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복음해설] 129. 아무것도 그리스도보다 더 낫게 여기지 말라!/김구인 신부

김구인 신부ㆍ요한보스꼬ㆍ베네딕또회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09-04 제 137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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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일
(루까 14장 25~33절)
결코 쉽지않는 크리스찬의 삶
자신의 삶을 하느님과 이웃위해 불태워야
感情과 物質에서 자유롭도록

생각하는 계절이 되었다. 오늘 복음 중에『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겠느냐?』는 말씀과 같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주님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따라 살아오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도록하자. 좋은 생각、고상하고 빼어난 이론、막연한 이상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하기보다 구체적인 나의생활을 구체적으로 가르치신 주님의 말씀과 생활에 비추어 그 열매에 관하여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아우구스띠노의 말을 생각한다. 『듣는 것은 씨를 뿌리는 것이고 실천에 옮기는 것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루까복음 중 오늘 주일전례에서 듣는 말씀 가운데 세 번 같은 말씀을 반복하신다. 『누구든지…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없다』그리고 후반부에서『생각해 보지 않겠느냐?』하면서 두 비유를 들고 있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그 내용은 통상 사람들이 아끼고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이다. 첫째, 부모ㆍ처자ㆍ형제자매ㆍ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그들의 요구에 응하는 것 둘째, 귀찮고 고통스러운 것을 피하고 싶고 나아가 내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여 사리는 것、그리고 오늘 말씀을 결론짓는 세 번째 것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세 가지를 통상 차원에서 그대로 살면서는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말씀이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세상 생활에서 이행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다. 지난 주일의 복음과 오늘 복음을 잇고 있는 루까복음부분에서 잔치를 준비해놓은 주인이 부르는데 밭을 산 사람、겨릿소 다섯 쌍을 산 사람이 물질적 이유로 초대에 응하지 않고 지금 막 장가든 청년이 감정 면에서 잔치에 갈 수 없다고 거절한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을 생각하면서 오늘 복음의 내용을 볼 때에 그리스도 예수를 따르기 위해서는 감정상의 문제、물질상의 문제에서 자유로와야 함을 강조하고 계신다. 그 모든 것 위에 그리스도를 놓아야 하며 아무것도 그리스도 보다 더 낫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예수의 제자、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하느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나의 삶의 일부가 변경된다든지 무엇을 남보다 조금 더 한다든지、혹은 안 한다든지 하는 부분적인 것이 아니라 전폭적으로 나의 생활방식과 나의 모든 정신이 바뀐다는 뜻이다. 세상살이 가운데 이어지는 애정과 물질소유를 하찮게 생각하여 무시하고 버리라면 좋은 세상사물에 대한 하느님의 다른 말씀과 반대될 수 있겠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그 모든 것보다 앞서 생각한다면 그것들의 참가치가 확실히 드러나게 되고 모든 것 중에 모든 것인 하느님을 얻게 될 것이다.

오늘 말씀에서 진정한 헌신으로 말미암아 포기가 따라온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결코 쉬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하느님사랑、인간에 대한 사랑에 전적으로 헌신하신 분이신 그리스도 예수를 따르는 데에는 그 분이 받으신 성령의 도우심이 필요하다. 불같이 자신의 삶을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태우신 그분만이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나의 하루、지금 이 시간、이웃과 하느님을 생각하고 봉사하기위해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 혹은 나의 안일과 안전을 위해 쭈그리고 앉아 궁리하고 있는가? 멀리 있고 막연한 그리스도가 아니라 가까이、그것도 아주 가까이 있는 그리스도를 생각하고 그분을 위해 헌신할 각오가 되어있는지를! 바로 나의 주위、눈만 뜨면 같이 만나고 생활하는 그 사람들 안에서 그분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열려야겠다. 불같은 사랑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그분께서 요구하신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 건설에 헌신하라고!

『우리들 마음이 슬기를 얻게 하소서』<층계송>

김구인 신부ㆍ요한보스꼬ㆍ베네딕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