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여성살롱] 야훼의 딸들/이석자

이석자·창원시 중동 499번지 중동성당내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10-23 제 137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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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벽 하나가 세속과 영원을 차단한 채 어떠한 선전도 거부하지만 드높여진 순결한 영혼들의 삶과 기도가 있는 곳이다.

내게 그분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은총주신 주님의 집에 세속의 옷을 입고 가느다란 믿음의 불을 지피며 찾아간 나의 용기가 오직 내 힘만이 아님을 느낀다.

동녘이 열림과 동시에 맛깔스런 몸과 영혼으로 주님 앞에 조배 드리고 이어 하루의 시작인 미사를 지낸다. 나에겐 생소하지만 잘 다듬어진 음성으로 노래하는 성가와 시편. 그것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표현으로 알릴 수 없는 고요롭고 잔잔히 이어지는, 차라리 아름답다는 말이 사치스러우리만치 거룩한 하모니다. 매끈한 유리창에 반사해오는 아침 고운 햇살과 거룩한 하모니. 옆으로 살짝 본 수녀님들의 순결한 모습.

이토록 거룩한 생활이기에 주님은 선택에 신중을 기하시는가보다. 나로부터 시작해 지원자ㆍ청원자ㆍ수련자ㆍ수녀님들… 내 무딘 눈에도 주님의 손길과 보살핌, 함께하심을 볼 수 있으니 무한하신 크신 분의 능하심이 가슴 가득히 담겨옴을 느꼈다.

자신에게서 속세를, 인간의 속성을 몰아내기 위해 빈틈없는 시간과 기도 조배 또한 사도직활동으로 이어지는 생활. 내 눈엔 부족한 게 너무 많아 보이나 그러나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이성으로 이해되지 않는 내게 이곳이 주님의 집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깨우쳐주신다.

소명 성소를 나름대로 받아들여 곳곳에서 온 분들ㆍ이태리에서 아일랜드에서 인천에서 창녕에서 대구ㆍ마산ㆍ부산… 외동딸 막내딸 큰딸 등 다양한 조건을 가진 자들이 한 길로 함께 오르는 목표. 그건 분명 나도 우리 모두도 그 길이 목표이며 절대적 사명이다.

그런데 얼마나 우린 쉬며, 느리며 넘어지며 가는 길인가. 그분들은 잠자는 시간외에 아니 잠자는 시간에도 온통 주님께로만 달려간다.

마지막 포옹을 위해 주님이 큰 팔 벌려 안아줄 천국을 우리 모두 함께 가게 해달라고 성체 앞에 온 인류를 대신해 속죄와 통회 기도와 보속 찬미와 영광을 쉼 없이 바친다. 주님은 저버림이 없으시므로 그분들의 결백한 기도의 꽃을 피워주시리라.

짧은 3박4일의 생활참관을 마치고 다시 뭍으로 나온 내게 콧잔등에 송송 맺힌 땀방울이 짜증스럽지가 않고 매연 가득한 공기에도 신선한 마음이었다.

지금도 그곳의 모든 분들은 성체 앞에 무릎 꿇고 우리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며 주님은 그들을 향해『나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니 두려워말라. 나 여기서 비추리라』하신다.

이석자·창원시 중동 499번지 중동성당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