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올레길 신앙길 (11) 대전교구 홍주 순교성지

권선형 기자,양상환 위촉기자
입력일 2011-06-14 수정일 2011-06-14 발행일 2011-06-19 제 2751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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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복음전파의 못자리
무명 순교자까지 700여 명 배출

/ 여정 / 홍주 읍성 조양문 - 홍주진영 - 옛 저자거리 - 참수터 순교성지 - 생매장터 순교성지 - 홍성성당

올해 6월 새 성당을 봉헌한 홍성성당 전경.
대전교구 홍주 순교성지는 박해 초기(1792년)부터 병인박해(1866년)까지 순교자들을 배출한 곳이다. 기록상 212명의 순교자가 있으며, 무명 순교자까지 합치면 모두 700여 명에 이른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두 번째로 순교자가 많은 곳이다. 현재 하느님의 종 원시장(베드로), 방(프란치스코), 박취득(라우렌시오), 황일광(시몬) 등 4명은 시복·시성을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홍주 순교성지는 한국 천주교회 복음전파의 못자리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권일신에게 세례를 받은 내포의 사도 ‘이존창’이 충남 예산 여사울에서 선교를 한 후, 내포고을에는 천주교가 급속히 확산됐다. 이후 내포지역에 박해가 시작되고 나서는 내포의 많은 신자들이 전국으로 피난을 감으로써, 조선 전역에 천주교가 퍼져나가게 된다.

생매장터에 서 있는 홍주순교성지 이정표.
▶ 홍주 읍성 조양문

충남 홍성군 홍성읍 시가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조양문이다. 홍주성을 드나들던 동서남북 4개 문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동문. 당시 홍주군이 관할하던 지역에서 붙잡혀 온 교우들은 이 문을 통해 홍주성 안으로 들어갔고 멀쩡하게 걸어 들어갔던 그들은 시신이 되어 성벽 밖으로 던져졌다.

▶ 홍주진영(현 KT 홍성지사 자리)

이곳은 조선시대 때 홍주진영의 동헌(경사당)이 자리 잡고 있던 곳이다. 천주교 박해시대 때 홍주관아의 관할 아래 있던 각 지역에서 체포된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은 우선 이곳 진영으로 끌려와 갖은 문초와 형벌을 받아야만 했다. 순교자들은 이곳에서 “배교한다는 한마디만 하면 살려주겠다”는 유혹에도 “죽음을 당할지언정 제 천주를 배반할 수 없습니다”라며 굳게 신앙을 증거했다.

▶ 옛 저자거리(홍성군청 앞 주차장)

조선시대 때 홍주성 안에서 가장 사람들의 왕래가 많고 번화했던 곳. 천주교 신자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주교 박해시대 때 각처에서 체포된 신앙선조들은 대부분 이곳을 거쳐 목사나 진영장의 동헌으로 끌려갔고 혹은 옥살이를 하러 가야만했다. 때때로 신자들은 이곳에서 조리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모여든 사람들은 ‘저놈이 천주학쟁이다’라고 소리치고 욕설을 하면서 돌을 던지거나 침을 뱉곤 했을 것이다. 이처럼 홍주의 옛 저자거리는 순교선조들의 신앙과 애환이 깊게 배어 있는 곳이다.

▶ 참수터 순교성지(홍성읍 북문교 옆의 월계천변)

옛 홍주성 북문 밖인 이곳은 개천과 백사장이 있었고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했던 곳이었기에 처형지로 안성맞춤이었다. 천주교 신자로는 1801년의 신유박해 때 체포된 황일광(시몬)이 처음으로 이곳에서 참수형을 받아 순교의 영광을 얻었다. 이곳 월계천변은 황일광 외에도 많은 신자들이 고결한 피를 흘리면서 순교의 영광을 향해 나아간 순교성지다. 그외에도 많은 순교자들이 처형되었는데 그 시신은 성 밖으로 내던져졌다.

▶ 생매장 터 순교성지

월계천변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생매장터 순교성지가 나온다. 당시 순교자들이 생매장을 당한 장소는 홍주성 북문 밖을 흐르는 월계천과 조양문 밖을 흐르는 홍성천이 만나는 합수머리 지점으로 추정되고 있다. 천주교 박해시대 때 홍성(옛 홍주)에서는 생매장을 당해 순교의 영광을 얻은 신자들이 탄생했는데, 그것은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잔인한 형벌이었다. 1866년에 일어난 병인박해가 전국적으로 계속되던 무진년(1868년)에 최범상(베드로), 김조이(루치아), 김(마리아), 원(아나타시아) 등이 바로 이 형벌로 순교했다. 박해시대 홍주 성안에서 옥사나 교수형으로 순교한 이들의 시신도 생매장터 인근에 매장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성모성심 순교자기념’ 홍성성당

‘생매장 터’에서 홍성역 방향으로 800m 정도 이동하면 1950년 설립된 홍성본당(주임 지경준 신부)이 있다. 올해 6월 새 성전으로 거듭난 홍성성당은 성당 옆면 스테인드글라스, 뒷면 원형 스테인드글라스로 빛을 받아 성전 내부가 오묘한 색채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홍주 순교성지 어느 곳이든 1시간 내로 순례가 가능하다. 성지 홍성 본당 주임 지경준 신부는 “성지순례를 마치고 순교자기념성당에서 미사나 성지순례 안내를 받고자 하는 신자들은 적극 도와드릴 수 있다”며 “많은 교우들이 홍성 일대 순교성지에 오셔서 신앙의 순교선조들의 강한 믿음을 본받고 주님의 은총을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지순례 및 미사 안내 041-633-8891 순교자기념 홍성성당

권선형 기자,양상환 위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