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 땅에 빛을! - 2백주년 주교단 사목교서 전문 (끝)

입력일 2011-06-30 수정일 2011-06-30 발행일 1984-02-19 제 139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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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위해 온전히 자신바칠 때 우리안의 그리스도 보게될 것 
14、사도바오로는 사랑이 없으면 훌륭한 설교도、깊은 신학지식도、기적도、봉사와 투신까지도 소용없다고 하셨습니다. (I 꼬13장)그러기에 우리는 2백 주년에 참으로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모든 것에 앞서 찾고 또한 살아야 합니다.

한국의 모든 신사、모든 가정과 사도직 활동단체、모든 교구와 전국의 하느님백성이 믿음 속에 하나되어 이렇게 그리스도를 본받고 그 사랑을 산다면 이는 참으로 얼마나 큰 구원의 등불、희망의 등불이 되겠습니까.

이것이 곧「이 땅에 빛을」밝히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은 이상입니다. 그러나 결코 바라만보고 있을 이상이 아니고 반드시 성취해야 할 이상입니다.

이것은 수난의길 입니다. 그러나 부활과 생명의 길입니다. 이 길은 그리스도께서 앞서 가신 길이요、우리순교선열들이 뒤따른 길입니다. 그러기에 2백주년에 우리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오늘의 한국사회는 우리 안에서 이런 삶의 모습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가 입으로 전하는 그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의 가슴속에 우리의 삶 속에 우리의 눈빛과 얼굴 속에 이 그리스도를 찾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스스로 의식하든 못하든 상관없는 길이요、진리요、생명이요、사랑이요、빛이신 그리스도에 굶주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그리스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불리움을 받고 간택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이 땅에서「메시아적 백성」、그것은 이미 그 표현에서 풍기듯이 메시아이신 그리스도와 공동운명체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메시아이신 그리스도께서 온 인류의 구원의 십자가를 지고 가셨듯이 이 땅에서의 메시아적 백성인 우리 역시 이 겨레의 구원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합니다.

이 십자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뿐더러 이 십자가는 결국 우리 자신의 전적인 헌신을 구할 것이요、우리는 그 위에 높이 달려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이 길을 갈 때에 한국사회는 우리 안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은 백인대장이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숨고『이 사람이야 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마르꼬15ㆍ39)하며 예수가 누구신지 비로소 알아보셨듯이 우리사회도 우리가 이 겨레를 위해 자신을 남김없이 바치는 모습 속에서 비로소 우리 안에 그리스도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 때가 바로 이 겨레를 위한 구원의 때입니다. 그때에 또한 우리는 진정「이 땅에 빛을」밝힐 수 있습니다.

1983년 11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한국천주교 주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