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복음해설] 139. 오소서 주 예수여!/김구인 신부

김구인 요한보스꼬ㆍ베네딕또회 신부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11-13 제 138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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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일
<루까 21장 5~19절>
언제 결정적인「그 때」올지 몰라
헛된 것들에 현혹되지 말도록
연중 제33주일, 교회의 전례력이 한 달 남짓 먼저 가고 있으니 점차 바빠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이 해마다 겪는 체험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들은 마지막 시기, 세상의 끝날을 생각케 한다. 오늘날 세상의 종말이라든가 파국ㆍ온 세계의 파괴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들이 심심치 않게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세기 말적인 징조들이라고 이것저것 둘러대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어떻든 우리가 살고 있는 세대는 이상한 말이나 현상들에 현혹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의 말씀들을 보자. 헤로데왕이 기원전 19년경에 예루살렘 성전을 다시 지었고 예수님 당시에 새 성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께서는 그 성전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예고했을 때 청중들은 세상의 종말에 대한 얘기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 성전파괴와 더불어「假 그리스도」가 출현할 것이고 전쟁과 반란ㆍ무서운 지진이 일어날 것이며 전염병과 기근ㆍ자연 질서의 파괴 같은 표징들이 나타난다는 말씀이다. 그러나 곧 끝날이 오는 것이 아니고 그 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 무서운 박해와 미움 받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하신다.

오늘 복음의 말씀은 루까복음의 흐름가운데에서 볼 때 예수수난과 부활사화로 들어가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하시는 긴 말씀의 한 부분이다.

곧 당신의 수난으로 당시 사람들이 기대에 너무도 크게 어긋나는 메시아, 급기야 죽음에 이르는 무력한 메시아-구세주께서 당하실 그 시련, 그것은 또한 그분을 따르는 이들에게도 닥쳐온다는 말씀이 된다. 지금 당하고 있는 박해는 격심하다. 아무리 혹독하더라도 생명을 얻으려면 참고 견뎌야한다.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위로의 말씀도 하신다. 오늘의 말씀에 이어 나오는 말씀으로 더욱 분명하게 이 재난의 때에 무엇을 기대 하겠는가를 말씀하신다. 『사람의 아들이 구름을 타고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는 것을 볼 것이다』주님께서 오시는 것이 그리스도인에게 기쁨이요, 모든 것의 완성이며 완전한 해방이 되는 것이다. 덫이 덮치듯이 갑자기 올지도 모르니「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라」헛된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우리에게 와 있지만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우리는 미완성의 지상교회를 살고 있다. 우리는 오소서 주 예수여! 「마라나타」를 소리높이 외칠 수 있어야하고 외쳐야한다. 말라기서의 말씀대로 하느님 이름을 두려워하며 살 때에「정의의 태양빛」을 받게 된다. 주님이 오시는 날에는 모든 것이 판가름될 것이다. 「멋대로 살던 사람들은 모두 검불처럼 타버려 뿌리도 가지도 남지 않으리라」

묵시문학적 표현과 말씀들이 우리의 마음을 어수선하게 할지도 모른다.

종말의 표징들을 오늘의 세계 안에서 본다 하더라도 언제 결정적「그때」가 올는지 모른다.

오히려 지금 바로 이 시간에 예수님 앞에 적나라하게 나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그 시간이겠다.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사회, 경제, 정치, 한마디로 세상사에 얽매어 살고 있는 우리가 진정「그분」이 오시기를 기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막연히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게으름」을 청산하고「말없이 일해서 제 힘으로」살아가라고 바오로 사도는 권고한다. 『너희 구원이 가까이 왔으니 머리를 들고 쳐다보라』

김구인 요한보스꼬ㆍ베네딕또회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