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일선 교리교사의 수기] 53. 치맛바람/정점길

정점길·서울 응암동본당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07-17 제 136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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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에 신념ㆍ용기갖도록 후원을…
얼마전 주일학교 교사의 피정에 나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막 강의를 끝냈을때 B본당의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어느 여교사가

『선생님!저는 지금 주일학교 교사를 계속해야 될지 심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읍니다.오늘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꼭 더 하기는 해야겠는데…』

사연인즉 몇주전 어느학생이 너무 장난이 심하고 수업 분위기를 흐려 잠시 벌을 세웠단다 마침 그 광경을 본 학생의 어머니가 노발 대발하며『이제 겨우 대학 1ㆍ2학년이 무엇을 안다고…』하며 입에 올릴수도 없는 폭언을 하더란다. 학생들 앞에서 이런 수모를 받고보니 감히 교사로 일할 마음과 용기가 조금도 일지 않는다고한다.

물론 학부형중에는 훌륭한 교육을 받은 분도 많을 것이다.그 어린이의 어머니 말대로 대학도 나왔겠고.그러나 이런말을 들을때마다 나는 울분을 금치 못한다.그 알량한 대학을 나오신 훌륭하신 부형님들!우리 주일학교는 교사가 부족하여 희망만하면 누구나 할수 있으니 앞장서서 훌륭하신 교사로 직접 일좀해 보시지 않겠읍니까.

나는 학교와 주일학교에서 일하면서 같은 학생들,같은 부형들인데어쩌면 이렇게 치맛바람의 강도(强度)가 다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한두번이 아니다. 고3 반편성하는 첫날부터 담임선생님이 누가 될까라는 관심부터 시작하여 담임교사의 일거수 일루족이 모두 관심사다.그런데주일학교에서 일한지 거의 20여 년이 가까와 오는데도 누구도『우리애가 ○○인데 지도 바랍니다』라는 말한마디 들어보지 못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세상 진리를 돈을 받고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은 잘 모셔야되고 하느님의 진리를 헌신적으로 봉사하며 전하는 주일학교 선생님은 안중에도 없어야 된다니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교회 주일학교에도 치맛바람이 좀 거세게 일어야겠다.그래서 등교부터 교리수업ㆍ귀가미사참례ㆍ성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젊은 주일학교 선생님이 애쓰시는데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는 바람이 불어야겠다 누가 흔히들 말하는 사례를 바랐던가? 한마디 수고한다는 인사면 족한 것을.

로마가 망한 것은 그리이스에서 잡혀온 포로들이 교사가 되어 교사들이 회의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란다.우리 주일학교 교사들이 신념을 가지고 헌신 봉사하도록 치맛바람을 불러 일으켜야겠다.

교사들이여!신념과 용기를 가지시라.

우리의 보상은 하느님이 주시겠고,우리의 노고는 하늘나라에 쌓이겠기에.

정점길·서울 응암동본당