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희년 한국교회 결산 (4) 대희년 행사와 새날새삶운동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1-06-28 수정일 2011-06-28 발행일 2000-12-24 제 223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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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복음화 지표제시 … 실천방안 이어져야
당면과제 검토하고 극복하는 계기
행사주최교구의 관심과 참여 미흡
새날새삶운동으로 희년정신 생활화
새로운 천년기를 여는 2천년 대희년을 맞는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는 새로운 세기에 대한 희망과 함게 지상에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해야 하는 복음적 소명의 실천에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따라 교황청에서는 수년간에 걸쳐 대희년 준비에 힘 쏟았고 한국교회 역시 새 시대를 맞는 마음가짐을 다지고 한해를 보냈다. 한국교회는 행사들을 통해, 신앙과 삶의 쇄신을 지향하는 정신 및 실천 운동을 통해 나름대로 이전의 구태의연한 신앙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은총의 한해를 보내면서 한국 천주교회의 대희년을 결산해본다.

대희년 4대 전국행사

한국교회가 대희년을 준비하고 지내면서 희년의 정신을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지난 한해 동안 마련됐다. 일회성 행사를 지양하고 삶의 변화를 추구하자는 것이 한구교회 대희년의 기본 방침이었지만 전국적인 규모로 치러진 4대 행사는 이러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로 마련됐다.

각 교구가 주최한 전국 규모 행사로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6월 25일 춘천교구), 「전국 청소년 축제」)7월 25~27일 대구대교구), 「전국 생명 환경 신앙대회」(9월 24일 안동교구), 「전국 가정대회」(10월 14~15일 청주교구) 등 모두 4개이다. 그 외에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최한 「전국 평신도대회」(10월 26일~11월 5일)도 전국 규모의 주요 행사로 꼽을 수 있다.

대희년 전국대표자회의에서 논의, 주교회의를 통해 확정된 이들 행사들은 대희년을 80년대와 같이 대규모 집회로서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교회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당면 과제들을 검토하고 극복하는 계끼로 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실제로 각 행사들의 취지와 성과가 상당 부분 한국교회의 새로운 복음화의 지표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교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특성상 행사를 담당한 교구를 제외한 나머지 교구들이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각 행사에 참여하고 관심을 기울였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미흡한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앞으로는 이들 행사를 통해서 얻은 성과가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영역에서 한국 교회가 실천해야 할 과제들이 구체적으로 모색되고 다양한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는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역에서 밤을 지새우며 열려 분단 50년의 세월이 갖는 비극과 이처럼 오랫동안 혈육이 떨어져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던 우리들의 책임을 깊이 회개하고 참된 평화와 화해의 시간이 도래하기를 기원했다. 특히 행사를 주최한 춘천교구는 각 본당별로 위워노히를 조직해 매월 25일 미사를 봉헌하고 다각적인 대북지원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교회는 특히 북녘의 각 시도와 교구간 결연을 선언하고 이후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북한 지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 이날 행사의 지향은 폭넓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으며 결연을 맺은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도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대희년 전국 청소년 축제는 대구가톨릭대학교 하양캠퍼스에서 열려 전국의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교와 일치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번 대회는 교회 내 청소년 사목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요청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으나 그 성과를 이어받는 후속 프로그램의 계발과 실시가 과제로 남는다.

대희년 전국 생명 환경 신앙대회는 경북 문경 시민운동장에서 열려 오늘날 더욱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환경오염과 「죽음의 문화」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창조질서 보존에 투신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다소간 침체된 듯 했던 교회 환경운동은 이날 대회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도약의 계기를 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청주교구가 주최한 대희년 전국 가정대회는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전국 교구에서 가족들이 함께 참여해 내실 있게 진행됐다. 실제로 가정 문제는 오늘날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사목적으로 최우선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는 지금까지 일각에서만 강조되거나 조직적,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던 가정사도직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그 활성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해당 교구가 주최한 행사들과는 달리 전국 평신도대회는 평협이 주최해 새 천년기 교회의 주역이 될 평신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소명을 자각하고 세상 속에서 복음을 실천할 것을 다짐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심포지엄, 선교대회, 평신도대회, 도농한마당 잔치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삶의 여러 현장에서 복음을 증거해야 할 자신들의 소명을 성찰했다.

이처럼 다양한 행사들이 치러진 한국교회의 대희년은 그 정신과 성과를 구현할 수 있는 후속 프로그램이나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비로소 성공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못할 때 대규모 행사들이 갖는 일회성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신자 개개인과 공동체들의 쇄신으로 승화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날 새삶 운동

한국교회가 신자들의 신앙 생활을 쇄신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명실상부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개한 운동이 「새날 새삶」운동이다. 대희년의 정신을 삶 속에서 구현함으로써 신자드이 생활에서나 영성적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 운동의 목표였다.

이 운동은 대희년을 이태 앞둔 98년 2월 이 운동을 주창하고 그해 10월 주교회의는 가을 정기총회를 통해 이를 대희년 실천운동으로 확정, 선포했다. 네 가지 기본틀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실천사항을 담고 있는 새날 새삶 운동은 개인으로부터 가정, 사회, 나아가 민족과 국가로 확장되면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우리 삶의 쇄신을 지향하는 항목을 제시했다.

새날 새삶 운동은 자칫 남의 이야기로만 여겨지고 피부로 느껴지기 어려운 희년의 의미와 정신을 실제 신자 생활과 다각적으로 접목시켜 생활의 쇄신으로 유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운동이 실천 운동으로 충분히 확산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물론 본당이나 수도회 등을 통해 상당히 확산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자들이 이 운동에 대해 숙지하고 실제 가정에서 실천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기에는 미흡한 감이 있다.

이제 대희년 은총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으나 대희년이 시작되기 수년 전부터 교황청을 비롯해 각 지역교회에서 이뤄졌던 이러한 노력들은 그야말로 새 천년 가톨릭 교회가 하느님의 뜻에 맞게 나아가는데 있어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어진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