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톨릭신문 공동기획 - 책 읽는 교회, 성숙한 신앙] (22) ‘영적독서 피정’ 추진하는 서울 연희동본당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1-06-29 수정일 2011-06-29 발행일 2011-07-03 제 275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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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재교육·내적성장 ‘책’ 통해 모색
신자 모두 피정 참가자인 동시에 이끄는 주체
기도·묵상뿐 아니라 의견나누며 신앙심 고양
한결같이 하느님 현존 체험하는 계기로 평가
영적독서 피정 참가자가 구역별 나눔을 정리해 발표하고 있다.
책을 활용하는 방법은 범위가 없다. 교육, 정서적 안정을 비롯해 책을 통해 인성을 형성하고, 직접 경험 못하는 것들을 배우곤 한다. 하지만 책으로 피정을 한다는 건 낯설기만 하다. 실제로 독서피정을 한다는 곳이 있어 찾아갔다. 서울 연희동본당(주임 서경룡 신부) 공동체다.

연희동본당은 6월 12일 ‘영적독서 피정’을 열었다. 책으로 하는 피정이 주는 신선함과 같이 방식도 새롭기만 하다. 신자들이 모두 피정 참가자이면서 동시에 피정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이기도 하다.

이번 피정의 주제 책은 「오상의 비오 신부」. 신자들에게 비오 신부는 예수처럼 손과 발 등에 생긴 오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많은 고해성사를 베풀면서 신비한 기적을 많이 일으킨 성인이다. 본당이 비오 신부 책을 이번 피정 주제로 정한 이유는 고해성사의 의미를 되새기며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연희동본당은 4월부터 주제 책과 피정 날짜를 주보에 공지하고 신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다. 그러고도 피정 당일, 책을 읽지 못한 신자들을 위해 나눔도 충분히 한다.

피정은 구역별 나눔, 전체 발표시간으로 이어진다. 구역별 나눔 시간에는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그것을 종합해 시청각 자료를 만들어 전체 발표 때 활용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시청각 자료도 구역별 개성이 드러난다. 그림을 그리는 구역, 전체 의견을 글로 쓴 구역, 기도문을 쓴 구역 등 다양하다. 하지만 결론은 한 가지였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저의 신앙생활 전반이 기복신앙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성 비오 신부님의 책을 읽으면서 현존해 계시는 하느님과 예수님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비오 신부님은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서 우리에게 현존해 있는 주님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번 피정을 하면서 믿음의 뿌리가 견고해지고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갖기 위해 비오 신부님을 롤모델로 세울 계획입니다.”

“희생과 봉사 없이 신앙의 열매만 취하려는 것은 거저 얻으려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오상의 비오 신부’를 주제로 한 영적독서 피정은 지금까지의 신앙생활을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영적독서 피정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됐다. 독특한 방식의 피정은 연희동본당 주임 서경룡 신부가 제안했다. 서 신부는 본당 일부의 신자들만이 아닌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피정을 준비하고 싶었다고 했다. 기도와 묵상뿐 아니라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신앙심을 고양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결과는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피정에 4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여했다. 전체 발표시간에는 모두들 눈을 반짝이며 발표자의 의견을 듣는다. 발표를 통해서 소통하고, 정리하는 사이에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송행숙(마리아·53)씨는 “성인전을 통해 사랑의 하느님을 올바르게 믿고 살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배울 수 있게 됐다”며 “기적은 충실히 살아가며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연희동본당의 독서사목은 영적독서 피정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1층에 작은 도서실을 마련했다. 다양한 장르의 도서를 구비하고 있기보다는 대부분 영적 서적을 소장하고 있는 특화된 도서실이다. 이곳에는 성인전을 비롯해 신심생활 입문서적, 성경해설집, 가톨릭문학, 영성신학, 어린이 신앙서적 등 영적 서적도 다채롭게 준비해 놓았다. 덕분에 신자들은 흔히 접할 수 없는 성인전을 자주 읽고, 접한다.

또한 소공동체 모임에서도 영적독서는 빠지지 않는다. 구역반 모임과 레지오 주회마다 지난번 피정 주제 도서인 「연옥실화」를 반복해서 읽었다. 최근에는 「준주성범」으로 소공동체 모임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더불어 매달 ‘이달의 책’을 선정, 독후감을 제출한 신자들에게는 상을 준다. 될 수 있다면 많은 신자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본당에서도 노력한다. 다행히 신자들의 반응도 좋다. 이미 읽은 책을 다시 한 번 읽다보니 신자들은 어렵던 내용도 점점 머리와 마음에 쏙쏙 박힌다고 한다.

본당은 특히 ‘성인전’을 모든 신자들이 읽어야 할 서적으로 강조한다. 서 신부는 “세례성사를 받을 때 주보성인을 고르면서 본받고 싶은 성인이 아니라 예쁜 세례명 혹은 생일에 가까운 성인을 찾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성인은 하느님께서 주신 복음의 내용을 실천한 모델이자 하느님의 조교로서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성인전은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책이 아니라 꼭 읽어야 하는 필수도서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올해 본당은 새로운 시도를 준비한다. ‘성심묵상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첫영성체 어린이와 고3 수험생 어머니를 대상으로 예수와 성모성심을 주제로 한 책을 윤독(여러 사람이 같은 글이나 책을 돌려가며 읽는 방법)하는 모임이다. 또한 영적독서 피정도 일 년에 두 차례 진행할 예정이다.

서경룡 신부는 “일부가 아니라 전체가 책을 읽고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라며 “신자들의 교리재교육뿐 아니라 신앙심 고취 등 여러 가지 목적을 책을 통해서 이뤄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1월 문을 연 도서실은 영적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특화된 도서실로써, 신자들이 다양한 영적도서를 접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