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 땅에 빛을! - 2백주년 주교단 사목교서 전문 3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12-25 제 1386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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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기 교회의 등불 밝혀야
교회안에서의 누룩이 되길
신학생

6. 우리는 이같은 사제의 정신을 오늘의 신학생들에게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받은 사제성소는 이땅에서 제2, 제3의 김대건 신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그리스도와 교회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복음의 사도가 되는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은 이미 신학생때부터 이를 분명히 깨닫고 연학에 있어서뿐 아니라 기도와 수덕, 삶 전체에 있어서 주님의 손에 자신들을 송두리째 바치고 있었습니다.그분들은 신부가 되기위해 선발되고「마카오」로 떠날 때, 이미 목숨을 바치는 순교정신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렇듯 이분들이 굳센 믿음의 사람, 기도의 사람, 또한 하느님과 그리스도, 교회와 겨레를 위해 사랑으로 자신을 바친 분들이었기에 거룩한 순교자와 증거자가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우리를 밝히는 등불이 되십니다. 참으로 이 땅의 빛이 되십니다.

오늘의 신학생들은 내일의 교회, 제3세기의 교회의 주인공들입니다.

제3세기의 교회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여러분은 이 역사적 사명의식을 철저히 가져주기를 바랍니다.그리하여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리스도를 닮고,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사제들이 되어주기를 부탁하며 이를 위해 우리는 모두 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간구합니다.

수도자

7. 이제 남녀수도자들에게도 같은정신을 호소합니다. 교회가 세상의 누룩이면 여러분은 교회속에서 다시금 누룩의 구실을 맡은 분들입니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복음정신과 사랑으로 젖게하고 날로 더욱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모시키는데 있어서 수도자들의 기도와 삶은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의 수도자들은 이 사명을 깊이 깨닫고 있다고 믿습니다.그리하여 봉사와 영성의 심화를 위해서 주어진 여건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복음의 그리스도의 모습, 그분의 청빈, 그분의 정절, 그분의 순명의 덕과 모든 이를 향하여 열린 그 마음의 사랑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그리스도는 참으로 전적인 비움으로써 당신을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사셨으며,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 그 말씀을 완성하는 것이 당신의 음식이라고 까지 말씀하셨습니다.(요한4, 35).이렇게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비운 그리스도는 이 아버지의 뜻에 죽기까지,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명하셨습니다.(필립보2, 8)우리는 여기에 복음삼덕의 진수와 극치의 완성을 볼수 있습니다.

우리는 남녀 수도자들이 지금까지도 교회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봉사하고 있는데 감사하면서, 더욱 깊은 영성으로써 우리 선열들의 순교정신을 본받아 이땅의 교회를 위하여, 민족의 복음화를 위하여 헌신해줄 것을 믿고 당부합니다. 특히 수도자들은 성직자나 평신자들의 손이 닿지않는 그늘진 곳,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 속에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드러내는데 더욱 힘써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그늘진 곳에서의 일은 금방 성과도 없고 빛이 나지도 않습니다. 오랜 인내와 희생을 필요로합니다. 뿐더러 죽기까지 괴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밀씨는 땅에 떨어져 썩음으로써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요한 12ㆍ24참조)

우리 순교선열들은 수도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은 아마도 대부분이 수도자가 있는지 조차 몰랐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분들은 오늘의 수도자들과 비길 수없는 경지의 복음적 청빈과 복음적 정덕과 순명과 사랑속에 살았습니다. 그분들은 참으로 하느님의 뜻에 대한 전적인 순명정신으로써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치고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수도자가 아니면서도 그리스도를 위하여 정덕을 지키며 사신 순교자 유요한과 이루갈따 동정부부, 복녀 김 꼴룸바와 아네스자매께서 오늘의 수도자 여러분들을 복음정신 속에 지켜주시고 여러분의 마음이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으로 충만할 수 있도록 전구하여 주시도록 기도드립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