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여성살롱] 주님의 이 사랑을/유선화

유선화·부산 양정본당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07-31 제 136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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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남을 설득할 수 있는 힘도 없다. 나에겐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능력도 없다.

그러나 무엇이든 열심히 진실만을 얘기하고 싶다. 나 자신을 막 속에 가리운 체 행동하고 싶지는 않다. 난 세례를 받은 연륜은 짧지만 긴 시간을 혼자 애써 주님 당신의 곁으로 오고 싶어 발버둥을 쳤다.

내가 가고싶어할땐 누군가 끌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누구든지 붙들고 얘기하고 싶었으나 그럴 자신이 없었다. 이 얘기도 한 십년 전이었으니 세월은 참으로 빠른 것 같다. 어릴 때 바로 밑에 동생과 함께 예배당을 다녔었다.

유독 가족들 중에 두 사람만이….

그러나 그것이 나의 주님께로 향한 마음이라는 것을 미처 모르고 살았다.

그런중에 동생은 여고 2년생, 난 막 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이었다. 나와 동생은 사직동에서 거제동 교회까지 다녔다.

그날은 성탄 전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하여 동생은 밤길을 걸어서 교회까지 갔었다. 그날따라 난 가기 싫은 마음으로 그 다음날 아침 예배에 가기위해 동생을 혼자 보냈다. 그러나 이게 웬 벼락이란 말인가? 성탄절 아침 동네 아주머니의 편으로 동생의 죽음을 알려왔다. 온몸이 와들와들 떨려왔다. 식구들 모두가 식사도중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렸다. 마지막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불쌍하게도 동생은 싸늘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사고에 눈물 흘릴 겨를도 없었다.

오빠들께 전보를 쳤다. 정신없이 달려온 식구들과 목사님의 기도로 동생은 화장되었다. 간절히 묻어주고 싶은 내 소원도 묵살된 채…

난 한없이 울었다.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은 쏟아져 나왔다.

그때 난 막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몇몇 날을 잠을 이루지 못한데다 겹쳐서 난 결국 병을 얻고 말았다. 큰 꿈은 아니었지만 멋진 외교관을 꿈꾸던 나에게 그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영어시간이면 언제나 담당선생님의 유일한 단골이었다. 그러나 그땐 그게 무슨 소용 있단 말인가. 의사선생님의 꾸중에 난 할 말을 잃었다. 항상 건강이 좋지 않아 시달려온 터이라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로부터 내게 공부라는 꿈이 깨어져버렸다.

오랜 시간동안 그런 중에서도 난 학원이란 학원은 다 쫓아다닌 것 같다. 친구도 연애도, 오직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해 본 일도 여유도 없이 뛰어다닌 것 같다. 그러나 자신만만했다. 그런 중에서도 내 병은 완치되고, 이제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또 다시 내 자신이 영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가 막혔다.

그러나 어쩌랴! 난 의사의 지시대로 한마디의 대꾸도 없이 얌전히 수술대에 올랐다. 퇴원해서 집에 머무는 동안 난 다시 성당에 가고 싶어 못 견디었다. 어머니께서 아시면 또 한바탕 울음바다가 되는 게 겁이 났다. 난 동생 때문에 예배당에서 성당으로 고개를 돌렸었다.

오개월 후에 난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교리반에 나가기 시작했다. 난 정말 열심이었다. 한 번도 결석을 한 일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어머니의 머리속에 동생의 모습이 조금씩 정리되고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비록 다른 사람은 나가지 않았지만 이젠 식구들에게도 나의 존재는 완전히 표면화되었다. 어머니께도 지금 어느 신부님하면 아실 정도이다. 세례를 받고 난 지금 특별한 불편 없이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가장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있다면 그건 작년에 그렇게도 나의 결혼을 원하시던 아버님께서 건강하시던 몸이 갑자기 몇 달 사이에 이 세상이 저 세상으로 우리와 갈라놓은 사실이다. 지금도 난 아버님 생각에 잠 못 이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큰 죄인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신께서도 이 딸의 심정을 잘 아실 것이다. 지금 난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주님의 사랑을 한 사람에게 라도 더 알리어 주님의 전교 사업에 동참하고자 오늘도 내일도 애써서 다 같이 한 형제로 주님의 사랑을 같이 나누고자한다.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 앞에 겸손되이 바치고자한다.

『제 뜻대로 마시고 오직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유선화·부산 양정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