니라 각 교구별로 같은 의안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안으로 제시된 의안들은 각기 다른 모양의 옷으로 새롭게 입혀져 사목회의를통해 재무장을 시도하는 한국 천주교회의 의지에 밝은 전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또 한가지 눈길을 끌고있는 것은 이미 수렴된 교구 사목회의 의안들은 상당부문에서 시안이 미처 제시하지 못한 내용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보완하고 있다는 점.

2월말까지 적어도 서울·전주·춘천·수원교구 등의 결실이 집약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는가운데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현상들은 전국 사목회의가 일단 안정둰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목회의의 12가지 의제가 포괄하고 있는 내용이 교회 구성원을 비롯, 영성·사목·운영·선교·사회 등 한국교회 전반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교구 사목회의가 시작되고 의안이 집약되는 1년이란 시간은 어떠면 너무 빈약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고있다.

각 교구 사목회의 의안을 담당한 성직·수도자·평신도 등의 구성원들은 모두 현직에서 뛰고있는 실무자들일 수 밖에 없다는 현실도 교구 사목회의 전개시일이 너무 짧았다는 지적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인력난이란 고충을 겪어온 지방교구의 경우 사목활동 만으로도 눈코뜰새없이 바쁜 사제들이 대거 투입돼야 했던 상황도 제한된 시간안에 보다 풍부한 결실을 기대하는 기대치속에서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되기도 했다.

시간의 부족과 인력난을 겪기는 대도시 교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상황이 눈덩이처럼 비대해가는 대도시 교구들은 덩치가 큰 만큼, 모두가 바쁨 속에서 바쁨을 실감하며 살아가는 생활인이란 점에서 또다른 양상의 인력난으로 대두됐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교구 사목회의 의안을 가슴에 안고 초조함을 겪을대로 겪은 의안 담당자 및 실무위원들은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실감을 그 어느때보다 짙게 느끼면서 83년 한해를 보냈다고 쉽게 진단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구 사목회의 의안들은 83년이 마무리 되는 것과 때를 같이 해 속속 준비되기 시작했다. 없는 시간, 무리한 일정을 쪼개가면서 교구단위로는 몇만단위까지 계산되는 금싸라기 같은 시간의 흐름속에 그러나기 시작한 교구의안들은 시간을 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실답게 소중하게 받아들여 질수밖에 없었다.

현재 교구별로 모아진 교구의견서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살펴보면 우선 의안시안이 상당히 어렵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과 교회밖의 소리가 수렴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음을 보게된다.

『이와같은 지적이야말로 교구사목회의가 개회되는 큰 이유중의 하나』라고 진단하는 사목회의 관계자들은 『구성원의 폭이 넓은 교구사목회의 개최가 바로 하느님 백성 전체의 참다운 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교구 사목회의 개최과정은 진행과정 그 자체에서부터 이미 사목회의 결실이 그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각 교구 사목회의 자료로 제시된 의안시안 내용을 12개 의제별로 간단히 검토해 보면 먼저 「성직자의안」의 경우 한국교회의 구체적인 상황과 시대적인 요청에 응답하면서 교회봉사자로서의 성직자상과 임무를 바탕으로 한 「성직가의 신원과 생활」「성직자 양성」「성무활동」「사목행정」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수도자의안」은 「수도자의 양성」문제를 비롯, 「수도생활의 본질적 요소」「수도자의 뿌리의식」「수도자의 사도직」등과 함께 사회안에서 수도자의 본연의 자세를 새롭게 검토하는 것을 중심내용으로 하고있다.

「평신도의안」에서는 초기교회 평신도들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정신이 오늘의 한국교회 평신도상의 기본바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과 이땅 전체가 그리스도의 진리와 정의·사랑으로 물들여지기 위해서는 평신도 스스로 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 그 기조를 이루고 있다.

이밖에 현행되는 모든 전례가 우리의 전례가 되도록 재검토해야 한다는 「전례의안」, 신심의 근원을 그리스도께로 향해야 한다는 「신심운동의안」, 신앙의 성숙을 위한 일반교리교육과 예비자쇼리교육 등을 다룬「교리교육의안」을 비롯, 「사회」·「지역사목」·「가정사목」·「특수사목」·「교회운영」·「선교」등이 각 의안별로 특성을 담고 제작돼 각 교구사목회의의 기본자로로 활용되었다.

어쨌든 교황의 방한이 10월에서 5월로 확정되면서 사목회의의분야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본부는 본부나름대로, 교구는 교구나름대로 앞당겨진 한국사목회의 개막에 대비, 제반 준비일정을 5개월 이상씩 앞당겨야 했기 때문읻.

분·초를 계산하는 바쁜 일정 가운데 전국 각 교국와 수도회 그리고 단체등은 사목회의에 대비한 각종 연수회를 개최, 차분한 준비로 83년 한해를 보냈다.

그것은 사목회의의 중요성, 비중이 하느님 백성 전체안에서 뚜렷이 인정되고 있다는 물적 증거이기도 했으며 사목회의를 비롯 2백주년 행사가 外華內貧의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는 일반적인 우려에 대한 강력한 반론이기도 했다. 이제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목표물이 확고하고 준비가 철저하다면 사목회의의 카운트다운은 한국교회가 이시대의 진정한 빛이 되는 하나의 시점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이윤자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